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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May 01. 2021

아카시아 꽃 튀김이 불어 온 봄바람

산해진미에 취한 천국의 저녁식사

아카시아 꽃 튀김의 맛을 보고 싶었다. 그 바람을 이룬 날이다. 오징어 바지락 전복 해물 짬뽕을 먹고 후식으로 꽃차를 마신 후 아카시아 꽃 튀김을 먹었다. 제니퍼의 전원주택에서다.


제니퍼, 나 오늘 일찍 끝났어.
 우리 마당에 와 볼 거야?
자수하고 싶으면 도구도 준비해 와~

퇴직한 제니퍼에게 전화를 해서 나의 새 공방에 놀러 오라고 했다. 나의 정원은 주말까지 아무것도 일이 진행되지 않아 무엇을 해도 마음이 뒤숭숭하다. 제니퍼는 집안의 텃밭과 정원을 가꾸다가 어깨가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냥 와서 쉬다 가라고 했다.


지인들이 오면 한결같이 "잘했네! 예쁘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친 마음이 위로가 된다.


매사 상당히 솔직한 제니퍼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그런데 화단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야! 너 지금 이게 뭐야. 다 말라죽겠다. 물을 줄 때는 흠씬 줘야 한단 말이야. 이렇게 그냥 호스를 화단에 올려놓고 실컷 물이 고이게 좀 둬. 이리 와 봐. 아까 네가 물 줬다는 데 호미로 한번 파 봐. 조금만 파도 마른 흙 나오잖아. 그리고 나보고 나무 많이 심는다고 뭐라고 하더니 너 너무 빽빽이 심었어. 근데 이 나무 뭐야? 개나리라고? 수형이 예쁘다. 나무 개나리. 이거 가지 좀 쳐 줘야겠다. 물이 왜 잘 안 빠지지? 마사토만 있어? 마사토 말고 배양토 같은 흙 좀 섞어 놓아. 그린 수피 부속 토라는 흙을 섞어봐. 나무 심은 뿌리 부분 말고. 어른들이 텃밭 할 때 미리 흙을 고르고 퇴비 등을 섞어서 좀 그대로 놓아두었다가 하잖아. 흙이 서로 발효되고 그런 시간을 두었다가 작물을 심는 거래.

제니퍼가 화단의 꽃들에게 물을 주고 있는데 제니퍼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느타리버섯 사 오래. 짬뽕해 먹자고.


그래? 그럼 나도 가야지~ 맛있겠다.

제니퍼만 요리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제니퍼 남편은 과거 음식점을 경영하신 적이 있다. 요리를 즐거워하시고 정말 잘 만드신다. 게다가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니 언제든 손님을 환영하기에 제니퍼가 조금 힘들다. 시도 때도 없이 제니퍼네 집에 사람이 들락 거리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힘들기 전에는 저녁을 먹었는데 와인을 내 오셨다.


시골 전원주택이라서 와인을 마시면 돌아오기 힘든 상황인지라 이층에서 제니퍼와 함께 잤다. 남의 부부 하룻밤 생이별시켰다.

맨 왼편부터 취나물, 고수, 루꼴라, 눈개승마(이름이 독특하다)

아하 이것도 고수구나. 이건 꽃이 피었네? 쇤 거야? 잎이 더 작은데? 맛 한번 봐야겠다. 어? 정말 고수네. 잎이 나이 들면 더 작아지네. 사람처럼.

고수, 쑥갓. 취나물, 상추는 내가 잘 아는 채소들이다.  하나하나 맛을 보는데 씁쓸 달콤 쌉싸래. 여러 가지 맛이다.


해물짬뽕 요리 구경


어? 제니퍼, 나 저기 구경해야겠다. "해물 짬뽕"


저 해물짬뽕 과정을 좀 볼게요. 사진도 찍고요. 어머 정말 잘도 하시네요. 너무 멋져요.


오징어 썰때 어찌 날렵하신지. 정말 예쁘게도 모양냈다

해물 짬뽕의 전 과정은 제니퍼 남편의 요리다. 밥

알 한 알도 남김없이 모두 맛있게 그릇을 비우며 제니퍼 남편에게 엄지 척을 했다. 홍합을 안 사 왔다고 아쉬워하셨지만 산해진미가 어우러진 얼큰하고 개운한 맛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맛보기 어려운 요리다.


제니퍼는 최근 꽃 차 만들기를 배운다. 식후에 썬룸에서 차를 마신다.

잡 주변 샤스타데이지.

꽃차를 다 마시고 나니 꽃이 잔 끝에 달라붙었다.


청보리 재배


차를 마시다가 제니퍼가 말했다. "저기 위에 청보리 조금 심었어. 안 여물었어. 네 글 읽고 청보리 구워 먹으려고 했지. 여물면 와서 함께 구워 먹자."


<아빠의 청보리 구이>라는 글을 두고 한 말이다.

https://brunch.co.kr/@campo/2

제니퍼 덕분에 청 보리 구이 먹게 생겼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집이 깔끔하다. 5월 중순에는 구워 먹을 수 있기를......

감자밭도 잘 만들었다
홍가시나무도 아름답다.




아카시아 튀김


차를 마시는 데 제니퍼가 "나 어제 아카시아 튀김 해 먹었다."라고 말했다.


나는 눈이 왕 커지고 귀가 확 열렸다. 내가 맛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언제 한번 맛 좀 보자 했다.


지금 해 줄까? 쉬워


나는 신이 나서 따라갔다. 지난해부터 아카시아 튀김이 그리 먹고 싶었다. 도심지는 아카시아가 없을뿐더러 환경오염이 심하다. 사실 아카시아 나무는 도심에서 심는 경우가 드물다.

아카시아는 주변 다른 나무의 자라남을 방해한다고 한다. 어릴 때 많던 아카시아 나무들이 많이 사라진 배경이다. 많이 베어내 버렸다.(이 부분의 오해를 밝히는 글이 있어서 맨 아래에 공유한다.)

하나를 들고 후루룩 줄기만 남기고 입안에 넣는다.
먹고 담아준 것 들고 돌아왔다. 아카시아를 침실에 걸어놓으니 방안에 향기가 가득이다. 행복한 저녁. 덕분에 나의 남편도 아카시아 튀김 맛을 본다.

마치 천국에서 잠시 놀다 온 기분이다. 산해진미를 맛보고 돌아오는 데, 차 안에 아카시아 꽃 두 꼬지를 들여놓으니 향기 뿜 뿜이다. (2021.4. 29. 목요일 저녁)


제니퍼가 들르지 않았으면 또 나무와 식물이 빼빼 마를 뻔했다. 그런데 오늘도 비가 조금 내려서 다행이다. 화단에 물 안 줘도 된다. ^^(2021. 5.1. 토요일 아침)


오늘 화단을 너무 열심히 가꿨다. 정말 졸린다. 늘 웃는 얼굴로 환대하는 제니퍼와 그녀의 남편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복 많이 받으세요.





<집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아카시아 나무의 억울함에 대해 쓴 글을 공유합니다.(잘못 알고 있는 상식 바로 알기입니다)


https://m.blog.naver.com/nong-up/22158777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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