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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May 03. 2023

유레카

취미의 대발견

유레카는 ‘알아냈다 ‘라는 고대 그리스어라고 한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신대륙을 얻은 것 마냥 기쁨을 느낄 때 우리는 ‘유레카’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취미컨설턴트’라 칭한다. 무료한 삶에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취미의 발견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여기에는 그림과 관련된 일화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직장생활을 할 때 동료의 이야기다. 나의 취미 많음을 부러워하며 자신은 취미도 없고 재능도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내가 주축이 되어 교사 취미 그림 동아리를 만들었다. 보태니컬 컬러링 북에 색칠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였던 그림 동아리였다. 학교 미술 선생님께서는 나를 격려해 주셨다. 선생님은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셨다. 어찌 보면 타 과목의 교사가 그림 동아리를 이끈다고 하면 눈치를 줄 법도 한데 마음이 너그럽고 늘 남을 칭찬하는 성격이다.


재능 없음을 서러워하던 동료는 두 권의 컬러링북을 마치고 유레카를 외쳤다. 자신에게 없던 재능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듬해 전주에서 열리는 전주 꽃심 컬러링 축제에서 아주 큰 상을 탔다. 2등에 해당하는 상이 었다. 나에게 커피와 케이크를 보냈다. 나는 그저 즐거웠다.


그때 그림 동아리에 함께 했던 몇 선생님들께서는 지금 전문 화가의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고 계신다. 그중 한 분은 이제 수채화 전문 화가다. 여러 곳에서 수상하셨다. 사실 나는 교사동아리에서 특별히 무엇을 가르친 것은 아니다.  그들 자신의 새로운 힐링의 원천을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공방을 열었고 인생에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한 분으로 인해 내가 ‘유레카’를 먼저 외친다.


공방에 처음 온 날, 그녀는 그림을 못 그린다고 했다. 그래서 자수를 오랫동안 해 오면서 계속 먹지에 대고 본을 떴다고 했다.


“저도 수성 종이에 그려요. 아시죠? 요즘은 쉽게 본떠서 그리잖아요. 저 역시 그런 작업을 하기도 해요. 자, 저는요. 왕초보 대 환영이에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을 잘하게 이끄는 사람이에요. 저랑 만나면 잘하시게 돼요. “


“저는 뜨개질을 배우러 왔는데요. 그림은 그려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선생님 것 저 그림 느낌이 좋네요.”


그녀의 이름은 예쁘지만 내가 그녀로부터 느꼈던 이미지가 아니었다. 이름은 정말 중요하다. 새로운 이미지의 나 자신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녀는 ‘물망초’를 좋아한다고 했고 이미지와 잘 맞아서 이후로 나는 그녀를 물망초님이라 부른다.


그렇게 우리 인연이 시작되었다. 맨 처음에 그림을 쉽게 접근시키고자 자수의 스티치 기법을 예로 들면서 가르쳐드렸다. 그녀는 나의 방식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했다.


그녀는 매일 저녁 몇 시간은 온전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림에 집중한다고 했다.


내가 놀란 것은 그녀가 그림을 시작하고 한 달이 되어서다. 그때까지 그녀는 필력을 조절하는 스케치 연습으로 연습장 한 권을 모두 사용했다. 지난번 글을 잠시 소환한다.


https://brunch.co.kr/@campo/465

위의 글에서 일취월장한 수강생이 바로 ‘물망초’님이다. 그림의 맛을 깨달은 그녀는 그 이후 그림들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부분까지만 해도 나의 조언이 들어간 그림들이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눈에 띄게 그림을 잘 그리기 시작해서 다른 그림들도 좋지만 아래 그림은 특히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초벌을 그린 후 그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이때부터 정말 놀랐다. 오일파스텔로 수채화 느낌을 내는 방식은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내가 수업에서 가르친 것은 아니다.

즉, 이 그림에 나는 단 한 군데도 관여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전에는 유튜브나 다른 그림들을 보고 그렸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사진을 보고 자신의 느낌을 끌어내는 그림을 그리라고 조언했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무엇을 하라고 조언한다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참으로 드물다.


물망초님은 무엇을 말하면 나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실행에 옮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그림을 위해 많은 자료를 찾고 다양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정말이지 유레카 대 발견이네요. 물망초님은 정말 자신이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그림 시작한 지 3달 만에 스스로 이렇게 그리다니요.”


“선생님 만나서 좋아요.”


“저도 물망초님 만나서 너무 좋아요. 생각해 보면 자수를 하면서 색감을 익혔을 것 같아요. 또 본을 뜨기 위해 먹지에 십 년 넘게 그림을 그렸으니 그게 바로 필력으로 나타났을 거예요. 자신도 모르게 말이죠. “


누구든 어느 영역에서 십 년 넘게 하다 보면 다른 부분에 영향을 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그러하니 자기 자신을 위한 힐링의 원천을 찾아 10년을 하면 취미가 곧 특기이자 행복이 될 것이다. 자수를 해 오면서 삶이 즐거웠던 그녀는 이제 새로운 자신의 재능 영역을 발견해서 더욱 즐겁게 살고 있다.


“물망초님 우리 오늘 밤은 물망초 한번 그려볼까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 오일파스텔 수강생들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자신을 상징하는 꽃이 무슨 꽃일까 생각해 보면 어때요? 그래서 그 꽃을 그려보는 걸로.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꽃을 그려보기로요. 댁에서 못 그리신다면 이미지를 찾아오셔서 함께 고민해 봐도 되고요. 생각해 내신 후에 유튜브나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시고요. 유튜브는 오일파스텔이 아니라도 아크릴이나 유화 또는 수채화라도 시청하시면 도움 되니까요. “



그녀의 다음 그림이 기대된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표현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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