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날갯짓이 일으키는 파장
책 <파랑 채집가>는 영어 원제목도 같은 의미인 게더링 블루 Gathering Blue다. <기억전달자, 영어 원제 더 기버 The Giver>의 작가 로이스 로우리(LOIS LOWRY)의 두 번째 책이다.
지난 글에서 <기억전달자>를 소개한 바 있다.
https://brunch.co.kr/@campo/83
로이스 로우리의 두 권의 소설은 모두 주인공이 청소년이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숨겨진 세상의 것을 인식한다. 공동체에서 모두가 무감각하게 흘려 넘기는 것들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몸이 조금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알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주어진 상황의 잘못된 것들을 극복하고자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용기를 내어 변화를 시도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소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소녀 키라가 태어난 사회는 육체적으로 약자로 태어난 경우 그 집단으로부터 버려진다. 단순히 집단에서 외면당한다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집단에서 쫓겨나 어떤 숲에 버려진다. 키라는 다리가 꼬인 상태로 태어났다. 그녀는 사회를 대표하는 <위원회>로부터 버려지게 될 운명의 결정이 내려질까 봐 두렵다. 그 사회의 리더였던 아버지는 실종되었고, 어머니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돌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녀는 베 짜는 기술이 뛰어나다. 그리하여 버려지는 대신 그 사회의 멤버 중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특별한 과업을 맡게 된다. 매년 미래를 예언하는 자의 옷을 수선하는 역할과 실에 염색을 하는 것을 하게 된다. 키라는 곧 자기가 신비와 비밀에 둘려 싸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세계 즉, 그들의 세계 저 편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그녀의 계획에 대해서 아무도 알아서는 안된다.
주인공 키라가 자연염색과 그것을 이용한 바느질을 하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는 내용에 일단 흥미가 일었다. 이 책을 읽을 당시 염색과 바느질에 취미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회에서는 만약 특별한 재능을 지니지 못한 경우, 육체적으로 불완전한 자들은 모두 추방을 당하는데, 키라 자신은 몰랐지만 그녀가 자수를 놓는 그 자체가 미래를 예언한다. 그런데 키라의 세계는 파란색을 물들이는 재료가 없다. 따라서 키라는 푸른 하늘을 자수로 표현할 수 없다.
하늘을 표현하는 색조는 다양하다. 어릴 적부터 우리가 배운 한글의 '하늘색'은 연한 파랑을 의미한다. 영어로 하늘색을 스카이 블루(sky blue)라고 한다. 한때 하늘색을 딱히 스카이 블루로 표현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늘이 매일 파랑 계열인 것도 아니며 색깔이란 결국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뇌에서 합성된 주관적인 것일 뿐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에 대한 우리 사회의 언어적 표현은 푸른 하늘'이란 곧 청명하고 맑은 날을 의미한다.
키라가 놓는 자수는 곧 미래가 되는데, 맑은 하늘을 표현할 파랑이 없는 사회에 키라가 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푸른 하늘'은 '밝은 미래'를 의미한다.
키라는 하늘을 수놓을 파란색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책 <파랑 채집가>는 육체와 마음(정신)의 결핍 중 어느 것이 문제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키라의 사회는 육체적으로 멀쩡하지만 정신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자들이 리더가 되었다. 그들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 눈에 보이는 장애를 증오한다. 한편 몸이 불편한 이들, 그래서 버려진 이들이 서로의 눈이 되고 발이 되어주면서 오히려 완벽한 사회를 이룬다.
<파랑 채집가>의 키라같이, <기억전달자>의 조나스같이 사회의 중심인물이 아닐지라도 나 한 개인의 가치관은 참으로 중요하다. 나는 한 사람의 사회의 일원일 뿐이지만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는 신념이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더욱 드는 생각이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다가가서 건넬 한 마디가 한 아이의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파랑은 희망이요, 미래의 꿈이다.
나는 어떤 아이의 파랑이 될 것인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