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 커트 보네거트
나는 담배라면 멀리서 피워도 코가 알아본다. 정말 담배 냄새가 싫다. 특히,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흡연가들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명작을 남긴 작가들 중에는 애연가들이 꽤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중에는 마크 트웨인이 있다. 그는 애연가 중 애연가로 알려졌다. 그리고도 천수를 누렸다 하니, 담배 때문에 빨리 죽는다는 말도 다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인용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커트 보네거트란 작가가 있다. '담배를 피우다 죽는 것이 평생의 바람'(49)인 사람이다.
책을 읽다 보면 애연가인 작가 커트 보네거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유머에 빠지니 그가 담배를 피우면 꽤 멋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커트 보네거트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이다. 전쟁 중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 갇혀 지냈다. 그곳에서 엄청난 시민들이 죄 없이 죽어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반전작가로 활동하게 된다.
2014년 5월.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 독후감이다.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이란 책을 읽는다. 철저한 우익 보수의 대표인 부시 부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미국 국민처럼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반복하며, 또다시 우익 보수 대통령을 선출했다. 커트 보네거트의 말처럼 역사의 억측가들은 우리를 눈멀게 한다. 작가는 그의 글에서 두 명의 대표적인 억측가를 예로 들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와 히틀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며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 준 반면, 히틀러는 많은 이의 생명을 앗아갔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정치적 억측가들은 모두 그들의 말이 옳은 양 떠든다. 5공 시절 숱하게 현명한 젊은이들이 죽고, 실종되었다.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는 아까운 젊은 목숨들을 잃었다. 그러나 여전히 저 높은 곳의 기득권자들은 무엇하나 빼앗기지 않고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억측을 떠든다. 조지 오웰의 1984의 주인공처럼 "나는 빅브라더를 사랑합니다."라고 외치지 않으면 정상인이 되기 힘들다.
커트 보네거트는 말한다. "그래서 나는 나라 없는 사람이 되었다(88)." 그리고 그는 허비 클러 클리 박사가 말한 정신병자에 대해 설명한다. 정신병자의 특별한 결함은 "양심 없이 태어났다가 갑자기 모든 것을 책임지게 된 사람들"이다(99). "이 비정한 정신병자들의 손에 통신과 교육까지 들어가 우리는 나치에게 점령당한 폴란드 국민보다 나을 게 없는 신세가 되었다(100)."
"모든 권력은 억측가들의 손에 있었다. 이번에도 그들이 승리한 것이다. 병균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 우리도 똑바로 주시해야 할 억측가들에 관한 사실 하나가 드러났다. 우리도 정신 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생명을 구하는데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그래서 아무리 무지하더라도 그들의 억측이 언제나 유지되는 것이다. 그들이 증오하는 것은 현명한 사람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현명한 사람이 되어달라. 그래서 우리의 생명과 당신의 생명을 구하라.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달라(93)"
커트 보네거트의 간단 명쾌한 말들은 우리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유머로 가득한 <나라 없는 사람>은 김영하의 팟 캐스트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되어 읽게 되었다. 재치로 번뜩이는 커트 보네거트의 눈을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랠프 스태드먼에 관한 다큐를 봤는데 랠프의 절친인 조에 대해서 소개했다. 커트 보네거트는 책의 말미에서 랠프 스테드먼과 조를 언급한다. 랠프 스테드먼이 영화에서 말한다. "우리는 예술로 세상을 변화시키기를 꿈꾸었다."커트 보네거트의 책을 읽다 보면 아리스토텔레스 식의 웃음을 짓게 된다.
예술은 생계수단이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반면 "예술은 삶을 보다 견딜 만하게 만드는 아주 인간적인 방법이다. 잘하건 못하건 예술을 한다는 것은 진짜로 영혼을 성장하게 만드는 길이다."(32)라고 말한다.
그는 평생 글을 썼지만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여러 직업을 가졌다고 한다. 오늘도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생계수단이 분명히 있다. 심지어 그 일을 사랑한다. 그래도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쓰기는 나에게 예술이다. 나의 영혼을 성장하게 만드는 것을 안다. 엄마에게 한번 더 전화하게 하고, 시어머님에게도 전화하게 한다. 글쓰기는 화를 멈추게 하고,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커트 보네거트가 우체국의 창구에서 일하는 아가씨를 좋아한 내용을 보면 참으로 인간적이다. '나는 창구에서 일하는 아가씨와 몰래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모르고, 아내는 안다.'(65). 책을 읽은 후, 시간이 오래 지나니 우체국 창구의 아가씨가 아니라 담배가게 아가씨였다고 기억된다. 글을 쓰니 책임감이 생겨, 갑자기 책꽂이를 두리번거려서 책을 다시 펼쳐본다. 커트 보네거트의 웃음이 다시 떠 오른다. 글을 참 재밌고 쉽게 썼다. 책도 무지하게 얇다. 141페이지. 그런데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보석과 같다. 모두 줄을 그으면서 읽게 되는 책이며, 다시 읽어도 재밌다.
책을 덮는다. 인생을 즐겨라, 그러나 정신을 바짝 차려서 현명해지라는 그의 말이 떠오른다. 2014년 당시 나는 나라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2020년 오늘을 사는 나는 '나라 있는 사람'이다. 나는 현 정부를 믿고, 지지하며 우리에게도 밝은 하루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나는 현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오늘 나는 얼마나 신나게 하루를 살았는가. 저녁을 먹고 '미기'란 가수의 '그 집 앞' 커버곡을 들으면서 한바탕 막춤을 췄다. 그리고 쇼팽 피아노 베스트 모음곡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이제 가수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