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아침에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깼다. 이틀을 묵었던 주인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아 전화로 작별 인사를 드리고 어제 수철마을에서 이용한 택시 기사님의 소개로 지났던 동의보감촌으로 향해 차를 몰고 가다가 거리상으로 더 가까운 구형왕릉에 먼저 들렀다. 김수로왕이 건국한 김해가야의 10대 왕인 양왕은 신라에 나라를 들어 귀의했기에 신라에서 귀족의 지위로 편입이 되었고 그의 증손이 바로 김유신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5대 외손이 문무왕인 셈이니 순리를 따른 것일망정 나라의 사직을 닫은 왕이라 돌로 무덤을 쌓으라고 했단다. 근처에는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이용한 약수도 있다고 한다. 이 무덤이 바로 구형왕릉이라고 하며 김해 김 씨의 중심 기념지이기도 하단다. 비가 내리는 구형왕릉의 모습이 시공간 속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과 역사의 흥망성쇠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국토는 그 자체로 백과사전적 박물관이 아닐까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동의보감촌은 일종의 지자체에서 건설한 테마 관광단지라 할 것이다. 산청군에서 감당하지 못하고 경남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였고 동의보감촌 안에는 한의학 관련 엑스포 개최 시설과 관광호텔, 휴양림, 한방 관련 체험장, 식당가 등이 망라되어 있어 나이 드신 분들이 하루를 보내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한다. 여기는 관광버스가 끊임없이 드나들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보니 요즘 지자체의 관심사인 유동인구 증가의 차원과 관광 명소 개발 차원에서 볼 때 소위 말해서 '대박!'의 사례가 아닐까 한다.
비가 와서 식당에서 한방 보쌈으로 점심을 먹고 휴양림 주차장에서 해찰도 하고 쉬기도 하다가 함양 상림이 유명하다고 해서 이참에 함양읍내까지 가보기를 한다. 함양에 도착하니 상림공원은 바로 읍내에 위치해 있다. 천변을 끼고 길게 이어진 천 년의 숲을 거니는 분위기가 좋다. 고운 최치원이 지방관으로 부임하여 치수를 위해 조림한 숲이라고 하니 담양의 관방제림과 함께 비교할 만하겠다. 저녁이 되면서 비는 점차 그치고 며칠간 계속된 황사와 미세먼지도 걷히는 것 같다.
함양을 벗어나 남원시 인월을 거쳐 산내면의 실상사에 들렀다. 실상사는 넓은 부지에 여러 건물들이 넓게 퍼져 있는 모습인데 다소 산만한 배치로 느껴진다. 농사를 짓고 템플스테이인지 농사 체험인지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여기가 사회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찰로 많이 회자되어서인지 귀에 익어 한 번쯤은 들러 보고 싶었다.
방향을 틀어 뱀사골 자동차 야영장으로 들어가니 주차비 5,000원을 추가로 내란다. 6번 사이트를 찾아 플라이만 치고 식탁을 그 아래로 넣고 저녁을 해서 먹었다. 잠은 자동차의 루프탑 텐트를 활용하기로 한다. 그리고 보던 드라마를 보려고 앱도 깔고 고생을 했다. ‘눈물의 여왕’ 대한민국은 드라마 천국이다. 중독성이 매우 강한 서사들. 나도 무언가를 써야겠다. 자신만의 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