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캠퍼스씨네이십일 Jan 05. 2017

내 친구의 자취집_협동조합 주택에 삽니다

같이 살아도 따로가 보장되는 

협동조합 주택에 사는 송하진    

글 사진 잉집장    


송하진님은 이곳의 유일한 싱글이다. “2층에 공동육아공간이 마련돼 있어요. 육아공동체를 이뤄 아이를 가진 가족에게 큰 안정감을 줍니다. 근데 싱글 청년들은 뭐 때문에 여기 살아야 하나, 그런 고민이 들 수도 있죠.”

올 6월에 완공된 이곳은 교회를 중심으로 한 주택이자, 일종의 마을공동체다. 

“전도나 선교 같은 포교 활동 보다는 생활양식, 삶의 방식을 중시하는 교회예요. 성경적으로 도 각자도생하는 삶이 아니라 공동체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되어있어요. 성경처럼 상호 구조하는 삶을 시도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런 생각으로 남가좌동에 조금씩 모여 살던 교인들은 출자금을 모아 협동조합 주택까지 세웠다. 이미 교인들이 세운 주택 1호가 남가좌동에 있고, 하진씨가 사는 곳은 주택 2호다. 


“원래 아이가 있는 부부가 제 방에 입주하려다 했는데 갑자기 빠지게 되어 교회 공동체 내부에서 사람을 구했고, 제게 제안이 왔죠.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해서 덥석 물었습니다.”

하진씨의 협동조합 주택은 사회주택기금에 선정됐다. 사회주택기금에 선정되면 5년간 연2% 고정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다. 그렇게 협동조합 명의로 빌린 돈의 이자를 구성원이 나누는 식이다. 덕분에 하진 씨는 월 18만 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복층의 신축 공간에서 5년간 거주할 수 있게 됐다.

남가좌동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이 공동체 활동을 한지 3~4년. 단순히 이곳 구성원의 주거문제 해결이 아닌 공공성을 담보한 공간이라는 점이 심사과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홍대에 위치했던 교회는 이제 주택 2호 지하로 이주했어요. 주말에는 교회지만 주중에는 마을 극장으로 쓰입니다. 1층에는 레스토랑 겸 카페가 위치해있는데 공동체 구성원들이 조금씩 재정적으로 출자했고, 공동체 안에서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이윤이 나면 나누기로 했지만 이윤이 날지는 잘 모르겠네요. 2층은 공동육아공간과 마을사랑방이 위치해있습니다. 마을사랑방에서는 외부인도 참가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대관을 해주기도 합니다. 3층부터 5층까지 주거공간으로 쓰이는데, 총 8가구가 있어요. 3, 4층은 15~18평, 5층은 좀 더 적은 평형에 복층입니다. 아래가 9평의 분리형원룸이고 위에는 3평의 다락방인데, 다락방은 여름에 너무 더워 제대로 이용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평형이면 가족구성원의 변동이 있더라도 나쁘지 않고 5년간 주거 안정성 누릴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주자 중 한 분이 건축 기간 동안 자주 와서 본 덕분에 철근이나 단열재 등 건축자재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습니다.”

공동체 구성원과 소통하고 협의해야할 사안들이 많다는 건 미리 각오해야 한다. 하진 씨는 90명이 들어가 있는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의 일원이다. 

“빨래 걷어 달라 창문 닫아 달라, 밥이나 반찬 남은 거 있냐 등의 얘기도 나누죠. 우리 구성원들은 서로를 배려하려고 하고, 양보할 게 있으면 양보하겠다는 심성의 둥글둥글한 사람들이라 월요일은 ‘카톡 하지 않는 날’ 같은 질서도 만들고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지만 구성원 성향의 양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용히 배려하고 참다가 크게 터질 수도 모르는 일이죠.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각오가 필요한 일입니다.”

어쨌든 주거안정성이 확보되고, 마을공동체라는 공간에서 여러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은 퍽 매력적이다. 그래서 하진 씨에게 물었다. 이런 곳에 살려면 뭐 부터 해야 하나요? 공동체를 중시하는 교회에 다니면 될까요? 근데 저 무교.

“사실 진짜 중요한 건 돈을 모으는 거죠. 어쨌든 저도 5500만원이라는 목돈이 있었기에 입주가 가능했던 거 같아요. 가계곤란자여서 대학등록금이 반액이었고, 덕분에 대출 없이 시작할 수 있었어요. 군대도 장교로 갔고,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해서 시민단체에서 박봉을 받으면서도 돈을 조금이라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생각합니다.”    



친구 33살 남자

동네 서대문구 남가좌동

주거형태 협동조합 공공주택

평형 복층, 위 3평 아래 9평.

주거비용 출자금 1000만원을 포함한 5500만원을 조합에 맡겼고, 매 달 조합에 18만원씩 내고 있다. 이 조건은 5년간 유지된다.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자기 필요가 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형식의 공간에 입주하는 목적을 그냥 ‘주거 안정성’이라는 추상성으로 뭉뚱그리면 나중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작가의 이전글 김태리의 <문영> 예고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