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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Mar 15. 2021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메주 만들기

나는 노랑 콩이야. 벌써 잊은 건 아니지? 그동안 잘 지냈어? 나도 푹 쉬면서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생각했어.

우리의 역사적 사명은 사람 몸에 이로운 음식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줬지? 마침 지난 주말에 루씨의 식탁에 고추장 비빔밥이 올라온 거야. 고추장에 들어있는 노랑 콩가루들이 마구 떠들어대서 잠을 깻다니까.


뭐라고? 고추장에 노랑 콩인 메줏가루가 들어간 것을 모른다고? 아하, 그래서 그 아이들이 그렇게 시끄러웠구나. 루씨가 뭐라는 줄 알아? 고추장은 고춧가루가 좋으면 다 된 거라고 하는 거 있지. 그리고 엿기름 조청으로 만들어서 이렇게 맛이 좋다고 하면서 노랑 콩가루 이야기는 아예 한마디도 안 하는 거야.


그러니 메줏가루들이 얼마나 서운하겠어. 콩을 찐 후에 운명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이야기를 해야겠어. 먼저 고추장 만드는 법을 알려줄게.


노랑 콩으로 메주를 만들지? 그래서 우리들을 메주콩이라고도 하잖아. 메주 만들기는 알지?


뭐라고? 메주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른다고?


그래, 루씨는 고추장에 메줏가루 들어가는 것도 몰랐으니까. 내가 메주 이야기부터 차근차근해 줄게. 나는 시간이 많으니까 괜찮아.


지루할 수 있으니까 내가 그림으로 그린 것을 보여줄게. 짠~~~





그럼 다 만들어진 메주를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주렁주렁 달아. 이때 짚을 이용 하면 좋대. 이렇게 해서 더 시간이 지나면 좋은 균이 나와. 황국균이라고 해. 내가 그림을 좀 그릴 줄 알아서 다행이야. 그림을 보면 쉽지?



어휴, 오늘 이야기가 길어져서 잠이 온다고? 알았어. 그럼 고추장은 다음에 이야기하자. 대신 맛있게 생긴 고추장 비빔밥 사진 보여줄게. 밤중에 늦게 뭐 먹을 생각은 하지 마~! 건강에 안 좋으니까.

생채가 있어야 색이 맞을 듯 하다. 몇치 좋아하는 나는 생채대신 잔멸치 볶음을 올린다.
오래 전 먹은 비빔밥 사진. 노란 지단을 채 썬 모습이 보기가 좋다.


나는 할 이야기가 많은데 루씨가 컴퓨터를 켜 줘야지만 내가 수다를 떨어. 루씨가 노트북을 닫으려고 하니 나도 이제 자러 갈 준비를 해야겠다.


또 만나자~~^^



<노랑 콩의 일기> 2021-3-15 밤 11:19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다. 전폭적인 신뢰를 뜻한다. 내가 말하면 사람들이 다 믿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말해도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이런 일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신뢰받기를 원하고 신뢰할 사람 곁에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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