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 바~다~~
여수는 가족보다 친구들과의 추억이 더 많은 곳이다. 그리 해 본 적은 없지만 미친 척 흥청망청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일렁이는 곳이기도 하다.
특별한 수영장이 있는 호텔(또는 게스트 하우스)들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마치 바다와 인접한 느낌이 드는 곳들 말이다.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는데 여수가 아니라 동남아시아 어느 해변 같았다.
이제는 전주- 여수 간 KTX가 다녀서 교통편이 상당히 편리해졌다. 마음만 먹으면 편하게 하루 사이에 다녀올 수 있다. 지난해 봄, 코로나로 시끄럽다가 잠시 주춤하던 찰나 아직 남쪽은 고요했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전국적으로 이동이 몹시 두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KTX를 타지 못 하고 여수에 차로 하루 만에 다녀왔다.
드라이브하다가 들른 카페는 본래 펜션을 운영하는 곳이다. 사람이 없는 바닷가 펜션, 원래 루프탑은 펜션 손님용이라는데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한 연필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그리고 또 여수에 가면 언제나 들리는 곳인 오동도가 있다. 언젠가 <따뜻한 식탁> 매거진에 등장하는 동네에서 만난 지인들과 여수 돌산의 향일암에 갔다가 오동도 앞바다에서 수중 보트를 탔다. 그때 횟감에 소주도 한잔 해서 모두들 기분이 룰루랄라 상태였다. 기분 좋게 보트를 타고 휘리릭 바다를 돌았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여수에서 수중 보트는 그때 딱 한번 타 보았다. 그때 타 보길 잘했다. 이제는 '아이고, 저걸 어쩌나. 보트 기름이 바다를 오염시킬 텐데.' 하는 노인네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본다. 자연은 위대해서 괜찮을 거라고 다독거리면서......(그 시절 지인들을 떠 올리며 두릅 장떡 포스트를 소환한다.)
https://brunch.co.kr/@campo/233
오동도는 동백이 한창 피었다가 지는 중이었다. 여전히 미모를 뽐내는 동백꽃 송이들이 나를 반겼다.
코로나가 횡포를 부리기 전, 친구들끼리 여수 밤바다에 여러 차례 다녀왔다. 어느 때는 그 뻔한 케이블카를 타 보기도 했다. 뻔하다는 말은 어쩐지 케이블카 같은 걸 타 봤자 뭐 특별한 볼거리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에 한 소리다. 그러나 일몰 즈음 케이블카를 타니 바다에 노을 지는 전경이 무척 특별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 땅에서 보는 것과는 매우 달랐다. 마치 경비행기를 타고(한 번도 타 본 적은 없지만) 바다 한 복판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무엇이나 경험을 해 보는 것을 선호한다.
등산의 경우에도'조금 더 올라가 봤자 그게 그거지'하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그래, 가 보자. 내가 더 나이 들면 못 올라갈 곳이니 지금 한번 가 보자.'라고 마음이 바뀌게 되었다. 경험이 소중하다지만 '빅오쇼'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물과 빛의 향연이라는데 인위적인 그 쇼를 보고 있자니 시간이 아까웠다. 같은 것을 보아도 모두 취향이 달라서 내 친구들은 참 재밌게 보고 있었다. 주변의 가족끼리 온 경우 아이들이 매우 신나 보였다.
대학시절에는 돌산까지 배를 타고 들어갔다. 나의 첫 일출 경험은 바로 그곳이다. 향일암의 등산로로 해가 뜨기 전에 올랐다. 그림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였는데 새벽 산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올라갔다. 가기를 잘했다. 그때 일출은 평생토록 잊지 못한다. 산 봉우리에서 내려다본 바다의 일출, 그날 해님은 온 지구를 무대로 향연을 벌였다.
그 모습은 너무나 장엄해서 지금도 기억에 선연하다. 그 후, 나에게는 그 어떤 일출도 그보다 더 인상적으로 남지는 않는다. 물론 일출은 항시 조금씩 다르게 설레고, 내 마음을 물들이지만 그 강렬함을 줄이지는 못한다. 대학 2학년 즈음이었다. 그때, 산의 정상에서 바라본 바다의 일출은 나의 젊음과 함께 영원히 남아있을 것 같다(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 하며 언젠가 나의 기억도 쇠진할 것이라지만).
여수는 무엇보다 먹거리가 풍부하다. 돌산 갓김치는 워낙 유명하다. 서대회무침이나 서대회 비빔밥은 꼭 먹어봐야 할 별미다. 그밖에도 갈치조림도 맛보기를 추천한다.
우리에게 시간은 한정적이며 오만 곳을 갈 여력도 없다. 코로나 시대에 외국에 가기 어려우며, 한 나라 안에서 이동도 주저된다.
그래도 나의 경우, 집 안에만 있는 것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조심하면서 다닌다. 언제나 눈치 안 보고 자유를 누릴까.
어느 해 우리 친구들 9명이 저 빌딩 호텔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지금은 모두 만나는 건 참 힘들다.
** 여수 밤바다 노래를 링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emories-of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https://brunch.co.kr/brunchbook/house-n-g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