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 노마드 Mar 12. 2024

내가 한 시간 늙는 이유

억울해!

밤 12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했다. 평소처럼 잠을 쉬이 청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억울해. 억울해!"

"얼른 자"


그리고 기어코 새벽 1시 50분쯤 눈이 떠졌다. 새벽 1시 59분 55초. 5초 후면 새벽 3시가 된다. 잘못 본 게 아니다. 새벽 2시가 아니라 새벽 3시가 된다. 바로 일 년에 두 번 시계를 돌려야 하는 서머타임 (Daylight Saving Time) 때문이다.


줬다 뺐는 게 아예 처음부터 주지 않는 것보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엔 심리학적인 이유가 뒷받침되어 있다. 사람은 무언가를 얻어서 얻는 기쁨보다 잃는 데서 오는 공포가 2배 이상 더 크기 때문이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잃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별것도 아닌 일에 이렇게 억울하고 화가 나는 모양이다.


캐나다의 서머타임은 미국과 같이 매년 3월 두 번째 일요일에 시작되어 11월 첫 번째 일요일에 끝난다. 서머타임은 표준시보다 1시간 시계를 앞당겨 놓는 제도로 원래는 에너지 절약 및 건강 증진을 이유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가장 처음 채택되었다고 한다.


매년 3월의 둘째 주 일요일이 되면 억울한 기분이 든다. 내가 한 시간 늙어지기 때문이다. 그 한 시간 사이에 뭔 큰일이 있겠냐만은 나 같은 올빼미족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제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다음 날 월요일 출근이 쥐약이다. 평소라면 6시 30분에 일어나야 하지만, 실제로는 5시 30분에 기상하는 셈이고 시계만 6시 30분으로 돌아가 있을 뿐이다. 한국과의 시차도 달라져서 친정이나 시댁에 전화를 걸 때마다 시계를 확인하게 된다. 게다가 집에 있는 모든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바꿔야 한다. 제일 고욕인 점은 아이들 등교다. 밤잠 많으신 따님 깨우기가 제일 버겁다.


난 그래서 캐나다 서머타임제도가 없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한국에서도 1954년부터 1961년까지 실시되었지만 폐지되었다고 하고, 일상생활 등에서 불편하고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서머타임 제도를 폐지한 국가들이 많다고 한다. 캐나다는 주정부에 서머타임 결정권을 맡기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캐나다의 대부분의 주에서는 아직까지 서머타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콘주, 퀘벡주 일부지역, 비씨주 일부지역, 대부분의 사스콰츄완주에선 서머타임을 채택하지 않고 있지만 (부럽다).


나만 억울한 게 아닌지 이미 75,000명이 넘는 캐나다 사람들이 올해도 연방정부에게 청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게 시차적응이랑 뭐가 다르냐며 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말이다.


11월에 되면 밤에 한 시간이 더 생겨서 내 입술이 기쁨에 씰룩거리긴 하지만. 그건 그거고 결국 잃어버린 한 시간이 나를 더 괴롭힌다.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아침에 일어나는 게 훨씬 힘들 것이고, 점심시간에 배가 덜 고픈 것 같이 느껴지고, 점심을 먹기도 전에 잠이 쏟아질 것이다.


이제 일주일간 침대에 누울 때마다 내 레퍼토리는 정해져 있을 것이다.

"억울해!"

매거진의 이전글 주 4일 근무가 재택근무를 만나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