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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ul 11. 2021

자신에게 맞는 이를 찾아간 선물

내 것이 아니었을 인형을 떠나보낸 아침

오래전에 한 땀 한 땀 바느질 해 인사동 전시회를 했던 동자승 인형을 떠나보냈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동자승을 보면 귀여우면서도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드는 것이 어미의 눈으로 그들을 보기 때문일까 싶다.


교회를 다니셨던 아버지는 절에 산책을 가시면 절 앞의 가게에서 동자승을 사 오셨다. 귀여운 모습이

좋으셨기 때문이다. 엄마는 인형 같은 것을 좋아하시지 않으셨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으셨다. 우리나라 어른들은 인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독일에 사는 인형작가 말이 그 나라 사람들은 노인들도 가방에 인형을 메달고 다닌다고 한다.

솜을 두어 만들었으며  입체적인 모습을 바느질로 표현했다. 옷은 직접 천연염색한 작품.

중학생 때 지점토로 드레스를 입은 인형을 조물거려 만들었다. 책을 보고 혼자 했는데 병에 드레스 자락을 붙이고 허리를 살짝 구부린 우아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잘 만들었다면서 내 인형에 직접 니스칠을 해 주셨다.


나의 두 딸들에게 천 인형을 만들어 주었다. 내가 어릴 때는 갖고 놀 인형 하나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기는 시골은 지천에 널린 생물이 나의 친구였기 때문에 인형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린날 못 한 인형놀이가 내 마음 언저리에 남아서인지 아이들을 위해 만들기 시작했던 인형 작업은 어느 사이 내 작업의 중심이 되었다.


그 후 여러 번의 전시회를 통해 실력은 확실히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방학이나 자투리 시간만을 이용해서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그만두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적인 인형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전시회에는 외국 분들도 오셨고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어떤 테디베어 작가님이 내 인형을 원하셨다. 세계적인 인형작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영어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 인형과 그 작업을 속시원히 영어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영어 공부를 시작하니 인형 작업은 할 시간도 정신적인 여유도 사라졌다. 영어를 하면서 인형 작업은 중단했다. 인형 작업이 인풋(들인 공력)에 비해 아웃풋(경제적 성과)이 적었기에 잘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간 배분에 있어서 영어 공부에 매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루의 시간이 무한하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처음에는 회화 학원을 다녔다. 6년 정도 회화를 하면서 점점 영어에 구미가 당겼다. 당시 내 담당 과목이 시수 부족으로 다른 것을 전공해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서 영어 교사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영어교육 석사 과정을 마쳤다. 대학 졸업 후 진지하게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성인이 되어 영어 공부 다시 한지 10여 년 세월이 흘렀다.


바느질도 만 시간은 했던 것 같고 영어 공부도 만 시간은 했다고 본다. 이제 먹고 노는 것이 제일 재밌다.


공방에도 어울리지 않고 불교 신자도 아니라서 소중했던 인형을 주변의 원불교 교무님에게 드렸다. 공방 바로 옆 무료 주차장을 편히 쓰니, 감사한 마음이다. 주변의 이들도 무료 주차장을 사용하면서 쓰레기라도 버리지 않으면 좋겠다.

여성 교무님이 다행히 좋아하셨다. 동자승 인형 선물로 뒤늦은 공방 입주 신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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