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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Nov 09. 2020

무주 구천동, 내장산, 백양사

 가을 단풍 세 걸음

오늘은 전주에서 조금 더 먼, 세 곳을 가 볼까 한다.  세 곳의 동동주와 파전의 맛과 가격도 비교해 본다. 산행 후에는 고양이가 어물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자석에 이끌리듯 동동주에 파전을 먹게 된다.


https://brunch.co.kr/@campo/48


2020년 10월 25일 무주 구천동 백련사 어사길 산행

무주 구천동 백련사 어사길은 나의 브런치 '따뜻한 식탁'편에서 소개한 바 있다. 구천동 막걸리는 6,000원, 파전 13000원. 탁 트인 곳에서 찬바람 맞으며 마시니 전혀 취하지 않았다. 파전은 파반 밀가루 반, 그래도 산행 후라 맛있었다.

무주 구천동의 가을 단풍

https://youtu.be/4wWcZAxqB9U

무주구천동 백련사 어사길 영상(2020 가을)

https://youtu.be/VasRxWlIxi4

물오름이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



10월 31일 내장산 산행

나는 가을에 단풍구경을 위해 유명한 산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숱하게 내장산에 갔지만 단풍이 절정일 때는 피했다. 내장산은 다른 계절에도 한가로운 나름의 멋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 20대 어느 즈음에, 내장산 단풍구경을 가자는 아빠의 성화에 못 이겨 다녀온 후, 단풍이 한창일 때는 한사코 외면한 곳이다. 그때 미국에서 외숙모가 오셨기에 모시고 간 것인데, 사실 갔다 와서 오히려 죄송스러웠다. 주차할 때부터 거의 전쟁이었다. 인파에 치여서 단풍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며, 케이블카를 타려고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그때 다짐했다. 다시는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겠노라고.


그 당시의 엄마 나이보다 더 들어서 이번에 내장산 단풍을 보러 간 것이다. 밀려서 발 디딜 틈 없었던 것을 기억하여 겨우 떠지는 눈을 비비고 새벽에 갔다. 요즘 한국 산행은 코로나로 인해 대형버스들이 다니지 않아서 제법 다닐만하다.


브이 형태로 가지 진 나무를 보니 엄마 생각이 났다. 예전의 엄마와 똑같이 나무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포즈를 취하고, 친구에게 사진 한 장 부탁했다. 사진을 찍어 보니, 나는 그 시절 엄마보다 예쁘지 않았다. 처음으로 좀 더 높은 곳까지 산행을 했다.


내장산은 깊숙이 들어갈수록 장엄한 산이라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계곡의 나무들을 바라보는 지점에 있는 가게에서 동동주와 파전을 주문했다. 동동주 10,000원, 파전 13,000원 어찌 점점 더 비싸진다 생각이 든다. 맛은 구천동과 비슷하다. 그래도 야외의 테이블에서 가을 단풍을 곁에 두고 친구와 먹으면서 단풍잎 한번 보고 파전 한번 먹고, 단풍잎 한번 보고 동동주를 마시면 아주 싼 가격이라고 말했다. 자린고비 전이 생각나는 음식이었다.


외숙모, 아빠, 엄마 우리 넷이 간 그곳에 있으니 여러 생각이 실타래처럼 늘어졌다. 이제 외숙모와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다리가 아프셔서 세 걸음 걸으시면 쉬셔야 한다. 나무는 우리보다 더 오래 남아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한다.


내장산 가을 단풍


11월 7일 장성 백암산 산행

전라북도 정읍 내장산의 단풍이 절정인 순간에, 전라남도의 장성군 백암산의 백양사 단풍 또한 명품이다.


백양사는 내장산보다 전주에서 조금 더 내려간다. 장성은 호수가 있어 가는 길이 아름다웠다. 도착하여 오르다 보니 들어가는 길이 내장산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사방에서 연신 탄성을 자아내는 소리가 들린다. 10월 마지막 날 내장산에 갔으니, 백양사를 오르던 순간 내장산 단풍 또한 절정에 이르렀을 것으로 생각된다.


거의 내려오니 역시 가게가 있다. 이번엔 글감 욕심에 다른 음식을 맛보려고 했다. 그러나 철판에 지글거리는 파전을 보니 그만 또다시 파전에 동동주를 주문하고 말았다. 동동주 10,000, 파전 15,000. 매주 가는 곳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동동주가 제일 그럴듯한 동동주에 가까웠다.

https://youtu.be/QA0N5IespFc

백양사



야외 테이블인 점은 다른 곳과 비슷했지만 천막이 있어서 나무들이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는 둥글넓적한 갈색 도자기 술독에 동동주를 표주박으로 떠서 마시니 절로 대학시절 생각이 났다.


대학 시절 이젤과 화구를 메고 매주 버스 종점에 내려 그림을 그렸다. 버스 종점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절들 또한 나의 추억 속에 아련하다.


여름에는 스케치 여행, 가을에는 낙엽제 그리고 겨울에는 백설제. 그렇듯 그림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그들과 여행을 떠났다. 나는 그림보다는 수다 여행을 갔던 것 같다.


다음에는 동학사의 가을을 보고 싶다. 그 계곡에서 그림을 그릴 때, 계곡의 단풍과 내 캔버스의 단풍이 어우러져 나는 스스로 화가가 된 듯 도취했었다. 어쭙잖은 감상에 젖어 있던 시절이었다.


그렇듯 철부지 시절에 한국의 이곳저곳을 돌아본 것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 마음의 평안을 가진 나이에 천천히 나뭇잎을 통해 반짝이는 햇빛을 보는 즐거움에 더욱 행복감을 느낀다. 나를 찍는 것보다 곁에 길을 걷는 이들을 보며, 사람들의 다양한 뒷모습을 찍고 날리는 나뭇잎을 감탄스럽게 본다. 살아 있음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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