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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Aug 31. 2016

아재아재 바라아재

영화 속에 나온 한국형 '아재'들



두툼하게 나온 뱃살과 걸걸한 입담, 여기에 ‘꼰대질’까지. 영화 속 발암 활약을 펼친 현실감 100% ‘아재’들을 일별했다.


<우아한 세계>(2007)
폭력 조직에 몸담은 아재 인구(송강호).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어!!”라 말하는 딸에게 주사를 부리는 그는 무뚝뚝한 대한민국 아빠의 전형이다. 비록 모든 게 ‘사랑한다’는 속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지만, 표현이 서툰 중년 남성의 습성 탓에 돌아오는 말은 “이혼하자”는 아내의 협박과 담담히 핸드폰으로 112를 누르는 딸의 매정함뿐. 집에서 비록 이런 대접을 받아도, 딸내미 학교생활이 걱정돼 담임선생을 찾아 200만원 상당의 룸살롱 상품권을 건네는 모습만큼은 짠함을 남긴다. 아, 이토록 ‘우아한 세계’를 보았나. ㅠㅠ


<전설의 주먹>(2012)
“내가 왕년엔 말야~.” 진부하게만 느껴졌던 이 멘트의 실체를 들여다본다면? <전설의 주먹>에선 비록 현재는 상사한테 깨지는 샐러리맨, 3류 건달, 파리 날리는 국수 가게 아저씨지만 17 대 1로 싸웠던 과거의 향수에 매일 코를 킁킁거리는 아재들을 집중 조명한다. 그리고 상금 2억원과 이들의 찬란한 과거를 건 맞짱 대전이 시작된다. 입술에선 피가 터지고, 다리에 부상을 입어도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 구경거리를 자처하는 아재들. 상금 때문이 아니다. 지키려는 건 오직 자존심. 아저씨들에게 ‘왕년’의 자존심이란 이렇게 무섭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아재는 두툼하게 나온 뱃살과 걸걸한 입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본 X들 다 뽕쟁이가 됐음 좋겠다”라며 히로뽕을 밀수출하는 애국정신, “1등”만을 부르짖는 상남자의 승부욕까지 두루 결합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속 익현(최민식)이야말로 진정 이 시대의 ‘개저씨’다. 이 부류의 아재들은 자신을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예의는 밥 말아먹은 쩍벌은 기본이고, 공공장소 흡연, 성추행 등을 서슴지 않는다. 전공이 ‘민폐학과’인 게 분명하다. 거기다 모든 게 용서되는 마법의 주문! “내가 임마 느이 서장이랑 어저께도 으? 싸우나도 가고 으!? 마! 다했으….” 


<부산행>(2016)
노숙자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길을 향해 던지는 “너 공부 안 하면 커서 저 아저씨처럼 된다”는 오지랖+타인 비하+꼰대짓에 “너네 엄마는 공부 못하셨나 보네~^^” 하는 패드립은 덤! <부산행> 기차 속 용석(김의성)은 첫 등장부터 밉상 아재로 낙인 찍힌다. 외모와 통장 잔고로 남을 평가하는 게 일상인 우리 옆집 아재와 꼭 닮아서 더 밉상이다. 여기에 믿을 건 오직 나뿐이라는 이기심과 남을 쏘아보는 눈매까지. 이 정도면 벤조피렌, 옥시드, 나프틸아민 못지않은 1급 발암물질로 손색이 없다.


글 신동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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