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미꾸라지 한 마리
전북 정읍 내장사에 화재가 났다. 어젯밤 방송을 보는데 속이 상해서 혼났다. 안타깝고 아깝고 개탄할 일이다. 내장사의 화재를 일으킨 사람이 다름 아닌 승려라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재가 난 대웅전은 2012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2015년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창건 이후 네 번째 화재로 기록된다.
대웅전 안의 불상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불심 가득한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넘어 통탄할 일이다.
어디나 사람이 모인 집단에서는 분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런데 '분노조절 불가능한 사람'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법이 어렵다.
마을의 어떤 분은 평소 평범하시다. 술만 마시면 동네가 떠나가게 소리를 지르며 다니신다. 그것도 듣기 싫은 욕을 해대면서 다니신다. 조그만 슈퍼 하나를 운영하시는 아주머니는 술을 판매하지 않을 수도 없고 미칠 지경이라고 하신다. 다른 곳에서 마시고 또 와서 막걸리 한 병 마신 후 가게 앞 조그만 평상에 죽치고 앉아 있는다고 한다. 계속 고함을 치며 앉아서 욕을 하시니 장사가 방해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새벽부터 밤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고 동네를 휘젓고 욕을 하면서 큰소리로 외치고 다니신다고 한다. 이때 우리나라의 경우 고성방가에 대한 신고는 할 수도 없거니와 해 봤자 이를 제지할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친다든지 하는 직접적 행동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언어폭력도 폭력이다. 우리나라 법 중에 '심신 미약'에 의거하여 어쩌고 하는 부분에 제일 반발심이 생긴다. 술을 먹고 일을 벌인 경우도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제정신이 아니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죄를 책임지게 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승려가 술을 마시고 벌인 일이라니 제목만 들어도 답답한 노릇이다. 모든 승려가 그런 마음가짐이 아닐 텐데 이 일로 애먼 승려들이 또 한참 도마 위에 오를 듯하다.
신심 가득한 이들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되었을 일이다. 어느 곳이나 못된 미꾸라지는 있는 법이다. 일찌감치 가지를 쳐야겠지만 그 또한 힘든 일일 것이다. 미꾸라지를 잡아 본 사람들은 잘 안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것을 한 손으로 잡기란 어려운 일이다.
유럽에 가면 그들의 문화유산이 늘 부러웠다. 주택과 문화재를 건축할 때는 기후조건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지을 수밖에 없다. 나무는 많으나 돌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돌은 단지 기단을 쌓아 물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용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좁은 골목도 그대로 둔 멋스러움이 부럽기만 했었다.
그런데 한편 그들이 그것을 허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지하고자 노력했다기보다 주변에 있는 것으로 짓다 보니 튼튼한 건축물이 되었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돌도 좋지만 나무의 따뜻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경험을 해 보면 알겠지만 목조주택과 콘크리트 건물 내부에 한 시간만 앉아 있어 보면 분명 차이점을 느끼게 된다.
결국 대웅전은 잿더미만 남게 되었다는 보도를 접하니 아쉬움 가득한 날이다.
지난해 가을 여행한 내장사 풍경으로 아픈 마음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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