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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Dec 11. 2020

조기 대풍

국물이 많은 음식을 먹는 우리 식습관에 대해서

한국은 올해 조기 대풍이라고 한다. 우리 집 밥상까지 조기 대풍이다. 13~15센티 정도 하는 생조기가 140마리에 16만 원이다. 자린고비 이야기 시절이야 이만한 가격도 비싸다 싶겠지만, 큰 생조기 한 마리에 만원 가까이하던 것이 1,200원도 안 되는 셈이니, 그야말로 조기 좋아하는 나는 이런 참조기 대풍이 횡재라고 생각된다.

아~, 어머니께서 다듬어서 주신 거였어요?
하고 여쭈었더니,
그럼 그걸 뭐하러 나한테 들고 왔겠냐.라고 시어머니께서 답변하셨다.

괜히 시어머니께 질문했다가 죄송스러웠다. 남편이 한 박스를 사서 어머니께 드렸는데, 결국 어머님의 일손만 보탠 것이 되고 말았다. 어머님은 그것을 다듬고 손질하셔서 나눠 주셨다. 사 드린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얻어먹는 셈이 된 것이다.


나는 중간에서 어부지리로 맛있는 조기를 실컷 먹고, 친정엄마께도 가져다 드렸다. '아버지가 계셨다면 직접 손질하시고도 남으셨을 텐데, 조기를 엄청 좋아하셨는데'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시어머니께서 직접 재배하신 당근과 귀여운 무, 어찌나 맛있는지 깎아서 바로 시식했다.

찌개에 들어가는 야채와 양념이 신선해야 음식이 맛있다. 어머님표 야채들은 특별해 보인다. 인삼 모양과 비슷한 사람인 자 모양의 당근을 먹으면 산삼을 먹은 효과가 나타날듯하다.


 "그것도 먹냐?"

어머니께서 주신 당근을 챙기면서, 요리할 때 장식으로 쓰려고 녹색 잎도 넣었더니 하신 말씀이다. 바로 요리를 못해서 결국 사진으로 남기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렸다.


참조기 구이

생 참조기는 간이 세지 않고, 살이 보들보들하여 밥 없이 먼저 가시를 발라 먹는다. 위의 조기구이 사진은 고명에 좀 더 신경 써야 했지만, 먹고 싶은 마음이 커서 얼른 사진을 찍어야 했다.

뜨거운 김이 이는 냄비 채 놓고 먹어야 제맛.오른쪽은 김치를 몇 줄기 넣어 끓여보았다.

일주일에 세 번은 조기탕 또는 조기구이를 먹는 중이다. 전혀 질리지 않는 맛이다. 조기의 고소한 맛과 고춧가루의 얼큰함, 그리고 무의 달큼한 맛을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렵다. 특히 어머님표라서 더 맛있기도 하지만 무가 한참 맛이 좋을 때다.


나는 그냥 내 식대로 끓여본다. 요리를 잘 못해서 평소 기가 죽지만 맛있게 해 보자고 마음을 먹으면 또 잘하는 것 같다. 딸들이 내려오면 맛있게 끓여줘야겠다. 특별한 레시피도 아니다. 재료가 맛있기 때문에 조기를 좋아한다면 아무렇게나 끊여도 맛있다.


1. 국물의 베이스는 황태와 멸치다. 재래된장을 1작은술 넣기도 한다. 오늘은 패스.
퇴근 후 요리를 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요리를 완성하고자 애쓴다.
국물 베이스를 따로 하지 않고 바로 황태, 멸치를 넣고 약 5분 끓인 후 멸치만 골라낸다.
곧바로 무, 당근, 또는 김치 등 채소를 넣고 위에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한 소금 끓인다.
2. 조기를 넣고 다시 위에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조기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생조기라서 금세 익는다.
3. 마지막에 파, 다진 마늘, 후추 약간 등 양념을 넣고 살짝 끓인다.
한 번은 무만 넣고, 한 번은 김치도 넣어 끓였다. 어떤 쪽이 더 맛이 있었을까?


