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지런하게 만드는 것들
주말 아침이다. 지난주 내내 장마로 비가 내렸다. 잔디가 무럭무럭 자라다 못해 무성하다. 오늘도 오후에 비가 올 예정이라는 기상 예보를 접한다.
부지런히 일어나 장비를 갖추고 잔디 깎기를 시작한다. 팔뚝이 아픈 점을 빼면 운동도 되고 좋다. 정말 마당쇠 포스다. 지나던 동네 주민 아저씨는 무슨 구경을 하시는지 한참을 보고 계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일을 한다. 지나는 분들께 모두 인사를 할 수는 없다.
엊그제는 잠시 비가 개인 사이 풀을 열심히 뽑고 있으니 지나시던 할아버지께서 들여다보셔서 인사들 드렸다.
"내가 이 집 구경하는 재미가 좋아. 정말 부지런한 주인이지. 이만큼 가꾸려면 제법 부지런해야 하고 말고. 정말 이쁘게 했구먼."하고 말씀하셨다.
나의 공간을 좋아해 주시는 동네 분들, 자신의 어린 시절 동네라서 멀리서 산책을 나오시는 분들도 있다. 나의 공간만이 그 시절 그대로 집의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반가워하신다.
어떤 여자분께서 차를 문 앞에 두고 내리셔서 한참을 보셔서 이유를 여쭈어 보니 게스트 하우스냐고 물으셨다. "정말 집이 예쁘네요."를 연발해 주셔서 잠시 기분이 또 우쭐해졌었다. 모두들 감사하다.
나이 오십 넘어 어린 시절 골목을 서성이는 분들은 내가 어떻게 알고 이 땅을 사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해하신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터가 좋아서요.
전주 시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정남향 네모 반듯한 이곳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계약을 한 것이었다.
담장이 낮아 모두가 들여다보는 마당, 내가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