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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Apr 03. 2023

햇볕이 필요해

이야기보따리

식물이야기


식물의 생장에 햇볕은 아주 중요하다. 강한 햇살을 받아야 잘 성장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아주 조금의 햇볕을 받아야 잘 살아가는 식물들도 있다.


겨우내 어두운 실내에 있던 해피트리를 외부 데크에 놓았더니 잎이 오그라들었다. 햇볕이 그리 강하지도 않았는데 그만 타고 마른 것이다. 얼른 내부로 옮기고 마른 잎들을 정리했다. 며칠이 지나니 새싹이 나왔다.


매년 이맘때면 꽃집이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요즘 나는 일주일에 두 번 꼴로 들락거리는 중이다. 꽃집에 서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꽃집이 워낙 대형 도매집이라서 시들고 죽어가는 화초들도 보인다. 그들은 온실 속에서 자라 아주 약한 것들이다. 온실에서 너무 일찍 꽃을 피웠는데 판매를 위해 내놓으니 최근의 극명한 일교차를 견디지 못했다. 추운 밤 날씨와 갑자기 강한 햇볕으로 인해 시들어졌다.


자식이야기


과잉보호로 자란 아이들을 지칭하여 ‘온실 속 화초’라고 한다. 온실은 적당량의 영양과 햇볕과 통풍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러나 그것들은 온실 밖에서 맥을 못 춘다.


우리 아이들은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상당히 독립적으로 양육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아이들의 능동적이지 못한 면을 발견하면 내 탓인가 하는 자책을 하게 된다.


취준생 둘째의 건강검진을 했다. 비타민 D의 수치가 1이 나왔다. 10 이하가 부족한 상태라는데 아주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으로 세 달에 한 번씩 비타민 D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매일같이 공부한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데다가 서울의 아이들 사는 곳은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다. 커튼도 늘 닫아놓고 지내는 것 같다.


이번 달에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의사 소견서를 써 가야 하는지 어떤지를 묻는다. 건강검진을 전주에서 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럴 때 내가 자식을 과잉보호했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자기 건강을 스스로 챙기지 못한다. 취준생활 3년이다.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별로 축 쳐져 있지 않는 모습이다.


두세 달에 한 번은 전주에 내려와서 주사도 맞고 영양도 보충하고 가라고 했다.


일전에는 취직해서 다른 이들처럼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건강이 최우선이니 전주 내려와서 엄마랑 뭐든 하면서 함께 지내면 좋겠다. 엄마의 생각을 말하니 싫단다. 아이들은 서울이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그냥 서울이 좋다고 한다. 그래도 집 오면 행복해 보인다.


아빠 딸기가 먹고 싶단다. 아빠딸기가 어디 있냐고 했는데 알고 보니 딸기로 유명한 삼례에서 사 오는 딸기였다.


딸은 아빠의 딸기를 들고 공방에 와서 커피와 빵과 함께 브런치를 먹었다. 저녁은 아빠의 짜장밥을 먹을 거란다. “아빠가 해놓는데?” 하고 물었다. “아빠는 나 오면 맨날 짜장밥 해 놓으니까.” 하고 대답한다. 이들은 둘이 서로 잘도 통한다.


엄마에게는 요리를 기대하는 대신 맛있는 것을 사주라 한다. 점심은 늘 엄마 몫이다. 양식 한번, 한식 한번, 내일은 중식으로 먹을 거라면서 먹는 것에 진심인 표정이다. 큰 딸은 취준생 때 외식도 잘 못했다. 엄마 돈 없을까 봐서였다. 엄마의 경제적 상황을 신경 썼던 큰 아이에 비해 늘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말하는 빼빼 마른 둘째 딸은 오늘도 여전히 맛있게 먹고 있다.

전주 돌솥밥

나는 알리올리오를 좋아하는데, 딸의 취향을 존중하여 크림 쪽을 선택한다. 내가 오롯이 음식하나 만들어줬다. 딸이 좋아하는 생크림을 곁들인 떡볶이다.


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에는 무한도전이 최고다. 무한도전 지난 회차 중에 캐릭터 그리는 일화를 다시 보기로 본다. 그러다가 우리 둘이 그려보기로 했다. 30초 드로잉. 딸이 오면 이러고저러고 노는 것이 좋다.


딸이 그린 유재석님(왼쪽)/내가 그린 정준하님(오른쪽)


꽃 이야기


딸에게 깜뽀를 맡기고 오전 내내 화단 정리를 했다. 분꽃이 한창이다. 향기가 온 천지에 퍼진다. 아주 강한 나무다. 화분에 심어 겨우내 외부에 방치해도 봄이면 싹이 나고 환한 꽃을 피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생명력에 감탄한다.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는 분꽃

이렇게 절로 강한 생명력을 지닌 꽃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사랑을 받아야 잘 자라는 꽃들도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꽃들이 바로 그렇다. 늘 잡풀을 뽑고 거름도 주고 물이 말랐는지 너무 과습 한 것은 아닌지 살핀다.


푸르게 변하는 잔디


부모의 사랑 이야기


나의 성향으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내가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 아이들은 완벽한 과잉보호로 자랐을 것 같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나의 손길이 종일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두 딸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했고, 대학시절부터 서울살이를 했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가 과잉보호했다는 말은 그렇게 어울리는 단어는 아닌듯싶다. 그래도 아이들이 뭘 잘못하면 먼저 자신을 책망하고 싶은 것은 ‘부모’라서 그런 것 같다.


‘편히 쉬다 가렴.‘


공방은 정남향이라서 겨울에도 햇살이 좋다. 또한 봄에는 적당한 햇빛과 그늘이 있어 데크에서 쉬기 적당하다. 오늘은 수강이 없는 날이다. 딸은 너무 편하고 좋다면서 드러눕는다.  


“ 그래, 이참에 햇살 좀 받아라. “ 하고 말했다. 사람이 있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나도 함께 누웠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지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딸과 깜뽀/딸이 그린 깜뽀

아이가 잘 되면 열성부모, 아이가 잘못되면 극성부모라 한단다. 내 지론은 이렇다. 부모의 사랑은 아이의 마음을 치유해 준다. 세상에 지친 아이가 쉴 곳은 부모의 품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은 따스한 햇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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