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희망이다
살구꽃이 피면, 꽃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곧 살구가 열릴 것이란 생각에 부풀었다. 꽃이 지고 살구가 주렁주렁 열리면 아주 잘 익은 살구를 따 먹거나 떨어진 것을 먹었다.
그래서 모든 과육의 꽃은 나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다. 곧 맛있는 열매를 나에게 선사하게 될 것이기에.
살구가 익을 무렵이면 매일 아침 살구나무 아래에 가는 것이 우리들의 일과의 시작이었다. 일찍 일어나야 맛있는 살구를 선점했다. 익어가는 중이었으니 먼저 익어서 떨어진 것을 먹을 셈이었다.
어떤 때, 잘 익은 줄 알고 먹었다가 시디 시어서 낭패를 본 적도 있었다. 일찍 떨어진 채로 익은 것들은 싱싱하지도 않고 맛도 없었기 때문이다.
시골 우리 집은 과실나무가 종류별로 한 그루씩 있었다.
어질 적에 나는 그 나무들 아래에서 목이 빠지게 위를 올려다보곤 했다. 감히 올라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주로 떨어진 것을 먹거나 장대를 들고 다녔다. 다섯 형제자매였고 살구나무가 높아서 아빠가 따 주시지 않으면 제 손으로 따기란 어려웠다.
유독 살구나무 아래에는 장대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돌멩이를 위로 던져보기도 하고 서로 장대로 따려고 하기도 했다.
살구가 모두 주황색으로 잘 익으면, 바가지에 따 온 살구를 씻어 맛있게 나눠 먹었다. 시골마을은 가게가 없어 군것질이란 단어는 생소했고 모든 것이 맛있었다.
오도독 통째 우물거리면서 입 안에서 씨앗을 발라내거나 반으로 톡 자르면 예쁜 씨앗이 보인다. 살구와 매실의 차이점은 반으로 톡 갈라지면 살구고 갈라지지 않으면 매실이라고 한다.
살구나무 아래에서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과육이 모두 털린 자리에 나뭇잎이 다음 해를 위해서 자양분을 모은다. 더욱 짙푸르게 변하는 것이다.
살구나무는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한다. 우리들은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그네를 탔다. 여러 면에서 제 구실을 톡톡히 하는 나무였다.
청 매실같이 새콤한 살구가 입안에 들어오면 살구꽃 피던 나의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온 가족이 와글거리던 그 시절로..... 익지도 않은 살구를 따 먹으려 서성거렸던 어린아이의 마음이 된다.
참고)
살구는 버찌나 체리에 비하면 우리 토종이다. 체리는 양벚나무 열매, 버찌는 일반 벚나무 열매라고 알려졌다. 요즘에는 앵두 체리, 체리 자두 등 종이 더욱 다양한 듯하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벚꽃나무를 많이 심지 않았다.
살구의 영양분은 익히 알려졌다. 씨앗까지 우리 몸에 유용하다. 화장품의 재료로도 사용된다. 살구는 중부지방에서 6월 중순 경부터 잘 익은 살구가 하나 둘 떨어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