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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Apr 20. 2021

왜 그림이 배우고 싶은가

우리 모두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림에 대한 열정을 품고 산다. '나도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에서 '나도  그리면 좋겠다' 등 여러 가지다. 사람들이 어렸을 때는 모두가 화가다. 나는 어린아이들 그림에 환장을 한다. 너무 좋아해서 옆에서 그 아이들을 따라 그리고 싶어 질 때가 많다. 그 아이들에게 배우고 싶다. 내가 말하는 아이들이란 그림이라는 것에 대해 지도받기 이전의 아이의 모습이다. 모두가 그림을 잘 그렸지만 문자를 익힌 이후 방법을 잊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 그림을 좋아하지만 나 역시 이미 문자에 익숙해졌다. 나의 로망은 아이 그림이지만 어른의 그림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림 지도 이야기


기초 드로잉과 컬러링을 가르쳐 본 적이 있다. 기초 지식이나 실력이 없던 사람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동료들에게는 동아리 활동으로 했다. 특별한 지인의 경우 5회로 끝내는 강좌였다. 아래 그림과 같다.

드로잉 북은 기존의 출판되어 있는 책을 사용.


내가 만든 '보태니컬 컬러링' 동료 동호회를 통해 그들은 그림의 맛을 알게 되었다. 몇몇에게는 기초 부분을 알려주었다. '꽃'이라는 주제로 재능기부를 한 것이다.


처음에는 수채 색연필을 이용했다. 이를 계기로 물감도 사고, 이후에 스스로 열심히 해서 컬러링 북을 여러 권 채운 동료도 있다.


이제 그들은 전문 수채화 선생님을 통해 상당히 난이도가 높아진 그림을 멋지게 그리고 있다. 매년 전시회도 하다. 매우 성장한 그들의 모습을 본다.


그림실력이 높아져서 어느 날  그들의 그림을 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인생의 재미가 하나 더해진 모습들이다.


직장 밖에서 만난 두 분이 생각난다. 모두 나의 휴가 기간 중에 5회 만났다. 나의 첫 번 공방에 온 몇 안 되는 손님들이다.


공방의 벽이 흰색인데 커튼도 흰색. 그래서 색을 입혔다. 아크릴 물감. 햇빛의 변화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한분은  학교 순회를 다닐  알게  분이다.


한 학교에만 오랜 기간 근무하던 나는 다른 학교에 가니 신입이 된 느낌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학교에 가면 예쁜 기간제 선생님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핸드드립을 좋아한 나는 다른 커피를 들고 가서 함께 내려마시기도 했다. 그 후,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와인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집에 와인이 여러 병 있는데, 마시는 사람이 없다면서 나에게 선물로 줬다. 우리는 커피와 와인 이야기를 하다가 그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도 없다는 것. 그런데 관심은 아주 조금 있다는 것. 그래서 딱 5번 나와 만나기로 했다. 그 후 도형에도 어떤 아름다움이 있는지 새롭게 느꼈다고 했다. 삼각형 사각형 원 등을 분할하고 색을 입히는 연습도 했다. 수채화 물감 사용법을 쉽게 익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림 맛을 알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녀는 당장 임용고시 준비를 해야 했기에 서울 고시원으로 떠났다. 젊은 나이에 또 골방 같은 데서 공부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그때 그림을 배우는 것보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으며 먹고사는 일이 아닌 '무엇'을 하는 그 자체가 행복한 듯 보였다. 우리 둘 모두에게 힐링타임이었다


그녀는 20대 수학 선생님으로 현재 임용고시 공부 중이다. 제발 이번 해에는 합격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합격을 해야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볼 것 같다. 우리는 서로 인생의 달콤한 맛만 나누었기에 잠시의 만남이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사실 그 당시 나의 공간은 누구나 갖고 싶은 아지트였다. 일층 높이가 높아서 음악의 울림도 좋았다.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틀고 그림을 배운다.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얼음 넣은 샹그리아를 내기도 했다. 어느 날은 파스타도 만들어줬다.

공방에 빛이 들면 커튼의 음영이 생기고 나는 그런 음영을 좋아했다


다른 한 분은 영어 회화에서 만났다.


나와 비슷한 연령이다. 전북대 어학원의 레벨 5 강의는 토론 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를 제외하고 대부분 대학생들이었다. 평소에는 저녁 7시 반 강의를 듣고, 방학기간은 아침 9시 강의를 들었다. 느슨해지는 것이 싫었다.


우리 반의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수강생들은 처음에는 마음먹고 등록을 많이 하지만 곧 숫자가 줄어든다. 방학이니 여행을 떠나거나 다른 일이 생기거나 놀고 싶거나 여러 이유다. 몇 사람 되지도 않아 그녀와 대화를 나눈 후 빵을 잘 만드는 것에 놀랐다. 보태니컬 컬러링 책만 사놓고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도와주기로 했다.


그녀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단 5회 만에 제법 그림의 속성을 파악했다. 올 때마다 맛있는 빵을 구워왔다. 그래서 그녀가 올 때를 기다리게 되었다.


지금도 그녀를 떠 올리면 맛있는 빵이 떠 오른다.


지난해 한번 만나 식사를 했는데 문화 센터에서 보태니컬 컬러링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우리들이 함께 한 시간과 같은 재미는 없다고 한다. 뭐하러 이렇게 열심히 그리고 있는가 생각이 든단다. 나와 할 때도 정말 열심히 해서 나중에 입술이 부르트기까지 했다. 그래도 재밌었다니 다행이다.


아마 지금은 그녀 역시 나보다 훨씬 그림을 잘 그리게 되었을 것 같다. 그림을 그리든 무엇을 하든 그 작업이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아름답고, 영어도 잘하고, 빵도 맛있게 굽고, 두 아들을 의사로 잘 키워냈다. 능력 있으며 겸손하고 늘 남을 배려한다. 한마디로 멋진 여인네다.


루씨의 캐릭터

그림에 입문하는 이유가 입시나 전문가가 되기 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부분에 대해 부연설명이 필요한 듯하여 조금 보탠다. 전문인인 경우에도 이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인이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인고의 세월을 버텨내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림을 취미로 조금 접하고 잘 그려야지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취미가 곧 생지옥이 될 것이 뻔하다. 인생 재미없을 것 같다는 말이다. 힐링의 시간을 힐링으로 보내는 적절한 수위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인고의 과정을 겪으면서 성숙한 상태가 되는 것은 진리지만 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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