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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Dec 07. 2016

[내 친구의 자취집] 반지하 '난민수용소'에 사는 의사

‘건강의 집’ 7명의 남자들과 공동생활


글 사진 잉집장


홍종원(31)씨는 의사다. 별명도 ‘닥홍(닥터+홍종원)’이다. 전공이 좀 특이하다. ‘지역사회의학과’다. 인간 개체의 생물학적 측면을 강조하는 다른 의학 부문과 달리 인간 주변의 일상적 삶의 터전에서 건강과 질병의 문
제를 포착한다. 때문에 정책 및 공동체 활동에 관여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그의 삶의 화두 역시 ‘관계 맺음’과 ‘공동체’다. 현재 그는 사회적 경제방식으로 청년 삶의 터전을 조성하는 단체 ‘강북구청년동’에서 핵심 멤버로 활동 중이며, ‘난민수용소’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반지하 주택에서 현재 7명의 남자들과 우글우글 살고 있다. 둘 다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다.


강북구는 올해 ‘청년, 사회적 경제와 만나다’라는 주제로 서울시 사회적 경제 특구 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강북구청년동 역시 해당 사업에 속해 있다. 청소년 교육 및 행사, 회의 진행에 관여하는 청년 20~30명이 강북구청년동의 일원이며 이중 급여를 받는 상근자는 4~5명이다. 강북구청년동은 참가자들이 동료나 친구를 만들어 함께 활동을 벌이길 바라며 청년 활동가를 육성하는 ‘성장 워크숍’을 운용한다. 놀 거리 및 자체적 놀이 문화를 만들기를 유도하고, 사회적 경제 가게 창업 및 골목상권 마케팅 지원 등을 도모한다.

“성신여대 캠퍼스가 생기기 전까지 강북구에는 대학이 없었어요.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이어지는 흐름이 끊긴 거죠. 일자리도 적은 편이라 청년이 빈곤하고, 노인도 빈곤한 경우가 많았어요.”



종원씨가 강북구에 오게 된 계기 역시 빈곤 노인을 위한 의료 활동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번의 봉사 활동이 아닌, 살면서 꾸준히 함께하며 만드는 변화가 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유동에 터를 잡았다.2년 정도는 혼자 살았다. 시간이 지나며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동료들이 하나둘씩 같이 살기 시작했다. 현재 6~8명 정도가 들고 나며 거주하고 있다. 원래 침대도 없었는데 이제는 세구의 이층 침대가 놓여 있다. 의사 양반의 집답게 ‘건강의 집’이라는 간판도 달았다. 그러나 여러 명의 남성들이 함께 사는 집은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같이 사는 박진우씨는 “건강의 집은 무슨… 거의 난민수용소죠”라 말하며 웃었다.
같이 살다가 군대 가는 친구도 있고, 또 다른 이유로 자연스레 헤어지는 친구도 있다. 그러면 또 다른 사람이 건강의 집에 눌러 앉는다. 한달 정도 같이 산다더니 쭉 눌러 앉은 친구, 지하철에서 만난 문화·예술하는 이, 고시
원에 살다 이주한 사람, 동네 알던 동생 등. 최근에는 고등학생 한명이 새로 입주했다.



“처음에는 저 혼자 월세와 공과금을 냈는데 점차 멀쩡한 사람들은 각각 10만원씩 내서 공동 식비와 공과금 및 월세에 보태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도 어린 학생에겐 월세를 안 받으려고 하고 실제로 몇달을 안 받았는데,
요즘엔 자발적으로 5만원씩 내더라고요.” 대안반이라고 불리는 소위 ‘문제아 반’ 아이들은 지역 내에서 따로 만날 ‘젊은 어른’이 없었다. 그래서 종종 강북구청년동에는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아이들과 교류해달라는 요청이 온다. 만나면 친해진다. 함께 이런저런 작당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유혹적인 건 안전한 ‘무료 아지트’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없을 때 놀러와 음식해먹고 만화책을 보며 뒹굴거린다.


종원씨는 마을 활동과 함께 부수익을 내기 위한 개인적 활동으로 일상을 조직한다. 그에게는 남보다 이로운 조건이 있다. 의대 출신이라는 것. ‘꿀 알바’를 할 수 있다! 출신 대학 교수의 의료협동조합 일에 참가하기도 하고,
그곳 의사에게 사정이 생기면 ‘땜빵’하며 수당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꿀알바라도 전문의 수련을 한 뒤 개업하는 것보다 벌이가 한참 못 미칠 것이다. 번지르르한 공간에 살며 부유하게 살 수도 있을 텐데, 왜 난민수용소에서 살기를 자청하는 걸까?

“건강의 집 거실에서 청소년 교육도 하고 동네 아저씨 모임도 하고…. 아주 개판인데 사실 내가 원하던 게 이런 거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이 된 느낌이랄까? 같이 있는 게 좋고, 이 순간이 행복해요.”


내 친구 집 info
친구 31살 남자
동네 강북구 수유동
주거형태 반지하(입구는 1층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반지하) 투룸
평형 16평
주거비용 보증금 3천만원, 월세 25만원
‘건강의 집’의 의미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는 ‘누구와 어떻게 사는지’라고 생각해요.
만족스러운 관계를 통해 행복하게 사는 것, 이게 진짜 건강한 삶
아닐까요? 전 지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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