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씨Luce May 28. 2021

대박, 짱 예쁜 조명

조명 고르기

시공 대표는 공사가 지연된 것에 대해 미안함이 있는 듯했다. 우리가 약간의 언쟁은 있었지만 지난 3주 기다린 보람이 있다. 그 사이 이것저것 고민을 많이 하면서 수정할 부분과 보강할 것들의 목록을 작성했다. 때로 더딘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보다 신중을 기할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사실 내부의 천정 T5 만 본 견적 공사에 잡혀 있었다. 그런데 앉아 있어 보니 다른 등을 껐을 때 파덕 테이블 위로 빛이 내려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만 하면 요술 램프 지니처럼 S 대표가 만들어 준다. 눈치가 엄청 보이지만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직접 골라 오시면 달아드릴게요.” 하고 S 대표가 선뜻 대답하는 것이다. 신이 나서  공구거리로 달려갔다.전주 오거리에는 공구거리가 있다. 그곳의 <대성전기조명>이 꽤 알려진 편이다. 자주 이용한다. 인터넷에서 고르는 것과 가격 차이도 거의 없이 도매가격으로 살 수 있다. 또한 직접 고르니 좋다. 외부의 장식용 태양광들은 주로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지난번에 아주 간단히 고른 것에 반해 이번에는 정말 힘들었다. 예쁜 것들이 너무 많아서 망설여졌다. 다양한 것들 중에서 잘 선택해야 한다. 어린 날 구멍가게에서 엄마가 과자를 딱 한봉지만 얼른 고르라고 할 때, 선택의 갈등을 겪던 바로 그런 심정이다.


테이블 위에서 내려오는 줄 조명을 하면 에어컨 바람과 선풍기 바람으로 줄이 흔들릴 수가 있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천정의 굵직한 라인을 따라 붙일 것인지 줄 조명을 할 것인지 고르는 데 20여분의 시간을 소요했다. 결국 내가 골라든 것은 살짝 흔들려도 신경을 거슬리지 않는 대나무 조명이다. 조도는 밝은 것을 선택했다. 부분 조명 선택은 까다롭다. 그 이유는 줄, 전구 위에 연결된 부위, 전구알 이 세 가지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겨우 하나 골라서 아래층에 오니 갑자기 Home이라는 글자의 전구가 눈에 확 꽂혔다.

Home글자 쓰여 있는 등 있어요? 어? 그런데 그 옆에 것도 예쁘네요.
Love도 있네요?

Love는 재고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머지 세 개의 전구를 샀다. 그런데,,,,,


오다가 생각하니 S 대표에게 또 한소리 들을 것 같았다. 외부에  두 줄만 세로로 연결하기로 해서 선을 빼놓았는데 레일등을 또 만들어 달라고 하니 말이다.


결국 견적에 하나씩 추가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꾸 세세하게 하나씩 늘어나니 이제 내가 저 자세가 된다. 그리고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무슨 조명 가게도 아니고 등이 자꾸 늘어난다. 그것도 종류별로 샀다. 아니나 다를까 한소리 듣기는 했다. 그래도 열심히 달아주셨다.




내부의 천정 갈빗대에 T5조명을 넣고, 외부의 썬룸 조명도 마감했다. 사진을 보내니 여러 가지 반응들이다.

나의 진짜 로망은 크리스탈이다. 일단 조명 자리를 확보했으니 언젠가 바꾸고 싶으면 교체하면 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하려고 하는 것보다 살면서 정리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쁘네, 조명 발인가? 주황색이 더 좋은데

(조명발을 직접 보면 더 예뻐요. 조도가 높아서 하얗게 보이는데 실제 보면 전구 색인 주황이에요.)


엄마, 근데 난 파란색보다 노란색이 예쁠 거 같은데.(둘째 딸)

(이거 파란색 아니고 파란 불은 Home 쓰여 있는 거 하나인데 사진으로는  그러네.
실제로 볼 때는 안 그래.)
보라색? 분위기 있네.  방충망도 했구나.


(내가 방충망 사진을 안 보냈었구나. 방충망 다 했지. 커튼 방충망으로. 언제 초대하냐고? 곧 다 되니까 조금만 참아.)

Home이란 글자가 예뻐서 달았다. 이 조명 하나가 사진에 심하게 보라 파장을 일으킨다. (사진만 찍으면 너무 강한 보라나 파랑이 되어 결국 전구 알을 살짝 돌려 켜지지 않게 하고 형태는 유지하기로 했다. )

유리를 바깥에 가까이 끼울 예정



미치겠다. 언제 이렇게 이쁘게 했댜~사람 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것 같네. 상상도 못 한 집이 나왔어. 고생 많았다

(돈이 좀 들긴 했어. 네모 구멍 유리를 아직도 못 끼웠고, 테이블 정리도 아직이야. 담에 연결해서 위만 강화 유리 얹고 빗물은 우리 집 내부로 흐르게 홈통을 만들었어. 유리 지붕이라 여름에 더울 것 같아서 암막 커튼봉을 이용해서 떼었다 붙였다 가능해)


뭐든 돈 들어가면 예쁘지만 주인의 감각이  더 중요하지. ㅋㅋ 애썼다.

대박, 엄마 진짜 짱 이쁘다. (큰딸)

나 다시 가서 보고 시푸. 완전 카페 분위기. 조명도 멋지고. 왜캐 이쁘게 꾸미는 거야. 나 미치긋써(친구)
누나, 나 지나가다 저기서 맥주 한잔
마시고 가도 돼?

남동생의 한마디다.  <꿈꾸는 마당>이 동생 집에서 가까운 편이다.


그래라. 그래.


 



그런데 천정 전기 공사를 하다 보니 다른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또 다른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끝나지 않는 스토리의 전개가 되다니......

 


<집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이전 17화 우리 집에 행운이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