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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폰트의 중요성

폰트, 무단으로 사용하면 벌금 문다

by 루씨

간판이야말로 공간의 정체성에 대한 직접적 표현이다. 공간, 모닝으로 하기로 했다. 늘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살자는 취지다.


업체의 상호명도 이미 등록된 경우 안 되지만 간판의 폰트는 잘못하면 저작권 침해 소송에 벌금을 심하게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예쁘다고 가져다가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 지인의 카페는 몇 년 전에 간판 폰트 때문에 벌금을 300만 원 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글씨체는 어떠한가. 본인의 글씨는 괜찮다고 한다. 다만, 요즘 캘리그래피가 널리 알려져서 캘리 글씨체도 본인 것이라 말할 수 없단다. 이 경우 본인이 쓴 원본이 있을 경우 제시하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 최소 30퍼센트 이상 바꿔서 해야 한단다. 영어의 경우 거의 수입 폰트라서 그런지 그나마 이런 문제에서 괜찮다고 한다. 어떤 이는 전단지를 돌렸다가 폰트 때문에 심하게 벌금을 물었다고 한다.


간판 하기로 해 놓고 간판을 너무 많이 다는 것이 아닌지
실내 네온 등을 할까 말까
하기로 한 후에는 글자 문구는 뭘로 할까
간판 색과 폰트는 어찌할까
간판 크기를 줄이면 안 될까


생계에 대한 커다란 고민이 아니라서 그 점은 다행이다. 큰 경비가 지출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최근에 간판업체가 가장 호황을 누린다는 풍문이 있다. 장사가 망하게 되어서 새 간판을 걸고, 내렸다가 다른 간판을 다시 걸고 한다는 것이다. 슬픈 일이다.


시안을 핑크로 해서 문자가 왔다. 기절할 색, 핑크였다. 흰 바탕 검정이나 검정 바탕 흰색으로 하기로 해 놓고 핑크라니 놀라서 물으니까 눈에 확 띄는 색이 핑크란다. 공간 옆 원불교 회관의 무료 주차장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다. 현수막이 붙어 있는 담장은 나의 담장이다. 아마 이 글씨 색보다 더 튀게 하려고 했나 싶었다. (내가 늘 이용하는 주차장이라 담에 깨끗이 사용하자는 문구도 감사하기만 하다.)


폰트도 마음에 안 들고 전체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고 문자 드렸다. 폰트는 아무것이나 사용하면 안 된다면서 다시 문자가 왔다. 이 글자 중에서 고르라고 했다.

저작권 안 걸리는 폰트라고 한다

그나마 조금 괜찮은 것을 골랐다. 그리고 공간은 작게 써 주라고 처음부터 말했는데 멋없이 일률적으로 했다. 지금 인동초와 다른 나무가 자라는 중이니 아래에서 20센티 올려서 40센티 높이로 간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그려서 보냈다

영어 양쪽으로 하고 공간 좀 내려서 쓰면 좋겠다고 다시 말했다.


공간을 위 사진과 같이 아래에 작게 써 주십사 부탁드렸다.



앞쪽의 왼쪽 기둥 위 간판 역시 핑크 시안이다. 우리가 처음 약속한 색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다.


"흰색입니다."하고 다시 부탁드렸다.

잊고 말씀 못 드렸는데, 루씨의 아침은 빼 주시라고 부탁했다. 제발 공간을 작게 쓰던지 마땅치 않으면 빼주시라고 했다. 아래에 내가 그린 것이 있으니 너무 다른 글씨체로 하면 시선이 분산될 거 같다고 말씀드렸다.

이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되겠는지 여쭤 보있다

다시 왔다. 그런데 모닝 위에 얹힌 공간이 싫어서 다시 부탁했다. 이번엔 노랑으로 해 보자고 했다. 아래 사진과 같이 글씨를 심플하게 하면 안 되겠는지 여쭤보았다. 내 글씨체로 그냥 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온 시안은 내 글씨체와 거리가 멀었다. 다시 해 주시라고 말씀드렸다.


