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
공주 마곡사를 향해
요즈음 주 중에 운동을 못 하니, 주말에는 야외의 산이라도 가 보자는 생각으로 나들이를 다닌다. 여러 옵션 중 조금 더 먼 북쪽으로 이동해 보기로 한다. 북쪽으로 이동하기는 처음이다.
행선지를 공주 마곡사로 정하고 아침 7:45에 출발했다. 고속도로로 달려 9:07분 정도에 도착한다고 나온다. 변수가 없다면 말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했으나 아침 안개가 엄청나게 자욱해서 모두들 미등을 켜고 거북이처럼 서행하게 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안개가 걷힌 곳이 나온다. 그러나 곧 안개에 휩싸인다.
마곡사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곳이라고 한다. 무엇이 특별해서 그럴까. 우리는 연신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자료를 먼저 찾아보고 싶지는 않다. 그곳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정말 마곡사는 어떻게 생겼을까? 무지 궁금하다
그렇지?
초입에 상점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니 구불길이 계곡 옆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걸어서 들어가야 제 멋이 날 것만 같은데 안개 때문인지 주차장이 보이지 않는다. 구불길 따라가다 보니 매표소가 나오고, 매표소를 지나니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바로 근방에 마곡사가 보인다. 다른 절들은 대부분 상당히 깊숙이 들어가 위치해 있는데, 마곡사는 바로 보인다.
저 문을 지나면 해탈을 하게 될까. 그 문을 향한다. 해탈문이란다.
이제 천왕문이다. 각 절마다 있는 천왕문은 사대천왕이 있는 곳이다. 어릴 때는 절에만 가면 너무나 무서워서 오들 거리며 눈을 딱 감고 지났다. 지금은 절마다 다른 점이 있는지 열심히 살피게 된다.
안개가 자욱한 저 편에 해가 떠올랐다.
담장의 흙돌담 형태가 조금 색다르다 아름답다.
물그림자는 언제나 재밌다. 사물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친구와 나는 떨어져 혼자의 시간을 갖는다. 미색과 자색, 녹색이 진회색의 지붕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범종각의 지붕 형태도 안개에 싸여 신비롭다.
5층 석탑의 상층부 형태가 독특한데 라마교(원나라)의 영향이라고 한다.
종각의 지붕 위 형태도 독특하다.
담장 기와 위 돌들이 옹기종기 줄을 지어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돌 하나씩 올려놓으며 소원을 비는 모습이다. 돌 하나에 소원 하나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목탁소리가 울리며 안개에 휘감긴 산사의 모습이 신비롭다.
독특한 이층 지붕형태이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스님의 목탁소리가 고요한 산사에 적막하게 흐른다.
소원도 많다. 하나하나 소원을 빌며 소원 등을 매다는 심정을 느껴본다.
신이 말했다. 먼저 로또를 사거라. 나는 로또를 내 손으로 사 본 적이 없다. 나는 그런 요행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로또를 탄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야반도주해서 강남의 어디로 갔다고 한다. 그 후 그 사람들은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김구 선생이 머물렀다는 명상길을 따라 계곡을 건너는 돌다리에 앉아 본다. 물소리가 좋다. 어떤 가족이 돌다리 쪽으로 오는 소리가 들려 그곳을 떠난다. 멀리서 보니 아빠가 아이를 업고 돌다리를 건넌다. 그 모습이 정겹다.
단풍이 아직 한창인 곳이 있어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셔터를 누른다.
이제 산에 오르기로 한다. 몇 시간 코스로 할까. 고민하다가 왕복 3시간을 선택한다. 마곡사는 아직 단풍이 짙게 남아 있는데, 산에 오르니 완전히 초겨울이다. 나는 백련암 코스를 원했지만 친구의 의견에 따르기로 한다.
쓸쓸한 낙엽 따라 오르는 데, 마스크를 끼고 걸으니 숨이 막힌다. 사람이 거의 없다. 코로 숨을 쉴 만큼 마스크를 내려본다.
여기에 공주 시장의 돌을 꼭 이렇게 놓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공주시장 누구라는 이름은 없으니 다행이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마을에 집을 한채 장만하고 싶을 만큼 길도 깨끗하게 잘 조성되어 있고, 풍경도 앞이 훤이 틔여 있어 시원시원하다.
커다란 감나무가 있는 주황색 지붕의 집이 정겹다.
여기저기 밤나무 밭이다. 밤송이가 여기저기 나 뒹글고 있다. 나무 지팡이로 밤을 까던 어린 시절이 떠 오른다. 입에 침이 고이면서 군밤 생각이 간절하다. 공주가 밤으로 유명한 이유를 알겠다. 우리 마을은 여기저기가 복숭아 과수원이었는데, 여기는 모두 밤 밭이다.
잡풀도 이리 피어나 한들거리면 아름답다.
은행은 새 순이 정말 많다. 번식을 아주 아주 잘한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는 가지의 눈들이다.
마을 입구에 걸린 등, 저녁에 은은히 불빛을 더할 것이다.
불교를 싫어하는 어떤 이는 이 등만 보아도 무섭다고 한다. 내 눈에는 예쁘기만 한데 말이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내려가면 다시 마곡사가 나온다.
마을 길이 잘 조성된 이유가 김구 선생이 머무시던 곳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바위다.
한 무리의 가족이 김구 선생의 길을 따라 걸어 오른다. 가족이 옹기종기 붙어서 가는 뒷모습이 정겹다.
포장된 마을 길을 따라 내려오는 데, 길 한쪽의 우편함 하나가 정겹다.
바로 주차장에 들어선다. 그런데 바로 이때, 마곡사 쪽으로부터 수상한 음악이 흥청망청 들려온다.
'내 귀가 잘못되었나?', "지금 이 색소폰인지 뭔지 대중음악 소리가 절에서 나는 것 맞는 거야?"
정말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절이라 더욱 유명하다는 데, 아침은 그리 고요해서 좋던데, 이 어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마곡사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인터넷 검색을 하니 '마곡사 산사의 토요음악회'가 열린다고 나온다. 산사의 토요음악회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내가 가 본 절 중에 유일하게 대중적인 음악의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라니. 기분이 이상하고 바로 떠나고 싶어 졌다. 분명히 내 취향은 아니다. 마곡사의 다른 계절을 느끼기 위해 꼭 다시 와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친구도 아까부터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아래 가게에 내려오니 군밤을 판다. 요즘 기계는 모두 다 까서 나온단다. 참으로 편한 세상이다. 군밤이 입안에 들어가니 찝찝했던 기분도 좀 나아진다.
https://brunch.co.kr/@campo/48
인터넷을 보니 지난해 마곡사 음악회가 올라와 있다. 이런 류의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대중에게 가깝게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대안책이라고 한다.
https://www.gongju.go.kr/tour/sub04_03_08.do
나중에 알아보니, 식당이 많았던 그 주변에 무료주차장이 있었다. 혹시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