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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Dec 05. 2020

시어머님의 김장 스토리

김장, 다음 해까지만

 김장날이면 시어머님께서 벌써 몇 년째, 하시는 말씀이 있다.

김장은 정말 다음 해까지만 할 거다.

올해 85세이신 시어머니께서는 배추며 온갖 양념을 일 년간 재배하셔서 그 결실로 우리는 김장을 한다. 그래서 몇 년 전에 김장을 그만 하자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때부터 계속 '다음 해까지만'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다. 오늘 대망의 김장날이었다. 아침 일찍 놀러 가는 대신 일 년 먹거리를 하기 위해 시댁으로 향했다. 초미세 싸라기눈이 내렸다. 얼핏 보았나 싶을 만큼 잠시.


시댁에 도착하니 어머님은 두 솥의 아궁이에 번갈아가면서 군불을 때고 계셨다. 다가가서 대신 불을 지펴보니 아이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콩을 털어낸 나무로 하니까 타닥타닥 잘 탄다.

군불 지펴 만든 찰밥과 편육이다.


김장을 담기에 앞서 먹고 시작한다.

이제 김장 시작이다. 한때는 300포기 넘게 했지만 이제 세 집 것을 한다고 34포기 정도라고 하신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미리 배추를 뽑아서 다듬고, 소금을 절여 놓으신다. 일찍 가서 씻으려고 했는데, 글쎄 씻기까지 해 놓으신 것이다.


가마솥에 달인 젓갈, 직접 재배하신 마늘과 생강 등 온갖 양념들이 있다. "어머니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세요"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녀, 괜찮아. 나는 그냥 쉬엄쉬엄했다.

   주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제 양념을 버무려야 한다.

보기에는 적당해 보인다.

아이고, 나는 왜 이렇게 허리가 아플까. 이렇게 조금 하는데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김장을 마치고 집안을 돌아보니 마늘이 예쁘게 자라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나무들 한컷.

성당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의 나무들이 아름답다.

저 두줄 전깃줄만 없다면 더 멋질 텐데.....


저녁에는 김치를 세로결로 찢어서 밥 위에 얹어 먹었습니다. 돌김과 김장김치만 있다면 한겨울도 따뜻할듯합니다.

역시 김장김치는 찢어서 먹어야 맛이 있습니다.


이제,

허리가 너무 아파서 드러누웠습니다. 그림은 이번 식탁에도 올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군불 지펴 차린 저의 식탁에 오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식탁이 되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f18j-Ol311U

김장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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