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이라고 말하면 못 알아듣지~
애들 학교에서 어제 메일이 왔다.
"내일 일식이 있어서 평소와 다르게 점심에는 놀이터에 나가지 않을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해를 보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보통은 350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일식. 비슷한 장소에 7년 만에 나타나는 이변의 개기 일식 현상 때문에 북미가 들썩였다. 우리 가족이 있는 서부지역의 일식현상은 완전 일식이 아니라 해를 약 20~30%만 가리는 일식이라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완전한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캐나다 동부의 나이아가라에서는 비상사태를 발표할 정도였다고 소식이 들려왔다. 관광객이 몰릴까 봐 미리 경찰을 배치했다는 둥, 미국의 최소 8개 주의 학교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는 둥, 개기일식이 잘 보이는 곳을 따라 미국과 캐나다 주변 에어비앤비가 모두 매진이 되는 등 하루 종일 북미가 시끄러웠다.
게다가 캐나다 CBC 뉴스는 물론 나사에서도 생중계를 하는 통에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회사 채팅방도 불이 나고, 캐나다 오픈 카톡방들도 인증숏으로 불이 났다. 순간 온 세상이 암흑이 되었다는 경험담과, 누가 이 시간에 갑자기 급한 일이라고 연락이 와서 개기 일식 순간을 놓쳤다는 푸념까지. 하루 종일 개기 일식으로 모두가 발을 동동 거리던 하루였다.
누군가가 보낸 초록색 일식 사진을 보면서 내가 드라마 M이 생각난다고 하자, "되게 어렸을 때 봐서 기억은 안 나는데 진짜 무서웠어요"라는 답변이 왔다. 뒤이어 "M이 대체 뭐예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왔다. 하하. "그래요. 우리 다 그때 어렸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 걸로 합시다"로 퉁치기로 했다. 개기일식이 불러온 소소한 추억팔이의 시간이었달까.
개기일식으로 하루 종일 시끄러웠던 하루라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도 제일 먼저 "오늘 일식 봤어? 일식에 대해 뭐 배웠어?"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우리 딸이 "일식이 뭐예요?"라고 되물었다. 아.... "솔라 이클립스"라고 대답했더니 "아! 우리 밥 먹으면서 생중계로 봤어요. 그림도 그렸어요"라는 대답이 따라왔다.
한국말이 유창한 아이들이 있고, 한식을 먹고, 한인마트에 가고, 넷플에서도 주로 한국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내가 외국에 사는지 한국에 사는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면 내가 캐나다에 산다는 실감이 든다.
나에겐 당연한 한국어 표현을 영어로 번역해줘야 할 때.
애들이랑 디즈니 스토어에 갔는데 직원이 겨울왕국의 시그니처 OST의 "렛잇고~" 뒤에 나오는 영어 가사를 자연스럽게 따라 부를 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내가 먼저 지나가길 차가 기다리고 있을 때. 그럴 때 내가 진짜 캐나다에 살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