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4월 19일 금요일
아침에 차를 함양 안내센터에 주차하고 둘레길 안내 표지인 벅수를 따라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금계-동강, 동강-수철까지 두 구간을 한꺼번에 걸어야 한다. 7시 40분쯤 움직여서 걷기 시작했으나 주인 아주머니의 늦었다는 지청구(?)를 듣게 되었다. 아직은 둘레길 걷기의 요령이 터득이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우리는 어제 벽송사와 서암정사를 둘러보았으니 다른 선택지를 따라 걷기로 한다.
금계마을을 건너편으로 바라보며 걷노라니 어제 채석장으로 보였던 산의 다른 측면에 중국의 윈깡 석불과 같이 거대한 불상을 조성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 깜짝 놀랐다. 운리에서 수철로 돌아오는 길에 기사님이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정말 거대한 석불이다. 서암정사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천왕봉에 올라가서 보면 둘레길을 조망할 수 있고 현재 조성 중인 석불의 모습이 잘 보일 거라는 말에 기회가 되면 천왕봉에 올라갈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지금 걷는 길은 의중마을과 모전마을을 지나 세동마을, 운서마을 구시락재를 넘어 동강마을까지인 노선이다. 길이 물길을 따라가는 길이어서 다소 변화가 없고 또 바닥이 포장된 도로를 따라 타박거리며 가다 보니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피곤한 것이 좀 재미가 없다는 느낌도 있다. 바닥이 얼얼하고 물집이라도 잡힐 것 같다. 동강마을에는 딱히 쉴 만한 장소도 가게도 없어 다소 실망감을 안겨준다.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수철마을을 향해 걷는다. 동강마을에서 산청 함양 추모 공원을 향해 가는 구간은 쨍하게 내리쬐는 뙤약볕과 함께 포장도로의 뜨거운 열기와 딱딱함으로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얼굴이 뜨겁고 몸에서 땀은 나고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질은 여전히 좋지 않아 고역이었다. 그나마 저수지 곁에 있는 정자에서 쉬면서 점심을 먹고서야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그 도로의 끝에 앞에서 이야기한 추모 공원이 있는데 여기서 스탬프 찍는 것을 잊어서 저녁에 택시로 회차하는 과정에서 다시 들르게 되었다.
추모 공원을 지나서야 산속으로 들어서고 제법 지리산 품을 거니는 느낌이 다시 살아났다. 쌍재를 지나 산불감시초소에서 근무하시는 분과 인사를 하고 고동재를 지나 수철마을까지 한참을 걸어 내려갔더니 마을회관이 있고 주차장도 널찍하니 잘 마련되어 있어 동강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들으니 여기 구간도 이수근 씨가 걷는 바람에 유명세를 탔고 산청군에서 적극적으로 민박 등의 시설을 유도한 마을이라는 점을 나중에 다른 택시 기사님의 말씀을 통해 전해 들었다. 사실 여기서 산청읍내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러나 그날을 알지 못했다. 이런 느낌을 갖는 것도 지리산 걷기의 수확이라고 본다.
금계에서 이용한 택시 기사님의 소개로 수철마을에서 금계까지 택시를 탔는데 이분은 3만 5천 원을 달라고 해서 가장 비싸게 탄 택시가 되었지만 오는 길에 관광 안내와 역사적 상황에 대한 나름의 해설을 경청할 만해서 그 비용이 과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산청 함양 추모 공원에 들러 스탬프도 찍을 수 있게 하고 구형왕릉에 대한 소개와 산청 동의보감촌도 소개해 주셔서 좋은 관광 정보가 되었다. 00 민박에서 이틀을 자고 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둘레길 걷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내일은 뱀사골 자동차 야영장에서 1박을 하고 일요일에 올라가기로 집사람과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