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희망이다
살구꽃이 피면, 꽃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곧 살구가 열릴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다. 꽃이 지고 살구가 주렁주렁 열리면 아주 잘 익은 살구를 따 먹거나 떨어진 것을 먹었다.
그래서 모든 과육의 꽃은 나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다. 곧 맛있는 열매를 나에게 선사하게 될 것이기에.
살구가 익을 무렵이면 매일 아침 살구나무 아래에 가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다. 일찍 일어나야 맛있는 살구를 선점했다. 익어가는 중이었으니 먼저 익어서 떨어진 것을 먹을 셈이었다.
어떤 때, 잘 익은 줄 알고 먹었다가 시디 시어서 낭패를 본 적도 있었다. 일찍 떨어진 채로 익은 것들은 싱싱하지도 않고 맛도 없었기 때문이다.
시골 우리 집은 과실나무가 종류별로 한 그루씩 있었다.
어질 적에 나는 그 나무들 아래에서 목이 빠지게 위를 올려다보곤 했다. 감히 올라가지는 못했다. 살구나무가 높아서 아빠가 따 주시지 않으면 제 손으로 따기란 어려웠다. 주로 살구나무 아래에는 장대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돌멩이를 위로 던져보기도 하고 서로 장대로 따려고 하기도 했다. 익은 살구를 통째 우물거리면서 입 안에서 씨앗을 발라내거나 손으로 톡 자르면 예쁜 씨앗이 보인다.
새콤달콤한 살구를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내 기억은 잠시 살구꽃 피던 어린 날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온 가족이 와글거리던 그 시절로..... 익지도 않은 살구를 따 먹으려 서성거렸던 어린아이의 마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