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젊은 날의 소망
젊었을 적 나의 어머니는 다재다능한 분이셨다.
그림도 곧잘 그리셨고 글도 참 잘 쓰시던
감수성이 남다른 분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대라도 진학했다면 인생이 달라지셨을까
외할머니의 무관심에 대학의 꿈을 포기한 것이
가슴에 한으로 남아있던 내 어머니였다.
딸아이에게 언젠가 할머니의 글이
신문에도 실린 적이 있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궁금하다며 보고 싶다길래
40년 전 유물로 남아있던 장롱 속 빛바랜
어머니의 글을 찾아내었다.
三面鏡 공무원 아내의 소망
오두막 한 채와 男便의 업무에 대한 변함없는 충실을…
방금 설겆이를 끝내고 물 묻은 손을 닦으며 무심코 거울을 본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옛날의 곱던 여인이 아니었다.
하루의 반복된 습관과 질서 속에서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또 남편의 내조를 하며 흘려버린 10년의 세월…과연 나는 이 시간 동안 뭘 남기고 뭘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반문해 본다.
꿈 많은 연분홍빛 설계도다 한 조각 휴지처럼 먼 추억과 기억 속에 망각 돼버린지도 오랜데 공직에 근무하는 남편의 얼굴만큼이나 피로하고 지친 표정이 비춰진다.오늘도 많은 공직자의 아내들이 어려운 생활 속에 가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에 공직자들의 대거 숙정사건이 있었지만 그 건백사장의 무수한 모래알속의 소수일뿐,많은 공무원들에는 가슴 뭉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옛날 스무 살 적의 알량한 여자의 자존심은 다 팽개쳐 버리고 이젠 현실에 순종하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하루와 한 달을 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들은 별로 내색을 하지 않는 나의 성격이다. 나흘로 흘쩍이고 가슴 죄며 살아온 공무원의 아내.아직도 우린 변변한 전세방하나 갖지 못하고 이사할 적마다 울적해지는 심사를 그 누가 알아줄까마는 그러나 춥지만은 않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만은 남보다 잘 키우고 잘 먹이고 입히고 싶지마는 항상 분수에 맞는 생활을 주장하는 내 신조 속에 선 때론 속울음 밖에 울 수 없는 상황들이 많다.
나의 작은 소망은 사랑하는 가족이 편안하게 안식할 수 있는 오두막 집 한 채와 남편의 변함없는 업무충실이라고 감히 말한다.
1984년 1월 10일
부산일보
전국 각지의 공무원 아내에게 엄청난 팬레터를
받았단 이야기도 들었었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꿈 많던 젊은 시절 처녀 때 보았을 수줍음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