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옹달샘 아니고 얼음 생수
나는 주로 가벼운 등산이나 둘레길을 걷는 것을 선호한다. 친구와 나는 각자 물 한병 김밥 한 줄을 배낭에 넣었다. 내소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내소사 국립공원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후, 옆길에 등산로가 있어 접어들었다.
시작은 흥에 겨웠다. 오랜만에 운동 한번 열심히 해 보자 마음먹었다. 그런데 벌써부터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오르는 중이었다.
그런데 점점 오르막이 나왔다. 날은 무덥고 길이 가파르니 갖고 있던 물이 동이 났다. 어디를 보아도 내리막이 보이지 않고 계속 오르막이다. 바위가 이렇게 많은 산이라니...... 마치 영암 월출산 같다.
경관이 빼어나서 한 번씩 너른 바위에 앉아 쉬었다. 그런데 너무나 땀을 많이 흘려서 목이 타기 시작했다. 둘 다 가지고 간 병에 있는 물을 이미 마셔버린 탓에 어쩔 줄 몰랐다. 오르던 길을 다시 내려가자니 위가 궁금했다.
산에 오면 모든 것이 아름답다. 산에는 사람의 모습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한 두 명 정도였다. 나는 슬슬 무서워서 돌아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직소폭포는 재 너머에 있다. 그래 직소폭포는 봐야지 싶었다. 그게 뭐라고 목표점이 되었으니 그대로 직진한다.
직소폭포가 바라보이는 곳에 이르렀을 때는 그야말로 아사직전이 되었다. 날씨가 너무 무더운 데다 물이 동난 채로 한 시간 넘게 땀을 흠씬 흘렸기 때문이다.
아래 보이는 가운데의 폭포가 직소폭포다.
에고고... 이거 보려고 내가 힘들게 넘어왔단 말인가. 그러나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내려와 버렸다. 내변산 주차장 쪽으로 가야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할 것 같다. 잠시 잊었지만 우리 차는 내소사 주차장에 있기 때문이다.
물이 이렇게 맛있다니
오늘 포스트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컷이다.
내변산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신이 났다. 내려 간 후에 대한 근심 걱정은 미뤘다. 아래쪽은 계곡물이 낮게 흐르고 있다.
아름다운 대숲이다. 일본의 그 어디인가 가 보았는데, 지금 이 순간 내변산 대숲 길 만한 곳은 없는 것 같다. 나의 상태가 행복하니 온 세상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내변산 주차장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마디로 어리둥절, 후회막급이었다. (계속)
사진 분량이 많고 사연도 길어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그간 포스팅을 미룬 이유입니다. 그날 하루가 어찌 길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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