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 20일 목요일
오늘은 어제 순서를 바꿔 미뤄두었던 올레길 14코스를 걷기로 했다. 저지 올레길 안내센터 시점에서 한림항 도선 대합실까지 오는 길이다. 그러고 보니 저지에는 세 번 방문하게 된 셈이어서 핵심적인 교차점이 된 셈이다. 저지 오름을 옆으로 돌아 큰소낭 숲길을 걷고 바다를 향해 내려가는 무명천 산책길이 좋았다. 월평 선인장 자생지 입구에 중간 스탬프가 있으며 이곳 바다 풍경도 참 좋다. 특히 이곳은 백년초로 알려진 선인장의 자생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쌓아 놓은 백년초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여기는 화장실이 잘 되어 있어서 감사하게 이용했다.
마을 고샅길을 걷다가 마을 돌담에 시화가 패널로 전시된 것들을 살펴보다가 세월호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 있어 사진을 찍어 두었다. 고성기의 ‘세월은 간다’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봉개동에 있는 제주 세월호 추모관에 작년에 들른 적이 있다. 특히 작년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였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에 대해서 참으로 대응을 잘못했다. 이번 윤석열 정부 역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응에서 박근혜 정부의 행태와 판박이로 처신했다.
정치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사회적 재난으로 빚어지는 아픔에는 위로와 적절한 대처와 반성이 필요할진대 그들은 하나같이 몰염치하고 뻔뻔하게 책임을 부인하고 외면하고자 했다. 그런 태도가 모든 측면에서 드러나게 되고 임계점을 넘어서면 힘으로 덮으려는 무리수를 두게 마련이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고통과 혼란인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제발 이런 교훈을 뼈저리게 곱씹기를 바랄 뿐이다. 인간의 고통 앞에서 얕은 술수로 농간을 부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암담하게 할 뿐이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겸허하게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지도자를 기대한다.
풍력발전기들을 보면서 해안을 따라 올라가면 금릉해수욕장, 협재해수욕장을 거쳐 간다. 이곳에서 우리 숙소가 지척이다. 왼쪽으로는 가까이 비양도가 마치 게가 앞발을 벌리고 있는 모습으로 동그랗게 떠 있다. 물빛이 참 맑고 선명하다. 한림 수협의 웅장한 건물을 지나면서 주전부리를 좀 사고 한림읍내 항구로 들어간다. 한림항은 방파제의 폭과 너비가 어마어마하게 큰 편이다. 작은 포구가 아닌 것이다. 화물선과 일반 어선들이 함께 움직이는 복합 어항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