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안주인지 한 끼 식사인지?
평소 단짠 스타일인 갈비찜보다는 담백한 고기 상태로 먹는 삼겹살 소금구이를 선호한다. 삼겹, 오겹보다는 목삼겹을 좋아한다. 기름기가 적고 살코기 중심이기 때문이다. 제육볶음이라기보다 '삼겹살 마늘 구이'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후식으로 마신 뱅쇼. 스틱형 계피가 없어서 아쉬운 대로 가루를 이용했다. 역시 스틱형 나무 계피가 본연의 향을 충분히 낸다. 생강은 만들어 두었던 생강청을 넣었다. 생강청을 넣으니 맵지 않고 부드러웠다. 과일은 사과 반쪽 레몬 한 개. 보통 약간 단맛의 오렌지를 넣는데 없어서 황설탕을 조금 넣었다. 베이스 와인은 부드러운 레드와인을 사용한다. 베이스 와인을 좀 더 좋은 와인을 사용하면 풍미가 더해지지만 가벼운 와인을 사용한다. 더 자세한 뱅쇼 이야기는 지난 브런치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runch.co.kr/@campo/36
지난번에 '마늘, 생강, 계피 이야기'에서 마늘 예찬을 했는데, 마늘의 가장 큰 문제는 냄새다. 오늘 식탁만 해도 그렇다. 마늘을 많이 먹었더니 입에서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뱅쇼는 또 어떤가. 생강에 계피가 들어가니, 세 가지의 향신료를 오늘 한꺼번에 다 먹은 셈이다. 모두 강한 냄새를 풍기는 성분들이다. 양치질을 한 후 우유를 한 모금 입안에 넣고 오래 머금고 있다가 뱉어낸다. 확실히 냄새가 줄어든다.
돼지고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스페인 제육볶음을 떠 오른다. 고기에 별일을 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었다. 우리나라의 삼겹살과 매우 비슷하다. 한국의 제육볶음은 대부분 고추장 또는 간장 등에 갖은양념이 더해진다. 아무래도 밥이 주식인 반상차림에서 반찬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 위해서다.
아래 사진은 스페인에서 맛본 제육볶음이다. 자잘하게 잘라져서 기본양념이 고루 배어 있고, 약간 바삭거리는 식감이었다. 올리브 오일에 살짝 튀기듯 구워진 느낌이다. 맛이 깔끔하고 고소했다.
특이한 것은 옆에 레몬이 놓여 있어 즙을 뿌려 먹었다. 고기의 느끼함이 줄어든다. 고기 요리를 할 때 소스에 식초를 살짝 넣으면 맛있다. 육질을 순간적으로 신선하게 느끼게 하며, 고기의 누린 맛도 제거되기 때문이다. 마늘은 다져서 즙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올리브도 곁들이로 나왔는데, 나는 올리브 킬러라서 스페인 여행 내내 정말 맛있게 먹었다.
'김치 볶음 목삼겹과 이슬이 한잔'. 오래전 도자기를 배워 구운 술잔에 따르니 맑고 예쁘다. 경종 김치 볶음인데 사진을 보고 있자니 지금도 군침이 돈다. 고기는 후추 소금을 약간만 넣고 굽다가 고기는 주변으로 동그랗고 넓게 물린다. 중앙에 경종 김치를 볶는다. 고기에 김치의 향이 배어 맛있다. 마지막에 고기에만 발사믹 식초를 조금 뿌려준다.
경종 배추는 조선배추라고도 하는데 그 모양새가 포기배추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봄동과 유사한 맛인데, 길이가 길쭉해서 갓과 봄동 사이쯤에 해당한다. 줄기가 포기배추와 달리 단맛보다 고소한 맛이 더 강하다. 찌개 끓일 때 경종을 넣으면 김치의 모양새가 풀어지지 않고, 더 맛이 좋다.
취향에 따라 쌈을 싸 먹는데, 일반적으로 경종은 쌈보다는 김치로 주로 이용한다. 봄동이란 그림과 같이 노지에서 겨울을 보내 속이 들지 않았다. 잎이 퍼진 모습이다. 맛은 아주 고소하고 달달하다.
나의 취향은 경종인데 아이들 취향은 포기배추 쪽이다. 경종이 포기 배추에 비해 약간 질긴 느낌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취향대로 곁들이 채소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갑자기 배추 끝동이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술 좋아하지 않는 이를 위해 따뜻한 대추차 한잔 추가한다. 대추는 따뜻한 물에 씻어야 사이에 낀 먼지가 잘 제거된다. 대추, 생강, 통계피(나무 계피) 그리고 흑설탕 약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