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물소리 들으러 떠나자
비가 내렸으니 무주 구천동에도 계곡 물소리가 시원할 것 같다.
연이어 이틀간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좋은 점은 마당의 꽃들에게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물 주는 시간이 거의 한 시간 넘게 소요되기 때문에 비가 내리니 반가웠다. 만약 매일같이 비만 내린다면 속이 상할 것이다. 꽃들은 햇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나만 좋은 것이 아님을 여행을 떠나 알게 된다. 바로 개구리들의 놀이터다. 논의 곳곳에서 모내기를 위해 물을 가두는 중이다.
전주 날씨를 보니 다음과 같다.
오늘 해가 쨍쨍하고 내일과 모레 비가 내린다. 그러나 이후 계속 맑음이다.
그래서 마실을 멀리 나가기로 한다.
비가 내린 후 하늘은 여느 때보다 맑다. 초록 초록한 나뭇잎을 보면서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는다.
야호~~
그런데 점점 안개가 자욱해진다.
용담호를 지나는데 갑자기 지난해 가을 이 곳을 지나며 보았던 물 오름이 생각난다. 오늘은 신비에 싸인 듯 호수는 얼굴을 보이지 않고 안개만 자욱하다.
가을에 단풍이 든 세 곳(무주 구천동 어사길, 내장산, 백양사)을 한꺼번에 매거진에 올렸다.
https://brunch.co.kr/@campo/63
용담호를 지나자 다시 환해지고 드디어 구천동에 다다른다.
무주 구천동 주차장에서 백련사까지는 얼추 5킬로미터에 가깝다. 올라갈 때 목표는 백련사 잔디에 앉아 김밥과 딸기를 먹는 것이다. 계곡도 아름답고 물소리가 시원하다. 하지만 땀이 나기 시작하고 다리가 너무 아프다. 역시 최근에 운동 부족이 원인인 듯하다.
습관처럼 한 번씩 고개를 들어 나뭇잎들에 빛이 투과되는 모습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잔디밭이다. 실은 이 곳은 주차장이다. 오늘은 불자들이 많아 주자창에 차들이 여러 대 있다.
그래도 앉기에 충분하다. 낮은 기와 담장 아래로 산에 펼쳐져 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딸기와 김밥을 배속에 넣고 보니 증거 사진을 찍지 못했다.
홍단풍이다.
나는 홍단풍이 별로였다. 단풍이 초록으로 새싹이 나서 가을엔 빨갛게 물들어가는 모습이 예쁘기 때문이다. 그게 순리에 맞는 듯 보여서다.
지인의 지인이 단풍나무 하나를 마당에 심으라고 줬었다. 열심히 물을 주고 가꿨더니 홍단풍이었다. 바로 캐서 시골 농막으로 옮겼다. 오늘 홍단풍들을 초록이 우거진 곳에서 만나니 그대로 둘 걸 그랬나 싶다.
농막 주변에서 신나게 있겠지.(농막에 나는 자주 가지 않아서 지금 남편에게 물어보니 잘 자라고 있단다. 산 속이니 나무에게 더 좋기는 할 것이다.)
현재 나의 <꿈꾸는 마당->에는 초록 단풍나무 한그루가 목련 옆에 있다.
등산로의 중반 아래 지점에 구례 휴게소라는 곳이 있다. 지난가을 그곳에서 마신 동동주가 삼삼하다.
내려오는 길에도 사진을 찰칵찰칵.
파전에 동동주를 주문한 후 30분 가까이 반찬이 하나도 오지 않아 도저히 못 참고 가서 물어봤다.
글쎄, 새까맣게 내가 주문한 것을 잊고 계셨다. 역시 우리나라는 참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다.
후에 나온 음식은 솔직히 별로다. 배가 고파서 먹었다. 막걸리는 시원~했다. 아저씨 세 분이 엄청 바쁘시게 일하셨다.
계산도 잘못했는데 수치에 약한 나는 그냥 셈하고 내려오다 다시 돌아갔다. 결국 6천 원을 다시 돌려받았다.
지난해 가을에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만두셨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역시 여자가 필요해.' 하고 쯧쯧 혀를 찼다.(혀 차기도 속으로. 했다.)
내려오는 데 꽃 크로바를 가로수 아래에 심은 것이
보인다. 흰색 크로바 원조가 더 좋은 것 같아서 화원에서 파는데 사지 않았던 화초다. 흰색 고유의 크로바 꽃들은 향이 정말 아름다운데 이 꽃은 향기가 덜 한 것 같다.
<꿈꾸는 마당>에서 안쪽에 들여놓은 화분 몇 개 물을 주고 마당의 잔디를 깎았다. 처음 내 손으로 잔디를 다듬은 후, 자신에게 잘했다고 칭찬한다
오늘도 보람된 하루였다. 계곡이 물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남아있다. 자장가 삼아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