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분갈이와 물 주기
경사 났다. <꿈꾸는 마당>에 꼬꼬마 아이가 나타났다. 지난 글에서 내가 희망하던 일이 절로 일어났다. 그 내용의 시작은 일요일 아침 물 주기였다.
그런데 꼬꼬마 아이 이야기는 토요일 화분 이야기 후로 미룬다. 궁금하신 분들은 스크롤을 아래로 훅 가져가시기 바란다.
'스카이 로켓과 샐릭스' 나무 분갈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요즘 머릿속이 늘 분주했다.
예쁜 화분을 사려고 하니 토분의 경우 큰 것은 20-30만 원이나 한다. 토분은 예쁜데 무겁고 움직이기도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런저런 대안을 생각했다.
남편에게 방부목 나무로 짜 달라고 할까 생각했다. 그냥 내가 알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저것 본인 할 일도 많은데 최근에 내 일로 바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남편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선풍기를 직접 달았다. 남편이 몇 년 전에 직구로 구입했던 나무 색 실링팬이다.
인덕션도 넣었다. 중간중간 도구가 없어서(예를 들면 절연테이프 검은색, 별 드라이버. 등등) 철물점에 다녀왔다.
이렇게 나름 <꿈꾸는 마당>을 위해 남편이 가끔 와서 애쓰는 중이다. 선반도 만들고 있다.
그러니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그래서 그냥 잔디밭 구석의 잔디를 뜯어 올려 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화이트 핑크 샐릭스 중 플라밍고다. 첫 공간에 화이트 핑크 샐릭스를 심었다가 실패했다. 가장 근본 원인은 과습과 퇴비다.
나무를 심고 최소한 6개월은 퇴비를 주면 안 된다고 한다. 1년 후에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한번 죽인 나무는 사고 싶지 않았으나 하도 예뻐서 어쩔 수 없이 사 들고 와서 내내 화분에 두었다. 그대로 놓으면 또 시들 것 같아서 소중한 잔디 귀퉁이에 심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스카이 로켓이다. 비슷한 크기의 스카이 로켓이 3년 되었을 때 모습을 보면 어디에 심어야 할지 생각할 수 있다.
첫 공방 <파인트리>에 심은 스카이 로켓이다. 3년 만에 엄청나게 자라서 cctv를 가린 쪽은 나무의 끝을 잘랐다. 옆으로 다소 풍부하게 되었다.
스카이로켓을 꼭 심는 이유는 겨울에 침엽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늘 푸른 식물이 여러 종류가 있지만 줄사철 황금 사철, 홍가시, 문 그로우나 에메랄드그린, 스카이 로켓 등이 전원주택에서 많이 심는 나무다.
단 2년만 지나도 제법 커지는 나무다. 골목에 지나는 분들이 모두 행복해하셨다. 이사 올 때 골목길에서 그분들이 아쉬워하셨다. 그곳도 담장을 허물고 꽃들을 심고 가꿨으니 그런 듯했다.
나는 늘 스카이 로켓을 심는다. 그런데 문제는 잔디에 심으면 앞 전방 시야를 가린다. 일부러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동네 분들 지나다니시며 <마당>을 보시는 재미를 막고 싶지 않다.
시내 개인 주택의 경우 다들 담을 높이 쌓아 마당이 안 보인다. 담은 침입자를 막기 위함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담장을 허문 후, 안에 있어도 무섭지가 않다. 늘 동네 분들이 지나다니시면서 공간을 대신 지켜주신다.
주변에 경로당이 있다. 정말 삭막하다. 후에 주민센터에 건의 한번 해 봐야겠다. 컨테이너 박스같이 생겼다. 색칠이라도 화사하게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 경로당 앞을 가꿔 드리고 싶은 마음이 일지만 나의 <나의 마당>만 해도 힘겨워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결론적으로 잔디에 스카이 로켓을 심지 않기로 했다. 원래 화분의 스카이로켓은 네 그루였다. 네 그루 중 하나는 긴 화단에 심었다.
세 그루의 스카이 로켓은 예쁜 화분을 사서 분갈이하여 그대로 주차장 화산석 위에 놓을 예정이다.
스카이 로켓 주변 꽃들이다.
어제(2021. 5.22. 토요일) 하루에 두 그루의 나무를 옮겨 심고 나니 안 아픈 데가 없다. 하루 글쓰기를 쉬었다.
오늘 아침에 식물들에게 물을 몽땅 줬다. 나무는 처음 옮겨서 한동안 물이 마르지 않게 줘야 한다.
오늘 아침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 있었다.
드디어 아이 한 명이 <꿈꾸는 마당>에 왔다. 나에게 '이모'라고 부르는 아주 귀여운 아이다. 바로 이웃집 아줌마의 손녀다. 하하. 내가 자기 할머니와 별로 나이 차이도 안 나는데 이모라 불러주는 귀여운 아이에게 과자 한 봉지를 줬다.
물을 엄청 좋아한다. 물만 보면 과자를 내동댕이치고 달려온다. 물주는 데 졸졸 따라다닌다. 말하는 입도 귀엽고 손도 귀엽고 엉덩이도 귀엽다. 발은 아침 댓바람이라 추울까 봐 양말에 운동화를 신어서 못 보았다.
한번 들어보니 어찌나 귀여운지 내려놓기가 싫었다. 볼에 뽀뽀 한번 받았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마스크를 안 썼었다.
이런 이런... 그 아이 엄마가 알면 큰일 나겠다. 아이 할머니, 즉 나의 이웃은 엄청 성격이 좋으시다. 마당에 나섰다가 물주는 소리 들려서 들르셨다고 하셨다. 나는 내 마당에서도 보통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른 아침에 손님이 들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상태였다. 평소 마스크를 잘 쓰고 살았으니 괜찮으리라 여긴다.
집 안쪽에 있으면 지나가시는 분들의 대화가 들린다. 주로 집, 나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이시다.
여기는 뭐하는 데지? 공방이래.
이것저것 만드는 곳이라고.
집을 참 예쁘게 했네
소문이 났나 보다. 동네 분들은 재밌으시다. 담장에 붙어서 마당 구경도 하신다. 내가 마당에 서 있기만 해도 웃으며 인사하신다. 오늘 아침은 옆집 꼬꼬마 아가의 환한 미소와 사랑스러운 뽀뽀를 받았으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밝은 이웃을 두어 행복하다. 우리들이 모두 코로나를 완벽하게 잊은 시간이었다.
내일 만나면 핸드폰 번호라도 교환해서 아이의 사진을 보내야겠다.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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