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추수(Summer Harvest)
친구가 축하할 일이라고 한다. <루씨의 꿈꾸는 마당>에 드디어 방충망과 커튼을 했다고 문자를 보내니 한 말이다. 어찌 축하할 일인지 물으니 '어쨌든 진전'이 이루어졌으니 그렇단다.
공사 마무리가 되지 않은 채 공사팀이 벌써 2주째 광주 다른 현장에 가 있다. 그쪽 일이 너무 시급해서 그렇다면서 기다리라고 전화가 왔다. 이번 주 금요일이나 온다고 한다. 기가 막히는 것은 그때는 확실히 오는지 물으니 확답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다. (그쪽은 당장 개업해야 할 다급한 상황인 것 같다.)
이럴 때 뭐라고 해야 하나. 집 짓기나 리모델링과 같은 작업을 아이 낳는 것에 비유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아이를 낳아 본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아이를 낳는 일은 정말 힘들다. 그 과정을 생각하면 다시는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런데 출산 후 아기가 잠결에 배냇짓을 하면서 웃거나 말끔히 나를 바라볼 때, 그리고 점점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때 힘들었던 것을 모두 잊고 만다.
둘째를 낳을 때 내가 얼마나 떨었는지 간호사가 나를 잡아줬다. 둘째는 금세 낳는다더니 나는 너무 힘들었다. 시간이 지체되어 걱정도 많이 한 경우다.
하우징을 감히 출산에 견준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야단을 내리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첫 번 공방을 지을 때 가끔씩 속병 앓던 기억이 스멀거린다. 한번 미뤄진 일이 두 번이 되고 결국 영하로 내려가서 벽 마감을 못한 채 마냥 기다리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같은 시공 대표와 다시 일을 하면서 요즘 후회가 된다. 속병 앓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다른 일이라도 하기로 했다. 커튼과 방충망을 달았다.
왼편의 하늘색 가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맞춤 제작 후 벤자민 무어 페인트를 사서 내가 직접 칠한 가구다.
보석 등 불빛이 눈 부셔서 아쉬운 대로 전에 만들었던 라탄 등을 입혔다. 조금 작은 느낌이다.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니 당분간 씌워보기로 한다.
주름 방충망이다.
가로로 시선을 차단하고 싶은 경우는 블라인드로 처리한다.
화장실은 베이지 색 알루미늄 블라인드다. 빛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
뒤로 보이는 뒷집은 원룸이다. 원룸 일층에 사람이 살지 않는 듯 보인다. 여하튼 뒷집 창문이 보이지 않도록 가로로 시선을 차단하는 커튼을 단다.
차나 와인을 마시며 마당을 내다보는 곳이다. 바 의자 두 개 놓이는 공간이다. 이곳의 창문은 커튼 주문을 하지 않았다. 마침 내가 전에 만들었던 커튼이 있어 이용하니 안성맞춤이다.
천정의 나무를 보강하여 천정형 에어컨을 달았다.
화단에 꽃도 더 심고 마사토와 그린수피숙토 조경용 퇴비를 사서 화단을 다졌다.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속 터지는 것도 가라앉는다.
일하다가 대문을 보니 또 답답하다. 대문에 페인트를 칠해줘야 나무를 붙인다. 집 안의 잘못 붙인 적벽돌도 다시 칠해야 한다. 이렇게 미뤄지니 나은 점도 있다. 파벽돌을 다시 칠하기 위해서 벤자민 무어 페인트를 구입했다.
Summer Harvest
여름날 추수
'꿈꾸는 마당'은 여름날 추수하게 생겼다. 이름처럼 여름에는 멋진 수확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벨리스크
또 주문할 것이 남았다. 장미를 위해 오벨리스크를 검색한다. 첫 번 공방에 오벨리스크를 두 개 해 놓았는데 장미와 함께 두고 왔다. 오벨리스크가 이미 장미와 한 몸이 되어서 어쩔 수 없었다. 예쁘게 피어 있는 옛 공간의 나의 장미를 소환한다. 정말 잘 키웠다. ^^
여기까지는 지난봄 내가 찍은 사진들이다. 아래 사진은 현재 거주하는 이가 찍어서 보낸 것이다. 올 해도 예쁘게 피었다. 아, 장미 보고 싶다.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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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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