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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ul 09. 2020

매콤 고추장 족발

여자 셋

매콤 달콤한 고추장 족발을 구실 삼아 만나서 수다를 떠는 여자 셋이 있다. 이들은 동네 친구도, 학교나 직장에서 만난 친구도 아니다. 자녀들이 친구라서 자녀들 덕에 만나게 되었고, 인생이 힘든 시기를 함께 보냈다. 아이들의 영어 학원에 함께 등록하여 영어 공부와 인생공부를 하며 20년 지기가 되었다. K마음 씀씀이 깊고 잔잔한 물이라면 다른 둘은 참으로 대조적인 성격이라서 어떤 논쟁이 발생하면 K는 다른 둘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함께 스페인 17일 배낭여행을 할 때도, 인생살이 사소한 논쟁을 심각하게 할 때도, 같은 주제 다른 생각을 해서 다투게 될 때도 언제나 K는 중간에서 다른 둘을 조화롭게 만들었다. 조용한 K가 좋아하는 음식은 아주 극도로 매운 음식이다.


어느 여름 저녁, 술을 좋아하는 Y가 매운 요리를 좋아하는 다른 둘을 선동하여 막걸리에 캅사이신 듬뿍 뿌려진 족발을 뜯고 있었다. 사실 Y는 막걸리에는 약한 데다가 매운 요리 또한 잘 먹지 못했지만 다른 두 친구와 수다를 떨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모두 웃고 떠들며 건배를 했다. 여름 무더위를 잊게 하는 시원한 막걸리에 빨간 족발을 오도독 베어 물었다. 고추장 족발은 잘 썰어진 것을 먹는 것보다 뼈째 잡고 손으로 뜯어먹어야 맛깔나고, 입에 묻어나는 그 매콤함으로 인해 막걸리나 맥주가 잘 넘어가는 그런 안주다.


막 두 번째 잔을 부딪칠 찰나에 전화를 받는 K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버지가 곧 임종하실 것 같으니 어서 오라는 비보였다. 하나가 가 버린 빈자리는 쓸쓸했지만 남은 친구들은 남은 술을 마저 마셨다. K의 아버지는 오랜 기간 병상에 계셨기에 다소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는 불쑥 다가와 오만 생각을 다 하게 만들었다. 참 인생이 허망하다는 둥, 우리도 언젠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둥, 남은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주량보다 더 마셨다. 매운 족발도 더 이상 맵게 느껴지지 않았다. 친구가 자주 아버지의 병문안을 하다 하필 오늘 친구들과 만난 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다면 내내 괴로워할 것이었다. 그들은 소중한 친구가 곁에 없게 될 미래의 어떤 순간에 대해 서글퍼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친구가 제발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제 때에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두 친구도 헤어졌다. 다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남은 두 친구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렇다 할지라도 임종 전 단 5분이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라 여겨지는 밤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K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켰다고 한다. 그 후로 그들은 고추장 족발을 먹을 때면 삶과 죽음을 경험한 그 밤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들 또한 짭조름하고, 매콤하고 , 콜라겐이 젤라틴이 되어 부드러우며 쫄깃한 고추장 족발을 많이 먹을 수는 없어졌다. 그들의 위장이 그리 건강하지 않아 졌기 때문이다. 너무 맵다고 귀를 두드려 가면서 헤헤거리면서 먹던 그 시절을 이야기하며 이제는 조금만 맵게, 될수록 짜지 않게 해서 먹게 되었다. 맛이 조금 떨어지게 느껴지지만 친구들의 수다 모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냠냠 족발

 

- 족발은 일반적으로 돼지의 앞다리를 이용함

- 앞다리는 운동을 많이 한 부위로 콜라겐이 많아서 구이로는 부적당함

- 습열 조리; 물을 엄청 많이 붓고 냄새 제거와 맛을 위해 무, 대파, 생강, 마늘, 사과, 진간장 등을 넣고 푹푹 고와야 부드러워 짐.(애벌로 5분 정도 물만 넣고 삶았다가 다시 깨끗이 씻고 털을 제거한 후 습열 조리함)

-  부드러워진 족발은 직화로 살짝 굽거나 토치를 사용하여 불맛을 냄

- 주의; 면도기 등을 사용하여 족발의 털을 완전히 제거할 것. 스페인에서 닭고기 튀김에  털이 수북해 무척 거부감이 느껴졌는데 청결면에서도 제거되어야 할 것 같음)



족발 소스(맛있는 고추장과 고춧가루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생각됨)


- 고춧가루

- 진간장

- 술; 청주? 화이트 와인? 맛술? 집에서 담근 과실주? (알코올의 역할은 잡냄새 제거를 주로 하지만 알코올에 단맛과 향을 지닌 성분이 있다면 더 좋다. 여러 가지 효소를 만들면서 동시에 단백질을 분해해 주기 때문임)

- 매실청 또는 과일 청(매실 청이 좋은 이유는 새콤 달콤 때문인데 본래 새콤 성분은 단백질을 육질은 신선하게 하고, 달콤 성분은 질긴 부위를 분해하여 부드럽게 해 주기 때문임)

- 간 마늘

- 고추장



전주에서 내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고추장 족발집 - 임금님 잔치 국숫집


잔치국수로 유명하지만 보들보들 불맛 고추장 족발의 맛이 더 끝내준다. 고추장 족발이라면 병원에서도 주문하실 정도로 아빠가 즐겨 찾으시던 집이다. 아빠 돌아가시고 일 년은 못 갔던 집인데 어제 들려서 포장해 왔다. 곁들이 아삭아삭 열무김치와 더불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고추장 범벅 족발이다.




<집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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