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 주세요

79번 버스와 찐빵

by 루씨

전주 79번 시내버스는 나의 고향 마을을 지나 금산사까지 안내하는 버스다. 2015년 말 79번 일반 버스가 빨간 명품 버스로 바뀌어 전주의 주요 관광 지점을 경유하게 되었다. 전주시 최초의 트롤리 명품버스다. 전주 79번 버스는 한동안 매체에 그렇게 오르내렸다.



“우리 국민학교 때 버스비가 얼마였지?”하고 친구들에게 물었지만, 다들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나 역시 버스비는 모르겠다. 다만, 나를 괴롭혔던 김이 모락모락 나던 찐빵 몇 개의 가격이 버스비와 같았다는 것만 기억한다.


어린 시절 충분한 용돈이란 받을 수가 없었다. 버스비가 없어서 두세 시간을 걸어 다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민학교 4학년에 전학을 갔다. 집에서 두 시간 이상 족히 걸어야 하는 시내 학교로 전학을 간 나에게 엄마는 매일 아침 그날의 버스비를 주셨다.


그 당시 버스는 시간을 잘 어겼고, 걸핏하면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거나 하는 이유로 시간을 건너뛰어 보통 1시간 이상 기다렸다. 대체 언제 다시 버스가 오는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다음 버스 차 시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버스 정류장 바로 그 문제의 장소 옆에 찐빵집이 있었다. 그곳 유리창 너머로 언제나 어김없이 찐빵 솥단지가 보였다.


만약, 손님이 들러 찐빵을 사면 마법의 램프에서 지니가 나타나듯 뭉개 구름 속 하얀 찐빵이 드러났다. 79번 버스를 기다리다가 시간이 지나도 기색이 없으면 조바심을 넘어서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말았다.


그러면, 선택을 해야 했다. 찐빵을 먹고 걸어갈지, 계속 기다릴지.

어느 날은 나의 이성이 마비되어 찐빵집에 들어가 버스비를 내밀고 “찐빵 주세요!”하게 된다. 그러면 주인아주머니께서 조금씩 김이 나던 솥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아지랑이 같던 김이 온 가게에 순식간에 퍼지면서 하얗고 부드럽고 둥그런 찐빵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뜨거운 찐빵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반으로 가르면 달짝지근 맛 좋은 적갈색의 팥 앙금이 적당히 촉촉했다.

그 집의 찐빵은 앙금뿐 아니라 표면의 흰 빵 부분도 얇으면서 터지지 않고, 부드럽기가 말할 수 없이 살살 녹았다.

버스비를 날리고 맛있게 찐빵을 먹을 때까지는 먹는 자체가 너무 행복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혼자서 버스를 기다리는 날에 만약 찐빵을 사 먹게 되었을 때는 홀로 두 시간 넘는 길을 걸어서 집까지 가야 했기에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였다.


부모님께는 차마 “찐빵 사 먹어서 버스 못 탔어요!”라고 대답을 못 했다. 버스가 두 번의 차 시간이 가도록 오지 않아서 그랬다고 말씀드렸다. 걸어오는 내내 이상한 사람 만날까, 혹은 길가에 뱀이 지나가면 어쩌나,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때 찐빵과 버스비를 교환한 대가는 아주 혹독했던 것 같다.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의 찐빵 사랑은 계속되어 내 몸은 고단했다.









79번 버스는 2016년부터 다시 일반 버스가 되어 원래 노선을 운행하게 되었다. 전주 트롤리 명품버스는 그 후 여러 차례 번호판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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