둘 다 맛있었다. 그럼 냄비째 놓고 먹는 것과 예쁜 그릇에 옮겨 놓는 것은 어떠한가? 그릇을 미리 뜨겁게 하는 등의 방식이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끓이면서 전골식으로 먹는 것이 제일 맛있다.  김이나는 뜨거운 국물이 졸아들면서 밥을 먹는 사이 더 맛있게 된다. 겨울에는 역시 뜨뜻한 음식이 최고다.


겨울철뿐 아니라 한국인의 식단은 습식 조리방식이 체질적으로 맞다고 전해진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조건 때문이다. 최근 여름철에 지나치게 덥지만 대부분 우리나라 기후조건은 건식보다는 습식이 어울린다. 또한 단백질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물을 넣어 조리하는 국, 찜, 찌개류가 발달되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의 식단은 국물을 많이 먹는다.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건식 스타일이 좋다고 한다.

소금의 종류도 다양하며, 이로 인해 전쟁을 치를 정도로 인체에 필요한 성분이다.


우선, 의사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지만 나의 전공과 관련되어 소금에 관해 알아보기로 한다. 소금은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단에 소금을 많이 넣었던 가장 큰 이유는 농사일을 하면서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에 염분의 보충이 필요해서다.


그러나 현대인의 작업과 주거 환경을 고려하자면, 우리는 소금을 너무 많이 먹고 있다. 국물을 많이 먹는 식습관이 좋지 않다고 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염분 섭취 때문이다. 국을 끓이다 보면 알 것이다. 소금을 어지간히 넣어야 간이 맞게 느껴진다. 또 간간해야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음식점 요리들이 거의 짜다. 식재료 본래의 맛을 잊게 하는 가장 큰 주범은 짠맛이다. 싱겁게 국이나 찌개를 하면 음식의 주 재료의 맛이 살아난다.


그런데 미국인 친구의 레시피를 보면 보편적으로 국이나 찌개처럼 처음에 온갖 베이스 야채를 넣고 끓인 후, 건더기를 건져내어 직화하거나 오븐에 넣는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국물을 스톡이라 하여 요리에 사용하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풍덩 재료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경우가 드물다. 어쩌면 식재료 자체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국물 따로, 건더기 따로가 더 나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인이 좋아하는 우러난 찌개 국물을 떠먹는 경우 우리 식이 제일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이탈리아 여행 때, 음식이 짜서 내 입맛에 먹기 힘들 정도였다. 이 사람들은 왜 이리 짜게 먹을까 생각했다. 아마도 기후 조건과 관련이 있을 듯싶었다. 하지만 그 짠맛은 본연의 짠맛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고품격 짠맛이라 하던데, 여하튼 그들의 음식은 소금이 든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 인식되는 짠맛이었다. 스페인을 좋아한 이유 중 하나는 스페인 음식은 상당히 한국 음식과 닿아 있다고 느꼈다. 밥의 형태와 유사한 파에야도 그렇고 심하게 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한 달 이상 머문다면 스페인 어느 도시, 한적한 론다 같은 곳에서 지내다 오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짠맛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음식은 국물에 숨어있기 때문에 소금을 먹고 있어도 의식을 하지 못한다. 또한, 단맛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금이 들어간다. 어떤 음식이 아주 달게 느껴진다면, 그 안에 염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뜻이다. '단짠'은 우리의 건강에는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혀와 연결된 뇌가 중독되어 그 맛을 다시 찾게 된다.


