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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스케치 가방

어반 스케치 도구들

by 루씨

오늘은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다.


어제 산 팬지꽃 8판을 오늘 심어야 했다. 허리 아파서 네 판만 심고 나머지는 그대로 진열해 놓았다. 오후에는 공방 수업을 하고 5월 한옥마을 단체전 일정 관련 회의를 했다.


일도 열심히 했는데 왜 우울함이 가시지 않는가 모르겠다.


하루가 다 가버린 것에 대해 아쉽고 아깝고 허전하다.


12시가 되기 전, 신데렐라의 마차가 호박으로 바뀌기 전과 같은 조급함으로 그림 그릴 거리를 찾다가 나의 가방을 발견했다.


엊그제 다*소에서 산 작고 기다란 이 가방 하나만 들면 어디든 그림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나의 요술 가방 안에는 앙증맞은 물감팔레트가 두 개나 있다. 작은 그림패드도 두 권이나 있다. 만년필 두 자루, 붓 몇 개, 물 붓, 연필 두 자루, 마이크론 두 자루, 지우개 두 개, 클립 등등이 들어있다.

그림도구에 대한 애정도 많아서 물감 팔레트도 많다. 스케치북을 몇 개나 구입해 놓았는지 모른다.


오늘의 그림 미션을 마쳤으니 이제 영어 한 줄 더 읽고 자야겠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도 어제 읽다 말았는데 너무 재밌다. 졸려서 내일 읽어야 한다. 재밌는데 졸려서 겨우 눈을 뜨고 몇 챕터 읽는다.


앨범 종이가 너무 매끈하고 하얗다는 점이 다행스럽게도 마리오에게 앨범에 시를 쓰지 않을 구실이 되어주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57p - 민음사)


내가 처음에 고급스러운 스케치북에 그림을 못 그리고 모셔 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심란한 요즘 그림, 정원일,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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