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문을 닫고 새로운 업종으로 변경을 택한 가게
아파트를 팔고 단독주택을 개조하기 위해 리모델링한 주택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모두 아름답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분들이라고 여긴다.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면서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 소소하게 살아가는 그들은 널리 알려지는 것도 흥미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자발적 홍보대사가 되어 본다.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에 시내에서 가게를 하시던 지인은 카페 주택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셨다.
구도심이 활성화된 것은 즐거운 일이나 술집이 즐비하게 생겼다. 새벽까지 취객이 있다 보니 이사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그래도 집값이 올라 다른 조용하고 넓은 곳으로 옮기셨다. 당분간 카페를 닫고 다른 일을 하신다고 하셨다. 디자인을 전공하신 분으로 직접 인테리어를 하셨다. 카페가 인도풍으로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가 참 좋았는데 아쉽다. 지금은 다가동 동산 아래의 마을로 이사를 하셨다. 이층 낡은 주택을 개조하여 사무실을 만들었다. 감각 있는 브로셔 디자인 작업을 하신다.
그런데 지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다행이었다. 객리단 길이 밤이면 술을 마시는 청춘들로 붐비고 시끄러워서 이사를 결심했던 것이다. 그런데 집을 판 이듬해, 코로나 상황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객리단을 가득 메웠던 손님들이 줄었다. 거리가 텅 비게 된 것이다. 그곳을 지날 때면, 새로 이사 온 '저분은 어떻게 할까'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주택을 인수하신 분은 월세 이백여 만원에 상가를 세 놓았다고 한다. 그 카페의 분위기는 새로운 사장님의 취향대로 페인트 색부터 달라졌다. 흥미로웠다. 지날 때 보면 매일 사장님 혼자 앉아계신다. 장사가 안되니 빚만 쌓이게 되었을 것 같다고 지인이 안타까워하셨다.
당장 자신의 건물에서 가게를 하는 경우는 그나마 임대료를 내지 않으니 낫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도 않다. 누구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월세 걱정이 없다고 해도 수입이 적으니 힘들다.
스파게티를 집밥처럼 정성스럽게 하는 곳이 있다. 사장님께서 목공을 하신 분이라서 실내 인테리어를 손수 하셨다. 사장님은 마을 토박이시고 이층 상가주택 건물은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것이다. 개인적 사정으로 시골에서 허브 농장을 하시다가 상가를 직접 운영하시게 되셨다.
스파게티가 8천 원인데 좋은 원두를 갈아 만든 아메리카노 한잔이 무료 후식이다. 자리는 몇 좌석 되지 않지만 한번 왔다간 사람들은 재 방문하는 곳이다.
처음에 바질을 키우셨을 때는 바질 파스타를 해 주셨는데, 그 맛은 내가 맛 본 중에 최고였다. 전주에 친구들이 놀러 오거나 아는 분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친구들은 이런 가격으로 장사가 어떻게 되는지 걱정을 할 정도였다. 친구는 감사하게 먹었다고 팁으로 만원을 더 냈다. 평소에 좀 더 가격을 올리시지 그러냐고 여쭈면 동네장사이니 이게 적정한 것 같다고 하셨다.
사장님의 가치관도 아주 건전하시며 정치 편향도 나와 맞으시다. 정치 이야기는 논쟁거리라서 사회에서 어지간하면 입밖에 꺼내지 않지만 그 부분이 맞으니 이야기를 나눠도 부담이 없다. 밥 먹으러 놀러 갔을 때, 손님이 없으면 시사 문제부터 요리, 인테리어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항상 배우는 입장이다. 심지어 냄비 사는 것, 맛있는 소스 만드는 비법, 화초 키우기 등 배울 것 천지다. 아주 열린 사고를 하신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장님이 요리를 하실 때, 부엌에서 구경을 하기도 하는데 요리 비법을 잘 알려주신다.
문제는 코로나와 함께 시작되었다.
2단계에 5인 이상 집합 금지 이후 단골손님들마저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장소가 작으니 접촉도 더 쉽게 된다는 생각에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와중에도 사장님은 정부시책은 합당하다고 하셨다. 코로나를 탓해야지 정부시책을 탓할 수 없다는 견해시다. 또 소상공인 지원정책으로 조금이나마 지원이 된다는 점도 이야기하셨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가게를 이어나가시기는 힘들다고 하시면서 업종을 변경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공간 대여를 하고자 하시고 음식점은 우선 접게 되었다. 문을 닫고 실내 인테리어의 목공 작업을 다시 하시기 시작하셨다.
나는 구경 차 정情(초코파이) 두 봉지를 들고 갔다. 커피라도 파시려나 하는 생각에서였고,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 역시 궁금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작업을 하시다 말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내려 주셨다.
어떤 색이 더 나은 것 같나요?
천연 오렌지 스테인과 인공 오일스테인을 칠했는데 어떤 쪽이 나은지 나의 의견을 물어보신다. 정말 오렌지 향이 느껴졌다. 오렌지 향이 나는데 색이 진하게 칠해진 것이 신기했다. 불로 지진 부분은 낙동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원목의 결을 살리기 위해 토치로 그을린 후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고, 살짝 다듬은 후 스테인을 발라 준 것이라고 한다.
요즘 세라믹 가구가 인기라고들 한다. 깔끔한 점이 있다. 그래도 나는 나무가 좋다. 나무들은 모두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고가구의 장점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런 고주택에서 나온 나무를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조금 가격이 있는 편이며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앤틱 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이런 작업을 한단다. 작업에 방해가 되니 조금 이야기를 나눈 후, 카페를 나왔다.
그리고 근처의 다른 목공 작업을 하시는 분의 가게를 알려주셨다. 여자분이 기계도 잘 다루시고 솜씨가 좋으시다면서 한번 구경 가 보라고 알려주셨다. 허물어져 가는 집의 한쪽 벽을 블록으로 하나하나 올리시더니 어느 날 멋지게 해 놓으셨다고 말씀하셨다.
알려주신 곳에 가 보니 문은 닫혀 있었다.
바로 위에 보이는 벽 전체를 직접 쌓아 만드셨다고 한다. 허물어져 가던 집의 변신이다. 창문은 나무로 만들었고 광목 커튼이 바람에 날리는 중이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유리창에 붙은 내용이었다. 유기견 임시 보호처이니 문의할 것과 강아지를 찾고 있다는 포스터다.
여기는 유기견 임시 보호처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길거리 고양이를 위한 피난처 밥그릇이다. 앙증맞은 처마가 마련되어 있다.
모두들 참 예쁘게 열심히 산다. 마음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이들을 접하니 훈훈하다. 주택가를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미세먼지가 있어 하늘이 조금 뿌옇다. 그래도 봄바람은 나에게 속삭인다.
이제 정말 봄이지? 겨울이 가니 코로나도 가져가 버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