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감사하는 삶
아침에 눈을 뜨면 브런치를 살피게 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웃의 이런저런 세상을 엿보는 것은 즐거움이다.
블루링크로 차에 시동을 건다. 아파트 2층이라 지상 주차장의 내 차가 훤하게 보인다. 집안에서 그 사이 머리를 매만진다.
집 정리하다 둘째 어릴 적 사진을 발견한 후 이렇게 두고 아침마다 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취직 공부 애쓴다~ 다 잘 될 거야!
숏컷을 해야 하나 매일 아침 거울의 나를 보면서 고민한다. 얼굴의 주름도 조금씩 늘어난다. 흰머리도 받아들이자 생각하지만 아직도 버럭증이 돋는다. "언제 이렇게 나이 들었어!" 나에게 한마디 한다. 염색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살짝 된다.
우린 이제 가릴수록 예쁘다고 말한 친구가 갑자기 생각난다. 선글라스로 가리고 마스크로 가리고 모자로 가린다. 그래도 몸매로도 나이를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어떤 분이 나에게 뒷모습 보면 아직도 젊어 보인다고 하면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한다. 앞모습은 역시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이란 것을 잠시 후에 생각한다.
5분 정도 집에서 몸 단장하는 사이에 긴 생각이 스친다. 구운몽을 보면 잠시 잠을 잔 사이 한 평생이 흘렀으니 찰나는 때로 영원이 된다. 시간을 본 나는 깜짝 놀라 바삐 차로 달려간다.
FM 채널 106.9의 영어 방송이 흐른다. 직장까지 겨우 7분 정도 운전하고 가는데 그 사이 한 문장이나마 듣고자 한다.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나 제발 이마 좀 잘 들이대 주면 좋을 텐데 무표정을 넘어 귀찮다는 듯 덥수룩한 머리칼을 늘어뜨려서 두 분께서는 늘 "다시 잘 서 주세요~."라고 말씀하신다. 그게 안타까운 나는 나 하나라도 잘해보자 하는 심정이다.
방역을 위해 나오신 분은 아르바이트 겸 오신 분이시다. 그분도 애쓰시지만 보건 선생님께서 제일 애쓰신다. 원래 아침잠이 많으신 분이 한 시간 가까이 일찍 출근하셔서 기계 장치도 점검하시고 새벽같이 서 계신다. 벌써 일 년 넘게 그리 하셨다.
그래서 아침에 그 앞을 지날 때면 웃게 해 드리려고 나는 두 번 말씀하시지 않게 머리를 바짝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애교를 부린다. 가끔 맛있는 간식을 선생님 호주머니에 넣어 드리기도 한다.
자리에 앉아 얼른 메신저를 켠다. 메신저를 켜지 않으면 출근을 확인하기 어렵다느니 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다. 물론 컴퓨터를 켜면 메신저는 자동으로 켜진다.
새 학기는 가르치는 연구 이외에 해야 할 파일 작업이 많다. 화장실 갈 사이도 없다. 일하다가 일어나서 수업 들어간다. 수업이 끝나면 다시 일하다가 수업 간다. 방광염 걸리는 교사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다. 나의 큰 딸도 근무 3년 차 되는데 엄마가 바쁘다고 한 말씀이 이해가 간다고 한다.
수업과 업무로 인해 일층부터 4층까지 종일 돌아다닌다. 뛰어다닌다. 마스크 쓰고 뛰어 수업에 들어가면 헥헥거리게 된다.
그런데 나는 요즘 행복하다. 이번 해에 만나는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복도에서 만난 어떤 아이 둘이 소리치며 간다. "쌤~ 수업 재밌어요~~." 요즘 재미 하나도 없게 진지한 수업 분위기다. 그런데도 그리 고운 말을 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선생님을 격려하면 신나서 수업할 것을 아는 것 같다. 나도 아이들에게 칭찬의 말을 더 해야지 싶다.
신나는 점심시간이다. 드디어 나에게 휴식시간이 온 것이다. 점심을 먹고 교정을 한번 돌아본다. 홍매화와 백매화가 한가득 피었다 졌다. 아름다운 꽃과 향을 선보인 후에는 우리 몸에 좋은 매실이 열릴 것이다.
목련도 보송보송 털이 올랐다가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더니 뚬벅 뚬벅 떨어져 내렸다.
동료 중 어떤 이는 목련 봉오리를 따서 차를 만들기도 한다. 봉오리 맺힐 때 따서 만든 차가 향이 깊다고 한다. 나는 나무에게 미안해서 차마 그런 행동을 못 하겠다.
매화는 다닥다닥 붙었기 때문에 봉오리 몇 개 딴다고 큰일 나지 않겠지만 목련은 듬성듬성 나는 데다 한번 잎이 벌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 그렇게 겨우 꽃봉오리 한번 피어나기도 전에 콕 따 버리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갑자기 퇴직한 친구가 생각나 전화한다.
"너는 뭐해? 다 바쁘게 출근하면 안 이상해?"
"응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지금 자수 놓는 중. 오후에 자수 배우러 가."
"그래, 좋겠다. 점심 거르지 말고 꼭 챙겨 먹어. 나도 나쁘지 않아. 막상 또 새 학기 시작하니 나름 재밌다. 우리 학교는 온통 꽃이다. 어디나 그렇겠지? 그런데 우리 여학생들도 꽃이야. 다들 참 예뻐. 하하하하."
제비꽃이 양지바른 돌 틈으로 고개를 내밀어 인사한다.
운동장 드넓게 민들레가 마냥 신나게 누워있다.
내 자리로 돌아와 앞 동료에게 "샘, 내 나이가 몇이죠?............ 뭐라고? 그렇게나 먹었다고?" 하하하......
나와 한 살 차이니 내 나이를 오히려 그녀에게 묻는다. 나는 나이를 잊고 산다.
정말이다. 나는 나이를 잊고 산다. 그래서 누가 나이 먹었다고 하면 화들짝 놀라서 반납하고 싶다. 이제 정말 받아들이며 살아야지 싶다.
하트를 받아 마음에 쏙 넣는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가 반나절 지나는 중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