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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래 May 12. 2021

<서평>_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케아의 모든 것은 그들에게서 시작/행복을 만나고 싶다면

제목: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지은이: 이소영

출판사: RHK

스웨덴의 국민 화가 칼 라르손.

이케아의 모든 디자인은 칼 라르손과 그녀의 아내 카린 라르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작가는 직접 스웨덴의 팔룬에 있는 집 '릴라 히트 나스'를  방문해 그가 그렸던 작품들의 실제를 보고 와 기록을 남겼는데요. 행복한 느낌을 가득 안겨주는 스웨덴 스톡홀름 출신 작가의 유년시절은 한 빈민가에서 시작합니다.


술에 절어 가족을 버리고 나가버린 아버지와 매춘 굴 근처 세탁소와 가게에서 잡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던 어머니. 칼 나이 14세 때 4살 어린 동생 요한이 죽으며 전쟁과도 같았던 삶 속에서 그림을 꽃피울 수 있었던 이유는 외할머니와 가정을 굳건히 지킨 어머니 덕분이었죠.


화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 10대부터 눈에 띄는 재능으로 야콥센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로 진로를 선택합니다. 남겨진 여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한 후원으로 스웨덴 왕립 예술아카데미를 다니게 되면서 책, 잡지, 신문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그래픽 아티스트로 유명해져 가족의 생계 걱정을 덜게 되었죠. 가족을 버리고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오자 그를 위해 기꺼이 집을 내어주기도 합니다.


프랑스 유학 때 만난 여성화가 카린 베르구와 결혼해 8명의 아이를 낳고 한 명의 아이를 잃었어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대물림하지 않은 삶을 보란 듯이 살아낸 칼 라르손의 그림을 보면 누구든 행복한 미소를 띠게 됩니다.


1880년대 역경 속에서 휘몰아치게 살다 간 수많은 예술가들과는 다르게 칼 라르손은 가족을 아끼고 가정에서 그림을 그리고 가족들을 그려나갔죠. 힘든 시대를 대물림하지 않은 많지 않은 화가 중 한 사람일 겁니다. 따뜻한 그림만큼 가족에게 헌신한 그의 모습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표시하는 것은 아닐까요?

숙제하는 에스뵈른 1912


우리 아들 숙제할 때 모습 보는 것 같아 친근함이 묻어나는 그림이에요. 햇살은 따사롭고 주머니 속은 따뜻하고 멍하게 앉아 바깥 구경하기 좋은 날씨. 숙제는 무슨~ 다 때려치우고 놀고 싶은 그런 날의 그림.


아버지와 어머니  1901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그 아버지를 맞이한 어머니.

그들을 소소하게 그려낸 칼 라르손. 따뜻한 사람임에 틀림없네요.

귀리 수확 1915

개인적으로는 칼 라르손의 많은 그림들을 보면 비슷한 시기 활동하던 알폰스 무하가 떠오릅니다.

칼 라르손이 달콤한 솜사탕이라면 알폰스 무하는 그 솜사탕을 먹기 좋게 통에 담아 예쁘게 포장한 최신 상품이랄까요?

리스베스와 노란 튤립 1894


칼 라르손의 둘째 딸 리스베스의 투명한 느낌이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바나나 셰이크'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 음악 너무 좋은데 '바나나 셰이크' 영상은 어딜 봐도 없네요.

리스베스의 성숙한 모습이 잘 드러난 이 추운 겨울 작품 속에 스칼렛 요한슨이 보입니다.

수채화로 어떻게 이런 심플하고 차갑지만 따뜻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걸까요?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건 또 왜일까요?

브리타와 이둔 1901

칼 라르손 셋째 딸 브리타.

‘이둔’ 북유럽 신화의 가장 아름다운 청춘의 여신.

청춘의 사과-아스가르드에 살던 북유럽 신들은 이둔이 가지고 있던 사과를 먹음으로써 늘 빛나는 젊음을 간직할 수 있었는데요. 어느 날, 거인 티아지에게 그녀를 빼앗겨 신들이 모두 늙어버리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고, 신들은 그녀를 찾아내어 다시 청춘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둔의 사과는 젊음과 풍요의 상징.


공부하는 에스뵈른 1912

북유럽에서는 'Reading Nook'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이렇게 말한대요.

추운 북유럽에선 따사로운 햇살이 부족할 터.

그들의 문화엔 'Hygge'라고 집안에서 보내는 것을 이렇게 말합니다.

햇살 쏟아지는 창가 앞에 앉아 책 읽고 있는 에스 뵈른.


우리 가족들 모두 책을 좋아해 이 그림에 더 마음이 갑니다.

칼 라르손의 막내아들.


아무리 애를  써도, 어디를 방랑해도 우리의 피로한 희망은 평온을 찾아 집으로 돌아온다.

_올리버 골드스미스



_글을 읽고

칼 라르손의 따사로운 그림들을 하루 동안 읽으며 제 삶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범한 날과 특별한 날이 같을 수 있다는 걸요.


 라르손처럼 저도 '초록 엄지'(서양에서는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을 일컬어 부르는 말)인데

저희 집에 들어오는 식물들은 모두 자손을 어머어마하게 퍼트린다죠.


죽어가는 식물도 푸릇하게 재생되는 햇살 가득한 집의 저희 가족과 닮아 있는 칼 라르손 가족의 모습.

외동아이가 있는 저로서는 아이들이 북적대는 그림들이 너무 부럽기도 합니다.

형제들이 많으면 심심할 겨를 없이 아이들끼리 부대끼며 신나게 놀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저의 어린 시절 여동생 둘과 그랬던 것처럼.


책에 기록된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어 적어봅니다.


'삶에 있어 가치를 찾아가는 일은 행운이 아니라 습관이 아닐까'라는 작가의 말이 와 닿았습니다.

한 여름을 좋아하는 제가 선택한 한 여름 같은 그림들을 선택했던 하루.

햇살 한 가득 퍼 담은 가슴으로 제 일상의 행복을 펼치게 되는 책입니다.

얼마 전 이사를 마친 막냇동생이 집에 걸 만한 그림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고민 없이 칼 라르손의 그림들을 추천했습니다. 저희 집에도 몇 점 걸려 있는데요. 작가의 행복한 마음과 가족의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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