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용감한 것이 맞다
사업자 등록을 하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기존의 공방, 즉 현재의 책방과 아주 지척의 장소에 세무서가 있다. 마침 그날 할 일이 없던 날이었다. 늘 '바쁜' 내가 한가한 틈을 내어 사업자 등록부터 마쳤다.
지인들이나 동네 몇 분들은 책방을 왜 8월 22일에 오픈하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업자 등록을 마친 6월 20일에 덜컥 사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분은 7월 22일을 잘못 썼는가 하고 다시 확인까지 하셨단다. 이쯤 되니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다. 모르면 용감하다더니 그게 딱 나의 경우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웹상에 사진부터 올려서 괜히 다른 분들 설레게 했단다. 시간은 금방 가니까 용서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사업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살걸 그랬나 하고 매일 후회 중이다.
폐쇄형 공방에서 개방형 책방으로
공방의 경우는 거의 문을 걸어 잠그고 살았다. 회원님들에게만 개방했다. 따라서 그 외의 날들은 편히 지냈다.
이제는 개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간 미뤄 두었던 인테리어의 문제가 있거나 고치고 싶은 부분을 손봐야 한다. 책장도 있어야 한다. 기존의 많은 수공예품 관련 짐들을 정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책을 공급받을 회사와 계약도 해야 한다.
사업자 등록 후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까지 하고 나니 어찌 알고 여기저기에서 광고가 날아든다. 카드단말기도 만들어야 한다. 정수기 회사에서도 ”개업하셨죠? “하고 전화가 왔다. 귀찮아 죽겠다. 이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전화는 받으면 안 된다. 문의는 문자만 남기시라고 메모 남겨야겠다.
북스 헤이븐 명함, 책갈피, 노트 이외에 메모에 써서 붙여 놓아야 할 것들 정리 및 책방 이용서 등등 일이 끝도 없다. 무계획자의 하루는 정말 심각하다. 미리 계획을 잘 세우고 해도 부족한데 말이다. 후회가 막급이다.
셀프 커피를 놓으려고 하니 전자동 머신을 사야 한다. 마땅한 머신을 구할 때까지 우선은 드립커피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커피 향이 공간에 퍼지는 것이 좋다.
책방 안쪽의 문제는 아니고 창고 쪽에 세찬 빗줄기로 인해 물이 조금 샌다. 단독주택은 뭔가 끊임없이 손이 간다. 비가 멎으면 살펴봐야겠다.
마음 같아서는 증축을 하면 딱 좋겠지만 그만한 여력이 없다. 이대로 살아야지 싶다. 자동 접이식 어닝을 했다. 만족도가 200퍼센트다.
그밖에 여기저기 손 보다 보니 내 생각보다 예산이 많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다. 그나마 남편이 고재 소나무로 책장을 짜 줬다. 책장에 책만 더 들어오면 된다. 현재 꽂혀있는 책들은 아직도 펼치지 않은 책 또는 내가 여러 번 읽어서 닳은 책들이다.
책을 몽땅 정리한 것이 후회막급이다. 내가 이렇게 책방지기가 될 날이 올 줄이야....... 불과 한 달 전에는 트와일라잇 원서 시리즈를 버렸다. 북스헤이븐 한쪽 책장은 영어 책으로 채우려고 한다. 새책을 놓아야지 싶다.
주문할 새 책들은 그림 관련 책, 감성 에세이(브런치 최애 작가님들 책 포함), 영어책, 최신 작품 몇 권 생각 중이다. 그리고 이벤트 선물도 수공예로 준비 중이다. 경영학적으로 볼 때 책 팔아 남는 것은 있을지 의문이다.
그냥 실컷 책 읽다 죽자, 아니 잘 살아보자는 심정으로 책방을 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독립서점의 맛은 책방지기가 여행 가면 문을 닫아도 된다는 점이다. 책방지기 맘 책방이다. 룰루 랄라 인생.
책 정리해서 다른 분에게 드린 이야기
https://brunch.co.kr/@campo/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