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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Oct 08. 2020

진달래 먹고 화전 부치고

진달래 꽃 핀 뒷산

화전花煎은 꽃전으로, 찹쌀떡 위에 꽃을 고명으로 얹어 기름에 지지는 요리이다. 고향 마을에 꽃은 사시사철 피어나므로 어떤 계절이든 화전을 만들 수 있었다. 꽃이 나지 않는 겨울에는 대추로 꽃 모양을 만들고 초록 채소의 잎으로 장식했다. ‘화전’하면 가장 먼저 진달래 화전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 살았다면 모두들 진달래를 따 먹어 보았을 것이다.      


할머니께서 진달래 꽃잎을 따오라고 하시면 뒷산에 올라 여기저기 예쁘게 피어난 꽃잎들을 연신 입에 넣어 우물거리면서 바구니에 담았다.  맛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예쁜 꽃잎을 먹으면 나도 예뻐질  같았다. 주의해야  것은 진달래 종류   진달래는 독성이 있어서 먹으면 큰일이 난다는 것이다.  진달래꽃은 수수하고 연한 분홍빛으로 열여덟 청춘의 수줍은  같은 색이라면,  진달래꽃은   색이 화사하고 진하며 꽃받침이 끈적인다. 사실  진달래가 먼저 피어나기 때문에 구별이 쉬워   진달래를  먹고 복통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시절에는 어르신들의 경험을 듣고 행동했다. 더불어 자신의 직관으로 먹을  있는 것과 아닌 것을 익혔던  같다. 주로 지나치게 화려한 것들이 독성을 지녔는데, 버섯도 마찬가지였다. 뒷산은 마치 보물 창고와 같았다. 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니면,  좋은 식재료를 구할  있었다. 진달래의 꽃말은 첫사랑, 사랑의 기쁨이라고 한다. 그런 꽃말을 알리가 없었지만 춘삼월 뒷산에 봄을 알리며 무리 지어 피어나는 연분홍빛 진달래꽃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살랑이게 했다.     

외국인들이 나에게 가장 한국적인 요리를 꼽으라면 화전을 첫째로 언급한다. 진달래 이야기를 전하면서, 성장하며 익힌 김소월의 시도 알려준다. 아주 오래전, 한국요리 나눔 프로젝트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여러 명의 외국인들이 참여했는데, 여러 한국 요리 중 단연 화전이 손꼽혔다.  커다란 덩치의 영국 청년이 기억에 남는다. 익반죽 한 찹쌀가루를 버무려서 동전 크기만큼 작고 동그랗게 만든 후 꽃을 얹는 모습이 참으로 진지했다. 그날의 셰프 역할을 한 선배 언니는 직접 재배한 꽃들을 모아 왔고, 동시통역을 맡았던 친구들 모두 한마음이 되어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에 열심이었다.

추석을 맞이한 가을 하늘이 맑고 푸르다. 길가에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들판은 황금빛으로 빛나며, 산에는 국화가 아름답다. 국화꽃은 통째로 화전에 얹는다. 국화꽃 화전을 만들어야겠다. 시럽을 뿌려 달달하면서, 찹쌀로 만들어 쫀득한 식감이 있는 국화꽃 화전은 먹기가 아까울 만큼 아름답다.

 

꽃잎을 낱장으로 뜯어서 다시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통 꽃을 올리기도 한다. 화전 만들기의 핵심은 꽃의 색이 변색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요리 체험 프로젝트(2010년)

                                                  

* 만들기 :     

찹쌀가루는 1C 일 때 끓는 물 4 수저를 넣고

시금치 물로 녹색, 비트로 붉은색, 치자로 노란색, 색을 넣지 않고 흰색으로 4 가지 색을 내어 잘 치대어 익반죽 하여 젖은 행주로 덮어 놓는다.     

익반죽 한 것을 동그랗게 동전만 한 크기로 만들어서 프라이팬을 약하게 달구어 식용유를 넣고 지져내면서 각종 잎을 얹어 화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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