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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Sep 04. 2021

반달곰이 있는 수수께끼 절, 문수사

반달곰보다 무서운 개

지리산 자락의 '절' 여행 중이다. 이번에는 문수사에 가 보기로 했다. 며칠 비가 내리다가 오늘은 구름만 잔뜩 끼고 다행스럽게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문수골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슬슬 이 길이 맞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너무 길이 가파르고 한쪽은 절벽 같은 계곡이 이어진다. 사진을 찍을 수 조차 없었다. 꼭 대만의 지우펀 갈 때가 생각나는 높이다.


사람도 없고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상죽마을 이란 곳에 내려 지도 좀 보려고 했더니 지도가 무시무시하다. 대체 언제 만들고 여직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보면 정말 무섭다. 그 와중에 예쁜 꽃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간이 콩알만 해졌다. 올라가야 하나 내려가야 하나 또 선택을 해야 했다. 운전을 잘하는 친구마저 고민에 휩싸였다.


결론은 우리가 언제 또 이런 곳을 오겠냐는 생각에 도전을 하기로 했다. 네비가 알려주는 바에 의하면 분명히 맞기 때문에 어찌어찌 좀 더 구불 길을 따라 올라갔다. (나는 운전 잘하는 이들이 제일 부럽다.)


산속 깊이 올라가니 집들이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관광버스 주차 장소'라는 팻말이 있는 것이다. 아마 방문해  사람들이라면 내가  놀라는지   같다. 여느 절들의 들어가는 입구 길과는 확실히 상이하다. 도로포장은  되어 있다. 그럼에도 구불길에 거의 10~15도 경사로 올라가야 한다.


마지막 지점의 마을에서 500미터 올라가야 한다는데 정말 도저히 차로는 오르기 힘든 지경이다. 약 20도 경사다. 주차를 하고 헉헉대고 올라갔다. 그런데 야생화가 지천에 자라고 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새 저만큼 친구는 올라가 있다. "아까 산 아래 입구에 반달곰 출현 주의 쓰여 있었어. 빨리 와~." 하고 친구가 부른다.


놀라서 마구 달려가니 숨이 막히려고 한다. 장난 일거란 생각을 한 내 앞에 '문수사 반달곰' , '곰들이 놀람'이라는 글이 보인다.


푸세식 화장실

요즘은 화장실도 거의 현대화되어 있다. 그런데 문수사 들어가는 입구에 낡은 푸세식 재례 화장실이 눈에 띈다.(이 화장실은 한때 문수사에서 흑돼지를 키운 것과 연관이 있다. 아래 링크 참조)


정말 곰이 있다는 건지 뭔지 미스터리였다.


그런데 곰을 만나기도 전에 두 마리의 개(어미개, 새끼개)가 짖으면서 다가온다.


순간 얼음이 되었다. 분명 입구에 곰들이 놀라니 절대 개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쓰여 있었는데 이 개들은 대체 뭔지 모르겠다. 절에 딱 한 분 아저씨가 계셨는데 그분도 여행객 같다.


아저씨~ 이 개들 안 무서워요? 어떻게 한대요?


아저씨는 개들이 안 문다고 걱정하지 말라고는 하셨다. 그래도 무서웠다.


다행스럽게도 친구는 개를 잘 다루니 우선 앉아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정말 남의 큰 개는 싫다. 너무나 무서워 어쩔 줄 모르며 나도 우선 앉아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선글라스도 벗었다. 내가 지금 대체 왜 여기를 와서 이렇게 궁지에 몰리게 되었는지 후회막급이었다.


그랬더니 개들도 얌전해지고 자리에 앉는 것이다. 개들에게 점수를 딴 우리는 어찌어찌 살살 걸어 다녔다.

이 사진 찍을떼 여전히 무서워서 개 보느라고 사진 각도도 틀어졌다.


대웅전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산 아래를 바라보니 마치 상공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절의 곳곳에 쓰인 문구를 꼭 읽기 바란다. 여타의 절에서 봐 왔던 문구와는 상당히 다르다.

무서워서 종을 칠 수 있을까? 세번 딱 쳐야 하고 정확히 가운데에 맞춰야 한다.

다 보고 있읍. 실수없기 바람니다.

종깨진다 조심
시주 좀 하고

반달곰


이제 반달곰 우리 쪽으로 가 본다. 정말 두 마리나 있다. 충격이다.

가슴에 선명하게 브이자가 보였다 두 발로 서 있는데 불쌍했다.


사료주고 물 부세요. 한바가지 2천원. 다 보고있읍.

절에 올 때는 꼭 현금을 이 천 원이라도 들고 다녀야 할까 보다.


곰은 사료도 물도 못 줬다. 어차피 무서워서 가까이 가서 사진도 못 찍고 멀리에서 찍었다.


두 마리의 반달곰이 어찌하여 문수사에 지금까지 남아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 궁금증만 쌓은 채 돌아섰다. 처음엔 정신없이 짖었던 개도 퍼져서 편안하게 잠을 자는 중이었다.



차에 타기 직전에 계곡 아래로 내려가서 사진을 찍었다.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얼른 차에 올랐다.



내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놀랄 일이 벌어졌다. 늑대같이 생긴 개들 세 마리가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는 것이었다.

이 개보다 더 갈색 얼룩이 있었다. 맹견 같은.


개들이 우리들에게 돌진한 것은 아니다. 바로 우리가 내려온 문수사 산길로 달렸다.


아래 사진의 주인이 문을 열었는데 그 틈에 그렇게 달려 나간 것이다. 주인은 개들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문만 열어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목줄도 안 한채 사냥개와 같은 개들을 풀어놓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경우다.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리산에 반달곰이 있으며 실제로 출현지역이라 개들을 키우는지.. 내려오면서 보니까 아까 달려간 개와 같은 견종이 보여 줌인해서 사진을 남겨 보았다. (위 사진의 개는 이 주택의 개가 아니다. 위의 개는 묶어져 있었다.)


문수사는 미스터리로 남을 것 같다. 무시무시한 곰 두 마리.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울타리 안을 연속해서 배회하던 곰들, 돌진하여 달리던 세 마리의 개들, 그리고 산행 금지 푯말, 반달곰 출현 주의 등의 주의와 금지의 단어가 자꾸만 떠 오른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문수저수지는 올라갈 때 모습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매우 크고 길다.


미스터리에 대한 답은 아래 기사를 보고 해소되었다. 문수골은 과거 빨치산과 토벌대들의 이념 전쟁으로 인해 밤낮으로 주민들이 곤혹을 치러야 했던 곳이라고 한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중 어떤 부분이 떠 오른다. 밤에 민가에 수시로 빨치산과 토벌대가 들이닥쳤다고 한다. 플래시를 비추면서 '너는 어느 편이야'라고 하면 상대가 토벌대인지 빨치산인지 알 수가 없어 대답을 망설였다고 한다. 확률은 반이었는데 그게 목숨과 연관될 때 어찌해야 하느냐 말이다. 만약 빨치산이라고 말했다가 플래시 너머의 상대가 토벌대였다면 바로 죽음을 당한다. 반대로 정부군 측이라 말했을 때 플래시 너머 상대가 빨치산인 경우도 죽음을 당했다고 소설은 기록하고 있다.


문수골이 바로 그런 이념의 계곡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잔혹했던 역사의 현장에 다녀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지금은 '평상대여' 글씨가 무색하게 코로나로 사람이 없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0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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