사장님께서 "정말, 까다로운 분이네요. 사무실로 와서 하세요."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디자인실로 찾아갔다. 그곳의 디자이너와 함께 완성했다. "노랑 말고 흰색이 역시 나은 것 같아요. 글씨가 너무 꽉 찬 느낌이니 글씨 좀 작게 해 주세요."하고 부탁드렸다. 사장님께서는 화를 내시고 싶으신데 꾹 참으시는 것 같았다.

나의 입장에서는 어쩐지 네모 안에 글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여백의 미가 없어 보였다. 이제 사장님은 인내심이 적어지셨다.


제일 쉬울 거 같은 사람이
제일 힘들게 하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돈도 안 깎아 줬어야 했는데요.
이제 다 뽑아서 못 바꿉니다.


하고 문자가 왔다.



담장 위 긴 박스


담장 위에 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작은 네모를 주문했다. 나는 15센티 높이로 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결국 24센티가 되었다. 사장님 말씀은 큰 게 더 비싸고 글씨가 많이 들어가니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단다. 여러 개 하니까 이건 가격을 조금 받고 거저(!) 해 주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폰트 다 바꾸고 흰색으로 주문했다.


정말이지 세상에 쉬운 것이 없다. 몇 날 며칠을 간판과 씨름하고 겨우 오늘 설치가 끝났다.


내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인 것은 분명하다. 타이머로 해 놓으면 일몰에 켜지고 밤 12시에 꺼진다고 한다. 10만 원 추가된다고 한다. 일 년 열두 달 간판 켜고 끄는 일을 알아서 한다니 얼른 부탁드렸다.


일몰이 될 즈음 간판의 불이 들어왔다. 신기한 일 천지다. 간판을 올리고 나니 진짜 공방이란 공간이 완성된 기분이다.


사장님도 나도 모두 애썼다. 사장님은 돈 버느라 애쓰셨고, 나는 돈도 쓰고 디자인도 하느라 애썼다. 끝까지 친절하셨으며 마무리는 깔끔하게 해 주시고 가셨다.



네온등


실내 네온 등을 했다. 내가 늘 봐야 하는 것이니 내가 좋아하는 문구로 했다. 꽃, 나무 글자가 좋다. 공간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꽃같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나는 나무처럼 자리를 든든히 지키는 이가 되고 싶다.


글씨는 예쁜데 오른쪽 벽에 붙은 충전기가 눈에 거슬린다. 뭘로 장식해서 덮어야겠다. 남의 눈에 아무렇지 않은 것이 내 눈에 왜 이리 잘 띄는지 모르겠다.


밤중의 간판을 보니


간판을 모두 올리고 나니 생각보다 작아서 다행이다. 마음 같아서는 더 작았으면 좋겠지만 큰길에서 잘 보이니 위로가 된다. 실제로 보면 더 예쁜 거 같으며 글씨도 더 잘 보인다.


이것만 불이 흰색이다. 흰색이라 마음에 안 든다. 글씨는 제일 또렷하게 잘 보인다. 그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내일은 딸이 친구들과 놀러 온다고 한다. 잔디를 깎고, 썬룸 쪽의 천정 가림막을 접었다. 벽은 외국에서 사 온 보드들로 꾸몄다.

공간의 간판이 조명의 역할을 해서 분위기가 화사하다.


캐릭터 인형 스티커


간판 만들면서 캐릭터 스티커를 주문했다. 공방을 찾는 이들에게 무료 배포하려고 한다. 가로세로 4cm이다.

오래전 그렸던 캐릭터를 수정하여 간단하게 도안했다.

오래전 만들었던 작은 열쇠고리 독도 인형 이미지로 캐릭터를 그렸다.

타프를 하나 주문했는데 언제 오려나 모르겠다. 매일 뭔가 하는 중이다. 매일 할 일이 있어서 피곤하지만 또 즐겁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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