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 4남매 대만 여행기(3)

- 2026년 3월 15일 일요일

by 차거운

어제의 시행착오를 떠올리며 아침에 눈을 떠서 씻고 난 뒤에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원래 계획에 따르면 아침에 몇 군데 보고 현지 주일미사를 본 후 베이터우 온천과 단수이 등을 돌아보고 저녁에는 101 타워와 마오콩 등을 볼 생각이었으나 그것이 얼마나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계획인지를 어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찰하게 되었다. 하루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와 시간 등을 감안하면 무리한 일정이다. 그리고 미사를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떨어졌다가 합류하면 결국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했다. 우리만 온 것이라면 미사를 빠지지 않겠지만 마음속에서 갈등이 생긴다. 주님, 이 불쌍한 양을 불쌍히 여기소서.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그래서 어제 사 온 만두를 아침으로 먹은 후 어제 가려던 고궁박물원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운영시간이라고 하니 오전에 일찍 입장하는 것이 나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특히 일요일이라 사람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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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예매한 바우처를 통해 들어간 후 3층에서부터 돌아보는데 11시에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자유롭게 돌아보기로 했다. 집사람과 같이 다니다가 서로를 놓쳤다가 다시 만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 유명한 동파육을 닮은 돌이나 옥에 새긴 배추와 메뚜기는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없었고 그와 비슷하게 새긴 다른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본토에서 대만으로 후퇴할 때 이 많은 유물들을 수송해서 옮기는 과정이 어떠할지 생각해 보니 참 막막하고 절절했을 것만 같다. 수십만 점의 국보급 유물들의 모습의 일부만 보아도 중국의 그 오랜 문명사적 실체가 눈에 삼삼히 떠오르는 것만 같다. 내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지점과 한반도 그리고 일본 열도 중국 본토의 그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의 교류와 문명사적 궤적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지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육체와 정신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작년에 유럽에 갔을 때 느꼈던 낯섦의 감정과는 결이 다른 어떤 동질감과 유대감을 한자문화권의 자장 아래에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거기에 영향을 받고 자란 사람이 아니면 철저하게 공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 대만에서 보게 되는 번체자의 한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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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라, 춘추전국시대, 동한, 당, 송 등 역사시간에 들었던 그 시절의 유물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그 느낌이란 것은 참 색다르다. 오랫동안 머물면서 이곳에서 찬찬히 돌아보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의 일정이 너무 짧고 가이드의 안내로 밀려드는 사람들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한국사람이 많고 많다. 세계 어디를 가든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빈번하기 때문에 한국어 안내가 포르투갈에도 있고 여기저기 있다. 특히 대만에서는 한국어 안내가 요소요소에 있다. 3층에서 2층을 거쳐 1층으로 내려와 마무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어제 어두울 때 보았던 우측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다. 한 바퀴를 돌아 자리에 앉아 쉬다가 버스를 타고 내려서 헤매다가 다시 검남로역으로 와서 갈색노선을 따라 종점인 동물원 역까지 가서 마오콩 곤돌라를 타고 마오콩 산으로 가기로 했다. 동물원 역에서 내리는 데 형님이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뒷주머니에 넣어두었다고 하는데 전철의 앉았던 자리를 보아도 없어서 생각해 보니 오전에 정원 옆의 긴 의자에 앉아 쉬다가 빠진 모양인데 건물 안도 아니고 밖이어서 찾을 가망이 없어 보여 포기하기로 했다. 여권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하니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다소 찜찜한 마음을 털어버리지 못하고 걸어서 마오콩 곤돌라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구입한 입장권 바우처로 기계에서 종이 승차권을 출력해서 갖고 타야 하는데 1일권을 끊었기 때문에 다시 탈 때 이걸 보여주어야 한다.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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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를 6명이 타고 산을 올라가는데 주변이 한눈에 들어오고 거리가 멀어서 중간에 역이 서너 개가 있어 정차했다가 가도록 되어 있다. 여기가 타이베이의 동물원과 연결된 시설인 것이다. 한참을 타고 정상에서 내리니 산 위의 마을이다. 우리의 성삼재 휴게소와 같은 분위기와 위치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꼬치랑 음료수 한두 잔을 먹고 마신 후에 다시 내려오는 곤돌라에 탑승한 후 하차했다. 사람들이 참 많다. 피렌체의 두오모 주변이나 베네치아의 골목이나 로마의 거리 역시 이와 비슷하다. 그러고 보니 세상의 이름난 관광지들은 이제 비슷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여행은 이제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전통적인 방식의 여행이 아니라 산업혁명 이후의 대량생산과 소비 시스템과 유사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곤돌라에서 내린 후 버스를 타고 101 타워 근처에서 하차한 후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면서 7시 30분 야경을 보러 89층 전망대로 입장하기 전에 식사를 할 만한 곳을 찾다가 여러 사람이 같이 먹을 만한 곳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 딘타이펑 101점에 가서 상황을 보기로 했다. 내가 혼자 가서 보니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데 적어도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니 우리가 입장해야 할 시간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지하 다른 음식 매장에서 먹기로 하고 일행을 불러 같이 자리를 잡고 그래도 먹을 만한 것을 찾아서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5층으로 올라가서 예매한 바우처를 입장권으로 교환하고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89층 전망대로 향했다. 이것은 말하자면 현대판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일 수도 있고 가우디 성당의 첨탑 전망대와도 비슷한 것이겠다. 우리나라 잠실의 엘 타워 전망대나 63 빌딩 전망대도 그렇고 말이다. 89층에서 보는 타이베이 시내의 야경이 아름다웠다. 어딘들 안 그렇겠는가. 사람 사는 도시마다 밤이면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는 오늘날의 이 시대다. 물론 밤에도 여전히 어두운 지역이나 국가가 있지만 말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우주 정거장에서 지구의 어둠에 잠긴 영역을 바라보면 신경 섬유들이 서로 뭉쳐서 하얗게 빛나는 것처럼 환한 부분은 뇌의 활성화된 모습 같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저 환하게 불 밝힌 빛다발 속에서 어떤 생각들이 무의식들이 꿈들이 전기적 신호가 되어 흐르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희망과 기쁨과 슬픔과 분노 그리고 좌절과 행복의 감정들은 어디에서 발화하고 어디에서 소멸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타이베이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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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내려온 뒤에 1km 정도 떨어진 시정부역까지 밤길을 걸어서 지하철을 타고 충효부흥역에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라면과 물을 산 뒤에 이지카드에 충전을 했다. 내일은 현지투어 상품으로 버스에 타서 예류 지질공원과 스펀라오지에, 스펀폭포, 진과스, 지우펀 등을 돌아보는 일일투어에 참여하면 된다. 오늘처럼 대중교통으로 알아서 다니지 않아도 되고 따라다니면 되기에 패키기의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확실히 전용 교통편을 이용하고 한국인 가이드의 도움을 받으면 관광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그렇지만 스스로 부딪치면서 알아가는 여행의 묘미는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패키지여행 상품이 가진 장점은 분명히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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