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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Oct 28. 2020

파전에 동동주

무주 구천동 계곡

무주 구천동에 단풍이 절정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이른 새벽 길을 나섰다. 저 멀리 레이어 된 산자락 사이로 안개가 유영하고 있다.  호수에서 스멀거리는 용트림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이것을 물오름이라 한다던데 태어나서 이런 장관은 처음이다.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쉽다.

26번 국도와 37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니 드디어 무주리조트 스키대여점들이 보인다. 무주구천동에 다다른 것이다. 겨울 스키가 생각난다.


무주구천동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백련사까지 가는 길은 왕복 10km 정도다. 이 길을 어사 박문수가 다녀갔다 해서 어사길이라 칭한다.


산행 중 어느 곳을 보아도 아름다워서 핸드폰을 눌러대다가 친구를 놓치고 말았다.

(산행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한명, 두명, 세명, 네명 정도 조용조용히 마스크를 쓰고 길을 걷는다.)

코로나 이전, 외국인들이 놀라는 우리나라 산행 모습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 마스크로 얼굴을 온통 덮고 다닌다. 둘째, 동네 뒷산을 가도 비싸고 화려한 등산복을 입고 다니며, 심지어 아무 곳에서든 그 옷을 입는다. 셋째, 산행 시 아무데서나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를 한다. 나는 해마다 가을이면 떼로 몰려다니며 떠드는 등산객이 싫어서 가을 단풍 맞이를 다니지 못했다.


올봄에 미세먼지가 줄어든 것이 코로나로 인한 반사작용이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을 산행 습관이나 행동양식도 바뀌었다. 첫째, 외국인도 마스크를 쓴다. 둘째, 등산객이 완전히 줄었다. 버스로 대 이동을 하는 단체 등산객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아주 조용히 두 세명이 흩어져서 김밥을 먹는 등, 간단한 식사를 한다. 고성방가가 사라졌다. 평화로운 산행이 가능하다. 넷째, 등산복의 디자인이 다소 무난한 형태와 색을 띠게 되었다.


화려한 고급 등산복을 나무랄 수는 없다. 등산을 하다 보면 기능성 옷을 입는 것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다만 고가의 등산복을 앞다투어 구매하고, 시도 때도 없이 입는 모습은 나의 취향이 아닐 뿐이다.


계곡을 따라 아름다운 단풍을 보며 걷다 보면 금세 백련사에 도착한다.

(백련사)
(이 곳은 한 단 높은 층이어서 담장에 서서 아래를 볼때, 가우디의 구엘 공원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던 것이 생각났다)
(아주 넓은 쉼터, 질경이들의 놀이터)

가우디의 구엘 공원이 부럽지 않은 너른 잔디밭에 앉아 김밥 한 줄에, 화분에 심어 말려 만든 페퍼민트 차를 마신다. 앉아서 보니, 잔디가 아니라 질경이와 쑥으로 가득한 곳이다.


향적봉에 오르는 이들을 본다. 나는 본래 어사길을 목적으로 백련사까지의 산행 목표를 채웠으니, 하산한다.


오를 때는 산길로, 내려올 때는 너른 길로, 발길을 옮긴다. 산아래에 가까워지니 김밥 한 줄 먹은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마침, 산 밑에 동동주와 파전이 보인다. 아니 들를 수 없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멀찌기 떨어져서 구천동 막걸리와 파전을 주문한다.


운전 때문에 마시지 못하는 친구에게 조금 미안하다. 구천동 막걸리 육천 냥, 파전 만삼 천냥, '노란 양재기'에 동동주를 따라 한잔 들이켠다. 땀을 흘린지라 목 넘김이 시원하다. 파전을 쭉 찢어 맛을 본다. 오징어도 없이 달랑 파가 주를 이루는데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역시 파전과 막걸리는 환상의 마리아주다.

https://youtu.be/VasRxWlIxi4

물오름

https://youtu.be/4wWcZAxqB9U

무주구천동 어사길



지난 일요일 산행을 했습니다. 저의 핸드폰은 아이폰 11프로여서 지문인식이 없고, 얼굴인식 시스템입니다.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비번을 눌러야만 핸드폰이 열리지요. 이번만 찍어야지 하고 나면, 또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 싶은 마음에 다시 비번을 누르게 되었답니다. 다음엔 차라리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카메라를 장만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집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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