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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퍼스씨네이십일 Dec 23. 2016

익선동 산책_조용하게 가꿔온 동네

익선동은 1920년대에 만들어져 자그마치 100여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서민형 한옥마을이다. 빠르게 발전해가는 서울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이곳만은 늘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랬던 익선동이 어느새 10대, 20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힙’한 동네가 되어가고 있다. 종로3가역 4번 출구부터 시작되는 이곳 일대에 감각적인 가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암묵적인 규칙’이 지켜낸 골목길

가게 수가 꽤 되고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지만 ‘암묵적인 규칙’을 지킨 까닭에 건물만 한옥이고 상업성이 짙은 한옥마을들과는 다른 익선동만의 매력이 형성됐다. 암묵적인 규칙은 익선동의 명맥을 잇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단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외벽을 허물거나 골목을 확장하는 것은 금지다. 그리고 밤에는 주민들의 생활권을 존중하기 위해 빛과 소리를 최소화해야 한다. 술도 같은 맥락에서 즐길 수 있을 정도로만 제공하고 높은 도수의 술은 팔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가게들은 커다란 LED 간판을 사용하기보다는 벽화를 그려 한옥마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예술적 감각을 접목시켰다. 여기에 주민들이 직접 가꾼 식물들이 골목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렇듯 거주민의 삶을 존중한 덕분에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 남았고, 낡은 서까래가 폐기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만화 <검정고무신> 시대로 놀러온 듯

방문객이 꽤 많은 편이지만 누구 하나 큰소리 내지 않고 차분히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마 좁다란 골목에서의 소음들이 낮은 담장을 넘어 주민의 일상을 침범하는 일을 경계했기 때문이리라. 한 방문객은 ‘타임머신 타고 만화 <검정고무신> 시대로 놀러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익선동이 여타 한옥마을처럼 인위적인 상권이기보다는 삶의 현장과 소담스런 가게들이 자연스레 융화되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일단 이곳의 재개발 계획을 중단하고 ‘마을 박물관’처럼 보존하겠다는 입장이다. 익선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오씨 할아버지는 비록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마을을 함께 가꿨던 많은 사람들이 떠났지만 새로 온 사람들이 기존 주민들이 꾸민 동네를 그대로 존중하며 신선함을 불어넣어주는 요즘엔 또 다른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익선동은 그런 동네다. 지리멸렬하게 이어진 재개발 논의에 지쳐 떠난 사람들과 그럼에도 남은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이곳을 선택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동네. 소박하지만 사랑스러운 한옥마을 익선동을 바라보자면 이곳을 가꿔온 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엉클 비디오타운

어린 시절, 삼촌네 거실에 누워서 보던 비디오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비디오방이다. 학교 근처에 흔히 있는 밀폐된 인테리어보다는 높은 소파와 헤드폰을 배치해 온전히 영화를 즐기기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1층에 카페홀도 마련돼 있어 비디오를 보지 않고 음료만 즐기다 갈 수도 있다. 독특한 네온컬러가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익선동 166-24


빈티지보니

강렬한 핑크색 인테리어로 눈길을 끄는 빈티지숍.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속 하울의 방처럼 온갖 예쁜 물건들이 뒤엉켜 있어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걸리시한 드레스부터 집기들, 인형과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 등이 한데 모여 있어 소녀감성 충만한 사람이라면 지갑단속은 필수다. 실제로 가게 주인이 오래전부터 모아온 물건들이라 ‘빈티지한 척’하는 물건들과 달리 자연스레 빛바랜 물건들이 많다.
주소 서울 종로구 익선동 166-51
영업시간 12:00-21:00 월요일 휴무


거북이슈퍼

1970년대 담배 가게를 연상시키는 슈퍼다. 깨진 담장과 기와를 그대로 두어 원래 있었던 가게 느낌을 냈다. 가게에서 파는 병맥주인 ‘가맥’과 먹태가 주력 메뉴. 가게 앞 작은 마당에 앉아 병맥주에 연탄불에 갓 구운 먹태를 뜯으면 70년대의 어느 골목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주소 서울 종로구 익선동 166-79
영업시간 14:00-00:00


 카페 식물

작가들의 촬영장소로 핫한 카페다. 짙은 감성이 담긴 사진과 잡지들이 독특한 조명을 받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할머니 댁에서나 봤던 자개식탁이 빛바랜 드라이플라워와 예상외의 조화를 이룬다. 낯설지만 감각적인 이질감을 경험하게 하는 인테리어가 장점. 낮에는 카페로, 저녁에는 와인 등을 파는 캐주얼바로 영업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익선동 166-62
영업시간 평일・일요일 11:00-00:00, 금・토요일 11:00-01:00


글 사진 황경선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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