다음으로 건강과 관련되어 신경 써야 할 맛은 매운맛이다. 매운맛은 압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매운맛이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와 같은 메커니즘을 일으킨다고 한다. 음식이 뜨겁고 맵다면 아주 강하게 뇌에 통증이 전달될 것이다. 이러한 매운맛은 엔도르핀을 방출해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통증인데 엔도르핀? 이상할지 모른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전문가의 의견을 링크하기로 한다. 빨간 고추에는 당근에 있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C, E 등이 들어있는데 오렌지보다 더 많은 함량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음식점은 매운맛을 강조하여 캅사이신을 듬뿍 넣는다. 캅사이신만 많이 넣은 요리와 청양고추나 빨간 고춧가루를 넣은 요리는 같은 매운맛이지만 서로 다른 음식이다. 신선한 고추의 경우, 당연히 캅사이신이 많이 들어 있다.  당연히 고춧가루를 넣은 식단이 건강식에 해당한다. 매운맛 성분인 캅사이신을 듬뿍 넣은 음식점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를 고통 속에 몰아넣는 행위를 즐기기 때문일 수도 있고,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 이제, 다시 찌개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기로 한다.


찌개류 중 끓이면서 먹는 음식을 전골이라 한다. 신선로는 대표적 궁중 전골 요리로 수라상, 즉 왕의 반상에 올렸다. 나는 우리나라만 신선로가  전통요리로 기록된 줄 알았지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는 신선로 형태가 발달했다. 신선로는 정말이지 고급 전골요리다. 산해진미의 맛이다.


겨울의 따뜻한 전골요리는 그 어떤 식단보다 우리 건강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국물을 먹기 위해서는 짜지 않게 요리한다면 좋을 것 같다. 한국사람은 한국인의 유전적 형질에 맞는 음식을 먹을 때, 더욱 건강할 것 같다.


큰 아이 낳고 회복기를 보낼 때, 친정엄마께서는 제발 찬바람 쐬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하지만 출산 일주일 후 병원에 갈 때, 짧은 바지를 입고 갔다. 회복기에 외출할 경우, 임신기에 입지 못했던 옷들을 부랴부랴 입어 보았던 것 같다. 그 후 나는 무릎에 바람이 드는 통증을 느껴야 했다. 외국사람들은 출산 후 바로 샤워하고 찬바람 쐬어도 아무렇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유전적 영향일까. 환경적 영향일 수도 있다. 아파트 안에서 생활한다거나 따뜻한 기후 조건과 우리나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생각해 보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 어르신들 말씀이 '여름에 아이 낳으면 골병든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경험에 의해서 웃어른의 가르침을 지혜로 여기게 되었다. 산후조리와 마찬가지로 요리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나의 아이들의 식단이 '건식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오븐을 이용한 요리가 대표적인 건식 스타일이다. 나 역시 빵, 피자, 그릴드 푸드 등을 좋아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그들은 간식이다. 


그래도 한 끼는 맛있게 먹는다. 그렇지만 두 끼는 싫다. 나의 아이들에게 김장 사진을 보냈다.

나의 겨울 식탁은 김장김치, 돌김, 뜨뜻한 국물 세 가지면 푸짐한 상차림이다. 여기에 조기탕까지 있으니 요즘 수라상을 차려먹는 기분이다.
아, 맛있겠다.


그럼 한통 보낼까? 하고 물었더니 절대 보내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나만 맛있게 먹는다. 보내지 말라면 보내지 않아야 한다. 서로 간의  절대적 의견 존중 시대다. 알아서 먹고살겠지 싶다. 그러다가도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집에 와서 조기 찌개도 좀 먹지.


제발 식사 좀 제때 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어야 할 텐데

음식과 건강에 관한 한 나는 어찌할 수 없는 엄마인 듯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잘 먹고살 것이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야 나의 아이들이 좋아할 테니, 우선 내 입에 들어갈 요리에 신경 써야 할 듯하다. 조기나 맛있게 먹어야겠다.



건강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이런 저 역시 가끔은 중독적인 매운맛이 그리울 때가 있어서 맛집을 찾게 됩니다. 지난 브런치 글 중 매운맛과 관련된 것을 링크합니다. 한입으로 두 말하는 경우가 살다 보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camp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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