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을 가르쳐주는 달퐁이
코로나 시국에 '거리두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사랑의 경우는 어떨까. 사랑도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만약 네가 한 발자국 다가가면, 상대는 두 발자국 멀어질걸?
고양이 브런치에 웬 여자일까. 그녀 이름은 조제핀 드 보아르네, 밀당의 고수이자 나폴레옹을 항복시킨 여인이다.
나폴레옹을 꼼짝 못 하게 했던 그녀는 전쟁에 나간 나폴레옹이 숱하게 편지를 보냈으나 단 한 통의 편지도 보내지 않았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아마 그녀가 한 미모 했고, 정치적인 이유들도 있었겠지만 사랑의 방정식을 잘 알고 있던 조제핀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럴수록 나폴레옹은 더욱 그녀의 사랑에 목말라했다. 결혼 후, 냉담한 조제핀에게 지친 나폴레옹은 새 여자를 만났고, 조제핀과는 이혼하게 된다. 그러나 황후라는 칭호는 유지되었으며, 나중에도 친구처럼 가깝게 지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사랑을 잘 다뤘던 여인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밀당이 지나치면, 끝없는 상처로 인해 관계는 파멸에 이른다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적당한 거리두기라는 말은 집착에 빠지지 말고, 너무 냉담하지도 말라는 의미다.
우리 '달퐁이'야말로 그런 사랑법을 잘 안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다가와서 옆에 있거나 조용히 이불속에 들어온다. 만약 집을 조금 오래 비우게 되어 돌아오면, 심지어 꾹꾹이를 할 때도 있다. 나는 주인이 아닌데, 둘째 딸이 일본 유학시절에 큰딸이 병원에 일주일 입원한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내가 이틀 만에 빈집에 가니 나에게 다가왔다. 평소에 아이들 집에 가면 어디 구석으로 가서 나오지도 않다가 모른 체하고 있어야 나온다. 그 날은 간식을 주고 목을 간지럽히니 그릉그릉 하며 좋아하는 것 아닌가?
세상에 이런 일이!
자기들이 사랑받아야 살아간다는 이치를 안 것이다. 아이고, 안쓰런 것. 집사를 잘 만나야지. 고양이 집사는 고양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고양이를 거의 떠 받들듯 하고 사니 나온 표현이다. 스스로 집사를 자처하는 세상의 집사가 참으로 많아졌다. 우리 달퐁이를 볼 때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고놈 참 사랑법을 잘 아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상대가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다가온다. 기껏 다가와 놓고는 쓰다듬으려고 하는 순간 도망가 버린다. 그러면 자꾸 더 만지고 싶다. 집착을 보이는 순간 아예 도망가서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 달퐁이는 그래서 둘째 딸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자기를 가장 아껴주고 지켜주면서 먼저 귀찮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퐁이 보고 싶다.
달프, 달퐁이는 길냥이다. 지인이 한 마리를 딸에게 줬다.
세 마리 아기 고양이가 빗속에서 떨고 있는 것을 1시간 넘게 지켜보던 지인의 딸인, 10살 아이가 간식을 내밀자 덜덜 떨면서 따라와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다고 한다. 아이가 참을성 있게 고양이의 엄마를 기다려 준 것이었다.
그 지인은 이미 집에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고, 두 마리를 더하면 셋이나 되었기 때문에 감당하기 힘들었다.
길냥이들의 엄마 고양이는 모성이 아주 강하다고 한다. 괜히 데려오면 엄마는 아마 엄청 힘들 것이고, 데리고 와서 잘 키우지도 못 할 것이라면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여하튼 지인의 집에 네 마리 중 하나가 우리 딸에게 온 것이다.
방도 좁은 데 키운다고 데려갔으니,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첫 만남 때 달프는 정말이지 아주 어린 아기 고양이여서 한주먹 정도 크기였다.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어찌해서 길복판에 그러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린 달프는 전주에서 먼 서울까지 가느라 고생이 많았다.
처음 며칠은 작은 딸 곁에 오지도 않고, 구석에서 오들 거리면서 밤새 야옹야옹 울었다.
그렇게 며칠 지내다가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배를 내보이면서 속 편히 잤다.
어쩌면 이렇게 두 다리를 쭉 뻗고 편히 잠이 들었을까. 고양이가 배를 보이는 것은 '나는 당신을 신뢰합니다.'라고 한다.
조제핀 드 보아르네(프랑스어: Joséphine de Beauharnaisㅏ, 1763년 6월 23일 - 1814년 5월 29일)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아내로, 프랑스 제국의 황후면서 루이 보나파르트의 한때 형수이자 장모 그리고 나폴레옹 3세의 외할머니이다.
( 그림 자료 및 조제핀 드 조아르네 관련 자료 출처: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