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 4일 화요일
서울에서 제주까지 운전하고 내려온 노독이 아직 풀리지도 않았고 몸도 처음부터 강행군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올레길 중에서 짧은 코스를 찾아보다가 14-1코스가 적절할 것 같아서 오늘 일정으로 선택을 했다. 총거리가 10km가 채 되지 않고 시간도 서너 시간 정도면 적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지오름 밑에 있는 올레길 안내소 근처에 주차를 하고 출발해서 오설록 녹차밭을 종점으로 삼아 길을 걸었다. 이곳은 숲이 잘 우거져 있어 걷기에 참 좋은 길이었다. 문도지오름 근처에 중간 스탬프가 있고 곶자왈이라고 하는 제주 특유의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오설록 녹차밭은 퇴직 바로 전해에 학생들을 인솔하고 수학여행으로 다녀간 적이 있어서 반가웠고 보성의 녹차밭보다 얼핏 규모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 올레 끝 지점만 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길을 다 걸은 후에 녹차밭이 펼쳐진 곳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은 정말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을 만큼 맛이 있었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마음이 샘솟게 한다.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심정이다. 아내는 참 내게 보석 같고 헌신적인 천사 같은 사람이다. 죽을 때 반드시 아내에게 큰절 한 번 하고 방귀 한 번 뿡 뀌고(?)***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 죽으리라 다짐해 본다.
작년에 구입한 올레길 패스에 스탬프가 늘어나고 총 27개 코스 중에서 하나씩 완료 표시를 하루에 한 번씩 하면서 보내는 이 시간은 아무런 생각이나 갈등 없이 행복하다. 단, 잘못된 계엄이라는 선택을 함으로써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자에 대한 적절한 처분이 빨리 이루어지고 나라가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는 소망에 진전이 보이지 않는 이 상태는 너무나 답답할 뿐이다. 이 길을 걸으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내리라.
올레길을 걷고 나서 한림 하나로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작년에 남겨둔 올레길 2코스부터 시작이다. 주여 우리가 길을 잃지 않게 돌보소서.
*** 웃자고 하는 소리다.^^ 하지만 다른 것은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