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먹고 놀며 겨울 보내기
겨울아, 이제 그만 안녕을 말하자. 봄이 어려워하지 않니.
봄은 겨울에게 미안한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거둔다.
덩달아 놀란 새싹이 얼음 땡을 하고 있다.
밖에 두었던 새알팥죽을 들여와 보니 팥죽도 얼음 땡이다.
그 사이 해님이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함께 맛보고 싶은가 보다. 따뜻한 창가에 앉아 돌 위의 눈을 내려다본다. 금세 녹아들듯 하다. 창문을 두드리는 봄바람 소리를 듣는다.
자연이 얼린 새알심은 녹은 것보다 맛나다. 아마도 팥빙수는 언 팥죽에서 비롯되었나 싶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입 안의 언 팥죽이 녹기 전에 하늘은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아보카도 한알 지인에게 드렸더니 이만큼 키워서 주셨다. 초록 엄지(green thumb) 시다. 외국인 친구 가 알려준 초록 엄지(그린 썸)는 식물을 잘 다루는 분을 칭하는 말이라 한다.
레몬 씨앗들도 새싹을 냈다고 주신다.
커피나무를 올 해는 꼭 키워봐야지 싶다.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서 예쁘기도 하다.
초록 엄지님의 카페는 겨울 추위로부터 들여온 화초들의 피난처 같다. 유리 온실이 되었다.
초록 엄지님의 아보카도는 씨앗으로부터 이렇게 높게 잘 자랐다. 현재 2.5미터 정도 키다.
작두콩이다. 잭과 콩나무란 동화가 쓰인 이유를 알겠다. 우리 재래종에 비해 그 키가 어마어마하단다. 키워보니 3층 높이로 타고 올라갔단다.
배가 고프다. 어느 사이 저녁이다.
송천동 <족보 설렁탕>에서 설렁탕(8천 원)을 한 그릇 먹는다. 반찬이 맛깔스럽다. 커다란 무를 싹둑싹둑 썰어 먹는다. 특히 고추 짠지와 어리굴젓이 환상이다.
설렁탕 맛도 좋지만 설렁탕 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설렁탕이 아니라 어리굴젓이다. 설렁탕에 봄 냉이 한 뿌리 들어갔다면 훨씬 맛이 있을 것 같다. 새하얀 밥 위에 어리굴젓을 올려 먹으니 밥 한 그릇이 금세 사라졌다. 누가 다 먹었지?
식후에 커피, 매실차, 깨 과자가 무료 후식이다.
초록 엄지님이 주신 작두콩 네 알을 보니 백 원 동전 크기만 하다. 올봄에 심어서 작두콩 400개쯤 열릴까 꿈에 부푼다. 아니다. 무럭무럭 자라기만 하면 좋겠다.
이제 내일부터 정말 봄 아이가 봄 향기 머리에 이고 올 것 같다. 봄 나물이 나왔나 쏘다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