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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카 가문비나무와 나

꿈꾸는 마당에서 행복을 이야기하다

by 루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는 오늘도 한그루 나무를 심었다. 코니카 가문비나무다. 첫 번째 작업실의 비좁은 공간에 있던 것을 옮겨 심었다.


옮겨심기 위해 나무를 파 낸 후에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무 주변을 둘러싼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고무줄로 묶어진 것을 풀지 않은 채 일 년을 그대로 살게 한 것이다.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첫 번째 공간에서 세상에 나오기를 꺼렸다. 그리고 조용히 오롯이 나만을 위해 지냈다. 이제 세상과 소통하고 장소도 오픈하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나무에 묶여 있던 끈을 풀어주면서 말했다. 우리 이 곳에서 행복하자.


나의 '꿈꾸는 마당'에서 나무들, 꽃들 그리고 지인들과 행복을 나누게 될 것이다.

첫날 가식수 한 코니카 가문비


원래 분홍 표시된 지점의 코니카 가문비를 최종적으로 입구 쪽에 옮겨 심었다. 그리고 구이저수지 둘레길 마실 나갔다가 만난 나무 아저씨에게 사 온 목련 한그루도 코니카 가문비 조금 떨어져서 심었다.


코니카 가문비와 나는 마당에서 이제 신이 났다.


잔디 깔기


동생이 애써 깔아준 마당의 자갈을 모두 걷어내고 잔디를 심기로 했다.


동생에게는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실 자갈을 마당에 놓을 때만 해도 집을 잘 정리해서 팔아 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마당 넓은 그곳을 향했다. 마침 집이 팔리지 않았다. 결국 나의 마당이 될 곳이었다.


처음 계획은 주차장을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신축이나 증축이 아닌 리모델링은 과거 건축법을 따르기 때문에 대지에 반드시 주차장을 계획하지 않아도 된다.


주변 골목길에 주차가 가능하다. 바로 옆 종교 시설의 주차장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이웃 주민에게 오픈된다. 도심에 집을 사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봐야 하는 것이 주차장이다. 신 건축법은 반드시 주차장을 지어야 한다. 20평 이하의 상가는 주차장을 짓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주차장을 만들기로 결론을 내렸다. 남편은 화강석을 하라고 하는데 S 대표는 자꾸 화산석을 하라고 한다. 나는 모르겠다. 남편이 아마 좋은 것으로 하라는 말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경비 문제도 있고 그래서 그냥 시공하는 분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다면 화산석 사이를 시멘트 매지로 할지, 잔디로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전원주택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자기는 화산석 사이에 잔디를 했는데 현재 후회 중이라고 한다. S 대표가 잘 다듬지 않아 난리인 화산석 사이 잔디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네~ 알겠어요.
주차장은 화산석에 시멘트 매지로 할게요.


큰 나무들이 자리 잡은 뒤에 작은 꽃들을 심는다.


옮기고 심고


나의 차로 무거운 코니까 가문비나무를 옮겼다.

코니카 가문비나무, 쓰담 쓰담하면서 옮겼다. 햇빛을 잘 받으면 사랑의 빨간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홍가시나무들 역시 우선 심어 놓고 옮길 예정. 전지가위로 위를 정리해야 할 듯하다.


코니카 가문비나무 역시 차에 낑낑대고 싣고 가서 입구 쪽에 심으려고 보니 담장이 다 완성되지 않아 우선 마당 한쪽에 심었다.

이미 심은 나무들을 돌아보았다. 처음엔 물을 자주 줘야 한다. 나중엔 너무 물을 지나치게 많이 주면 안 된다. 배수에 신경 써야 한다. 잘 될 것 같다.


마당을 팔 때마다 느낀다. 호미가 없으면 안 된다. 돌자갈이 많기 때문이다.


식물은 물이 없어서 죽는 것보다 과습으로 죽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과잉보호는 좋지 않다.


측면 현관 입구. 오래된 벽돌 위에 크림 화이트를 칠하니 아름답다.
서부해당화
수양 홍도화


가족 문자 방에 사진을 올리니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엄마는 정말 대단해. 체력도 좋아!


남동생에게 나무 심은 사진을 보냈더니 남동생이 말한다.


피는 못 속여

아빠는 늘 나무를 심으셨고 엄마는 그만 좀 심으라 하셨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고 했다. 그런데 빈자리의 땅이 보인다. 작고 예쁜 꽃들을 심어야겠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점점 예뻐지는 집에 매일 한 그루씩 꽃과 나무를 심고 있다.


정말 이런 보라 장미가 나올는지 학수고대한다. 리모델링으로 페인트만 칠한 철판을 뛰어넘는 장미덩굴이 되기를 빌며 물을 열심히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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