수레선생,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 2024년 4월 18일 목요일

by 차거운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겨 차에 먼저 실어 놓고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아주머니는 우리가 인사도 없이 떠난 줄 알고 주차장 쪽으로 나오셔서 인사를 드리고 삼겹살을 냉장고에 보관해 주십사고 부탁드렸다. 또 3구간 시작에 대한 안내를 듣고 차는 저녁에 가지러 오기로 하고 인월-금계 구간을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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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구간은 지리산 둘레길에서 가장 유명하고 구간 길이도 긴 곳에 해당한단다. 예전에 1박 2일에서 강호동 씨가 걸어서 사람들이 미어터지던 구간이기도 하다는데 이제 그런 북적임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특히나 평일인 오늘은 더욱 그렇다.

월평마을 근처 다리에서 출발하여 경애원이라는 요양복지시설을 지나 개천을 따라 이어지는 둑길을 걸어 중군마을을 지나 선화사, 수성대 입구를 지나고 배너미재를 넘어 서진암 삼거리를 통과한 후 상황마을 등구재를 또 넘어 창원마을을 지나 금계마을에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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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와 숲길이 어우러진 고개를 넘는 구간에서는 반달곰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경고문이 마음을 심란하게도 하고 멧돼지의 존재도 북한산에서의 경험 때문에 자꾸 의식이 되어 마음이 푸근하지만은 않다. 아내를 지켜야 한다는 알량한 자존심도 자꾸 편안한 산행을 방해하는 요소다. 사실 아내는 나보다 더 씩씩하고 도전적인데. 내가 더 겁이 많은 것 같아 티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할밖에. 하루를 걸으니 벌써 발바닥이 화끈거린다.

금계마을로 내려오니 함양 센터가 있다. 거기 개인택시가 있어 월평마을까지 택시비를 물으니 2만 원을 달라고 해서 그러기로 한다. 이런 곳에서는 대중교통이 그렇게 신속하게 연결되지 않아 택시 수요가 많을 듯하다. 이런 점은 제주 올레길을 걷는 것과 비교할 때 더 어려운 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제주는 해안지역을 위주로 올레길이 있어 대중교통으로 복귀하기가 여기보다는 수월하지 않나 싶다. 이 때문에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순환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튼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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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마을에 가서 전화를 하니 밭에 일하러 가셨던 주인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보관을 부탁했던 삼겹살도 받고 바나나도 2개 얻어 들고 다시 내 차를 갖고 금계마을로 와서 택시 기사님이 소개한 00 민박집에 가서 7만 원을 달라는 걸 5만 원에 해주시라고 부탁했더니 그렇게 해주셨다. 여기는 어제 묵었던 집보다는 조건이 좋다. 작은 냉장고도 있어서 음식을 보관할 수도 있어 내친김에 이틀을 묵기로 하고 도합 10만 원을 지불했다. 즉 내일은 두 구간을 가서 다시 돌아오기로 한 것이다. 행정구역상 금계는 마천면으로 함양군에 속한다. 인월은 남원시에 들어가고 내일 도착하는 지점인 수철은 산청군에 해당하니 지리산이 3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토록 지리산의 품은 넓은 것이다.

숙소를 정하고 가까운 벽송사와 서암정사를 둘러보러 갔다 오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권한 내용이기도 하다. 벽송사는 유서가 깊은 선찰이다. 사찰이 들어앉은 산의 산세와 절의 품새가 잘 조화를 이루어 인상적이다. 거기서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둘레길에 포함되어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서암정사가 있는데 돌을 많이 활용한 암자보다는 규모가 크고 절보다는 작은 규모의 사찰에 해당할 법한데 분위기가 석굴암의 그것과 유사하다. 회고적 관점에서 말하건대 이날 여기를 둘러본 것이 다음날 아쉬움을 두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일이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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