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씨Luce Nov 30. 2020

고마운데 저는 안 먹어요.

간식과 군것질 사이

군것질이라 하면 우리 마음을 요동치며 인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량식품이 떠 오르지만, 간식이라 칭하면 어쩐지 맛있게 먹어도 될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두려운 것이 군살이다. 군살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고지혈, 고혈압 같은 성인병에 관련된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질병으로 인해 고민을 한다면, 젊은이들은 다이어트에 온 관심을 기울인다. 어찌 되었든 다이어트를 해야 건강하면서도 아름다운 몸매가 유지될 것 같다.


다이어트나 건강비법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의견을 듣기도 한다. 아주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인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물을 많이 마셔. 그게 최고의 다이어트야.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날 때면 물을 열심히 마신다. 곧 잊어버리고 평소에는 커피를 많이 마신다. 등산 후 목이 타면 맥주나 막걸리를 마시며, 불금이나 가을과 겨울밤에는 와인을 마신다. 물은 미지근하게 조금씩 들이키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알코올은 몸의 수분을 빼앗아 결국 더 목이 마르게 된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물이다. 그래서 생각나면 다시 놀라서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그간 마시지 못한 물을 보충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천천히 자주 마셔야 한다는데 말이다.

커피와 알코올류

나의 직장은 연령층이 다양하기에 먹을 것, 즉 간식에 대한 접근법도 다르다. 요즈음, 직장에서 동료들이 소위 군것질을 아예 하지 않기에 간식이라는 표현을 쓴다. 몸에 좋은 것만을 가져와서 쉬는 시간에 한 번씩 먹는다. 그런데 그것마저 다이어트를 고려하면서 먹는다.


30대 C교사는 무엇을 먹을 때면 칼로리를 꼭 찾아본다. 날씬하며 건강함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안 먹는 거예요.


실제로 아주 조금밖에 먹지를 않는다. 나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비법 아닌 비법이다.


그래서 나와 연령이 비슷한 다른 동료의 방법을 살펴본다. 올 초, 병원에서 고지혈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한다. 탄수화물 종류 중 밀가루의 섭취를 대폭 줄였다. 누가 간식을 주면 바로 이렇게 대답한다.

네, 고마운데 저는 괜찮아요. 안 먹어요.

나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신기하다. 먹을 것 앞에서 도사가 된 표정이다. 절제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 무조건 받아서 맛있게 먹는다. 아직 병원에서 괜찮다고 하니 군살이 많아도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어서 인 듯하다. 반면, 고지혈이나 고혈압 약을 먹는 다른 친구가 있는데 맛있는 간식 앞에서 처음에는 망설인다. 그렇지만 이내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약 먹으니까 괜찮아.

사실 주변에서 다이어트 이야기를 많이 듣고 군살이 늘다 보니, 요즘 부쩍 건강에 신경이 쓰인다. 나도 모르게 칼로리를 체크한다. 그러다가 깜짝 놀란다. 과자 한 봉지가 밥 한 공기보다 칼로리가 크다. 역시 칼로리를 체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런가 하면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다.

먹고 운동해.

가장 이상적인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에 운동이란 것이 참 힘들다. 적게 움직이니 적게 먹는 게 답인 듯하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기초대사가 떨어진다. 가만히 있어도 살이 찐다.


탄수화물은 에너지를 내는 중요 요소로 순간 흡수량도 가장 높다. 그래서 등산하는 사람들은 간식으로 탄수화물을 준비한다. 지방도 많이 먹으면  그 쓰임새를 다 한 후, 최종적으로는 탄수화물 형태로 저장된다.  탄수화물 공급과잉으로 따로 챙겨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오늘날 우리의 식탁은 탄수화물이 넘친다. 결국 이런저런 연유로 인해 직장 동료들도 건강을 목표로 다이어트를 하느라 간식조차 꺼린다. 나만 혼자 잘 먹어서 이러다가 꿀돼지 되는 것 아닌지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다이어트의 최대 적은 바로 탄수화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사인 동생의 의견이 솔깃하게 들린다.

누나, 이거 오후에 기력 떨어지면 한 개씩 먹어

나이 들어 오후에 기력이 떨어지면 안 되니까, 사탕 같은 것을 놓고 한 번씩 먹으라는 것이다. 건강 검진하러 갔더니 건넸다. 고마운 동생이다. 사탕을 줘서 고마운 것이 아니라 먹어도 된다고 해서 고맙다.


이렇게 나는 요즘 먹을 것 앞에서 한없이 소심 해지는 중이다. 그래도 수업으로 기력을 다 쓰고 나오면 쉬는 시간에 무엇인가 달달한 것이 먹고 싶다. 마침,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생일 떡을 들고 나타났다.


올리브 그린 색의 망개잎에 싸여 얼굴을 빼꼼히 내민 망개떡을 펼친다. 쫀득하니 찰진 망개떡이 꽤 고급스러운 맛을 지녔다. 원래 맵쌀로 만든다는데, 참기름을 발랐는지 반질거리면서 쫀득하다.

맵쌀가루를 찐 후 치댄 떡, 안에 팥소를 넣고 네모 모양으로 빚는다. 망개잎에 싸서 향이 스며들게 한다. 경남지방의 떡이라 한다.

망개떡과 함께 단감이 홍시가 되었다고 세 개를 내민다. 그중 나의 몫인 한 개를 냉큼 받아서 금세 다 먹었다. 최근에 홍시가 너무 먹고 싶었던 탓이다. 홍시가 참 달고 맛있다. 홍시는 무르익은 감으로 칼로리가 낮고, 100g당 66kcal 정도이며 비타민 C가 감귤의 2배, 사과의 6배 정도라고 한다.

그마저도 오늘 양을 다 먹었다고 먹지 않고, 냉장고에 홍시를 넣어 두는 옆 동료를 보면서, 나는 또 내 군살을 내려보게 된다.




에라 모르겠다. 다이어트고 뭣이고, 나는 그냥 먹고 주말에 운동 가야겠다.


(오늘. 11.30일. 긴급문자) 아침에 일어나니 긴급 문자가 왔습니다. 전주도 오늘부터 코로나 거리두기가 2급으로 높아졌기에, 수능 감독요원들에게 내일까지 재택근무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앉아 이것저것 걱정을 하다가 학생들의 원격 수업을 한 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에 남동생이 친정 시골집에서 땄다고, 홍시를 두 박스나 줬습니다. 홍시를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가 계셨다면 홍시가 되기도 전에 저에게 가져다주셨을 것입니다. 누나를 생각하는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하는 오늘 저는 점심으로 맛있게 홍시를 먹는 중입니다.

직장에서 전날 먹은 홍시
오늘 먹고 있는 홍시





매거진의 이전글 시어머님의 김장 스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